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국회=정채영·서다빈 기자]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가 '친석(친김민석) 대 친청(친정청래)' 구도로 재편되며 당권 경쟁이 격화하고 있다. 김민석 전 국무총리의 출마 선언 이후 양측의 신경전이 본격화한 가운데, 당내에서는 과열된 전대가 최근 지지부진한 당 지지율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신경전의 불씨는 김 전 총리의 출마 선언에서 시작됐다. 김 전 총리는 지난 6일 전남광주에서 "지난 1년 자기 정치의 폐해가 당과 당정 협력을 혼선에 빠뜨렸다"며 "당대표 교체의 결단을 내려주실 것을 당원과 지지자 여러분께 호소한다"고 말했다.
이를 의식한 듯 당대표 출마가 유력한 정 전 대표는 7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국정에만 전념해야 할 정부 측 고위관료인 국무총리가 TPO에 맞지 않게 '당대표 로망' 발언을 함으로써 평지풍파를 일으킨 것이 대표적 자기 정치 사례"라고 맞받았다.
아울러 정 전 대표는 같은 날 기자들과 만나 해당 비판과 관련해 "저를 공격하지 않으면 저도 정당방위할 일은 없다"며 "자기 정치로 상대방을 공격하는 것은 결국 부메랑이 돼 본인에게도 돌아간다"고 덧붙였다.
이성윤 최고위원의 '감기약 성분' 발언을 기점으로 계파 간 공방도 본격화했다. 이 최고위원은 자신의 SNS에서 비상계엄 선포 당시 김 전 총리의 행적을 거론하며 "김민석 후보가 윤석열 계엄 해제 국회 표결에 불참했는데, 왜 참여하지 않았나"라며 "감기약을 드시고 주무셨다는데 그 감기약 성분이 무엇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정 전 대표의 비서실장을 지낸 한민수 의원도 "집권 여당 당대표에 도전하는 분이라면 미래를 향한 비전과 정책 대안으로 당원과 국민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며 "출마 첫 자리에서부터 시대착오적이고 유체이탈식 발언을 나열하는 모습에 실망을 금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친석계의 반발도 이어졌다. 박선원 의원은 YTN 라디오 '장성철의 뉴스명당'에서 "김민석 당시 수석최고위원은 2024년 초여름부터 저와 함께 내란 가능성에 대비했다"며 "그 국면에서 검찰 동향 첩보 하나 가져오지 못한 사람이 감기약 성분 타령을 하면 안 된다"고 이 최고위원을 겨냥했다.
강득구 의원도 SNS에 "무소속 한동훈 의원도 같은 논리로 김 전 총리의 그날 밤 행적을 캐물었다"며 "이미 공개적으로 해명되고 확인된 사실을 당대표 출마 첫날 다시 꺼내 흠집 내기로 몰아가는 것이 정말 당을 위한 문제 제기인지 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박범계 의원도 '장성철의 뉴스명당'에 출연해 "나중에 어떻게 같이 보려고 그러냐. 이렇게 막 가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이분들도 최고위원 선거에 출마하려는 것 아니냐. 그것 역시 자기 정치의 표본"이라며 "정청래 대표의 '자기 정치'를 문제 삼으려면 김 전 총리의 총리 재임 1년 동안의 성과와 과오를 따지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김 전 총리는 친청계의 공세를 '대장동 의혹' 당시와 유사한 정치 공세로 규정하며 응수했다. 그는 이날 KBS 라디오 '전격시사'에 출연해 "국민의힘에서 하는 이야기인 줄 알았다. 꼭 대장동 때를 보는 것 같았다"며 "계엄 관련 전화를 받고도 왜 국회에 오지 않았느냐는 식의 주장은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이다. 저런 식으로 정치하면 어려워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당내에서는 전당대회가 시작부터 계파 간 감정싸움으로 번지는 데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지난 전당대회는 임시 전당대회여서 비교적 차분했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전혀 다르다"며 "계파 간 전면전 양상으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 통합은 이미 멀어져 가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전당대회가 계파 간 네거티브 경쟁으로 흐를 경우 중도층의 피로감이 커지면서 지지층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여론조사 업체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2∼3일 전국 18세 이상 100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3.0%, 국민의힘은 40.3%로 집계됐다. 민주당은 직전 조사보다 2.0%p 상승했지만 국민의힘과의 격차는 오차범위(±3.1%p) 내였다.
또 다른 민주당 재선 의원은 "전당대회가 끝난 뒤 서로 얼굴을 보고 인사나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누가 당선될지도 예측하기 어렵지만, 네거티브가 어디까지 치달을지도 가늠하기 힘들다"고 우려했다.
이어 그는 "최근 당 지지율이 주춤한 상황에서 내부 갈등만 계속 노출되면 결국 정부와 당 모두 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며 "적당한 선에서 경쟁을 마무리하고 다시 하나로 뭉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기사에 포함된 여론조사는 무선 자동 응답 방식으로 이뤄졌다. 표본 오차 95% 신뢰 수준에 ±3.1%p, 응답률은 2.8%였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