EU서 북러 규탄, NATO서 방산 협력…韓 대러 외교 향배는
  • 김정수, 정소영 기자
  • 입력: 2026.07.10 00:00 / 수정: 2026.07.10 00:00
북러 규탄 한 달여 만에 NATO에 방산 협력 제안
러, 韓 PURL 검토 당시 "한반도 대화 전망 파괴"
이재명 대통령이 러시아를 위협으로 규정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찾아 방산 협력 격상을 제안했다. 유럽연합(EU)과 북러 군사 협력을 규탄하는 공동 성명을 발표한 지 한 달여 만이다. 사진은 이 대통령이 지난 7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열린 NATO 방산포럼에 참석한 모습. /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러시아를 '위협'으로 규정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찾아 방산 협력 격상을 제안했다. 유럽연합(EU)과 북러 군사 협력을 규탄하는 공동 성명을 발표한 지 한 달여 만이다. 사진은 이 대통령이 지난 7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열린 NATO 방산포럼에 참석한 모습. /뉴시스

[더팩트ㅣ김정수·정소영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러시아를 '위협'으로 규정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찾아 방산 협력 격상을 제안했다. 유럽연합(EU)과 북러 군사 협력을 규탄하는 공동 성명을 발표한 지 한 달여 만이다. 한러 관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들이 중첩되면서 대러 관계를 신중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9일 제기된다.

이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열린 NATO 방산포럼에 참석해 '한-NATO 방위산업 파트너십 2.0'을 제안했다. 기존 무기체계 거래를 넘어 '공동 연구·생산·운용'으로 방산 협력을 한층 높이자는 구상이다. 아울러 이 대통령은 "각 국가마다 표준도 다르고 생산의 방식이나 아니면 생산의 관행 이런 것들이 다 다를 텐데, 이 표준을 통일하는 게 또 하나 중요한 대책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의 제안은 NATO와 공급망을 구축하고 기술 표준까지 강화해 방산 협력을 대폭 확대하겠다는 의미다. 여기에 이 대통령은 15조 원 규모의 '한-NATO 조달 기본협정' 체결 협상을 공식화해 국내 방산 기업의 NATO 공동조달 시장 진출에도 힘을 실었다. 이처럼 이 대통령의 순방은 방산 세일즈에 방점이 찍혀있지만, 러시아를 위협으로 규정한 NATO와의 방산 협력 확대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NATO 정상들은 8일(현지시간) 앙카라 정상회의 선언을 채택하고 러시아를 '유럽·대서양 안보와 안정에 가하는 장기적 위협'으로 규정했다. 지난달 발표된 한-EU 공동성명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침략 전쟁이라는 언급과 함께 '북·러 불법적 군사협력을 강력히 규탄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뤄지고 있는 한국과 NATO의 방산 협력 강화는 한러 관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제성훈 한국외대 러시아학과 교수는 이날 통화에서 "NATO는 러시아 위협이 현실화했다고 보기 때문에 향후 전쟁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판단인데, 미국은 유럽 스스로 안보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NATO로서는 방산 양산 능력이 뛰어난 한국에 손을 내밀 수밖에 없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8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첫 정상회담을 갖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인도적 지원 및 복구·재건 노력에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살상무기는 지원하지 않는다는 기존 입장은 유지했다. /뉴시스
이 대통령은 지난 8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첫 정상회담을 갖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인도적 지원 및 복구·재건 노력에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살상무기는 지원하지 않는다는 기존 입장은 유지했다. /뉴시스

이어 "한-NATO 간 방산 협력이 실질적으로 이뤄진다면 러시아 입장에서는 자신들을 억제할 능력을 갖춘 무기가 오가는 셈"이라며 "무기를 공급하고 수출하는 것만으로도 적대적 행위로 여겨질 수 있어 방산 협력이라는 건 외교적으로 상당히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러시아는 지난 2월 한국이 '우크라이나 우선 요구 목록'(PURL)에 참여한다면 양국 관계에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줄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한 바 있다. PURL은 우크라이나가 원하는 무기를 제시하면 NATO 회원국 등이 재정을 충당해 미국산 무기를 구매하고 우크라이나에 전달하는 체계다. 정부는 살상무기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지만, 이번 한-NATO 방산 협력 확대는 러시아가 직접적인 위협으로 인식할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서는 러시아가 한반도 문제를 고리로 대응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한다. 한국이 NATO와의 방산 공조를 확대할수록 러시아 또한 북한을 활용한 압박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러시아는 지난 2월 한국의 PURL 참여 여부와 관련한 반발에서 '한반도에 관한 건설적 대화를 회복하는 전망을 파괴할 것'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했다.

다만 청와대는 이번 NATO와의 협력이 다른 나라와의 관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지난 7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한국이) NATO에 들어가지 않고 파트너국으로서, 협력하는 외부 국가로서 파트너십을 강화하자는 취지"라며 "좀 더 협력을 효율화하고 강화하는 정도다. 중국, 러시아의 관계에 대한 영향은 크게 달라질 거라고 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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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js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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