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野, 법사위와 헤어질 결심?…체계·자구 심사권 폐지론 불붙나
  • 이하린 기자
  • 입력: 2026.07.07 21:46 / 수정: 2026.07.07 21:50
원 구성 협상 난항…여야 '법사위 쟁탈전'
與 일방 통보…野 보이콧으로 '반쪽 국회'
"중복 심사·불필요한 갈등" 폐지론 대두
22대 후반기 국회 원(院) 구성 관련 여야 협상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법제사법위원회의 체계·자구 심사권 폐지가 다시금 정치권의 화두로 떠올랐다. 사진은 서영교 법사위원장이 지난 4월 8일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며 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모습. /남용희 기자
22대 후반기 국회 원(院) 구성 관련 여야 협상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법제사법위원회의 체계·자구 심사권 폐지가 다시금 정치권의 화두로 떠올랐다. 사진은 서영교 법사위원장이 지난 4월 8일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며 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모습. /남용희 기자

[더팩트ㅣ국회=이하린 기자] 22대 후반기 국회 원(院) 구성 관련 여야 협상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법제사법위원회의 체계·자구 심사권 폐지가 다시금 정치권 화두로 떠올랐다. 기능 중복으로 불필요한 비용이 발생할 뿐 아니라, 사실상 '상원 역할'을 하는 법사위를 두고 정치권의 대립과 갈등이 반복돼 국회 운영에 지장을 준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다.

7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는 원 구성을 두고 극단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국민의힘은 국회 관례에 따라 법사위원장은 야당 몫으로 배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하지만 제1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법사위를 포함한 11개 주요 상임위원장 선출안을 본회의에서 단독 처리했다. 이에 국민의힘이 국회 일정을 거부하며 7월 임시국회는 '반쪽 국회'로 가동을 시작했다.

여야가 이토록 법사위원장 자리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법사위가 다른 상임위 의결 법안 내용까지 사실상 좌우할 수 있는 체계·자구 심사권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 현행 국회법은 상임위원장 배분 기준을 명확히 규정하고 있지 않다. 정당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다수당이 법사위를 포함한 핵심 상임위원장을 독점해도 이를 제어할 장치가 부재한 상황이다. 제도를 손보지 않으면 원 구성을 둘러싼 여야의 정치적 대립이 반복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여야가 이토록 법사위원장 자리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법사위가 다른 상임위 의결 법안 내용까지 사실상 좌우할 수 있는 체계·자구 심사권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 사진은 국민의힘 법사위 위원들이 지난 3월 18일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치법안을 처리하기에 앞서 퇴장해 자리가 비어 있는 모습. /남용희 기자
여야가 이토록 법사위원장 자리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법사위가 다른 상임위 의결 법안 내용까지 사실상 좌우할 수 있는 체계·자구 심사권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 사진은 국민의힘 법사위 위원들이 지난 3월 18일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치법안을 처리하기에 앞서 퇴장해 자리가 비어 있는 모습. /남용희 기자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 1월 '국회 법사위 체계·자구 심사: 폐지와 유지의 갈림길에서' 보고서를 통해 해당 기능의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더 크다며 대안 마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조사처는 △법안 소관위 단계에서 체계·자구 심사 실시 △체계·자구 심사 전담 상임위나 특위 신설 등의 대안을 제시했다.

김남근 민주당 의원은 지난 3월 법사위에서 체계·자구 심사권을 분리해 별도 위원회를 신설하는 방안이 담긴 국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법사위 소속의 신동욱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024년 6월 법사위를 법제위원회와 사법위원회로 쪼개 법제위가 체계·자구 심사만을 담당하도록 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법사위 체계·자구 심사권은 각 상임위 통과 법안들의 위헌성 검토를 비롯해 법안의 형식적 완성도를 높이도록 하는 제도다. 그런데 실제 입법 과정에선 그 범위를 넘어서 법안의 실질적인 내용까지 수정되면서 법안 소관위와 법사위가 갈등을 빚은 사례가 반복돼 왔다. 단원제로 운영되는 한국 국회에서 법사위가 사실상 상원 역할을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중복 심사 문제도 제기된다. 이미 입법조사처와 상임위별 전문위원 검토 등 위헌적인 법안들은 이중삼중으로 걸러내는 구조가 구축된 만큼, 법사위의 심사는 불필요한 제도 중복이라는 것이다. 이에 1951년 도입된 이 제도는 국회에 법률 전문가가 드물고, 입법 지원 조직이 미비했던 시절 만들어진 것으로, 지금은 그 필요성이 낮아졌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회 고위 관계자는 이날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과거와는 달리 20년간 입법 과정에서 법률적 전문성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졌기 때문에 법사위에서 검토할 정도의 상황은 아니다"면서 "현재로서는 검토 기능이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이로 인해 발생하는 부작용이 훨씬 크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른 위원회 법률을 법사위가 한 번 더 심사하는 것은 사실상 중복 심사"라면서 "법제를 검토한다기보다 내용을 바꾸며 다른 위원회의 권한을 침해하고 있다. 사실상 '상원 역할'을 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별도 전문 기관을 강화하는 방향이 낫다는 의견도 나온다. 예컨대 10년 동안 정원이 동결된 입법조사처 조사관 확충 등 국회의 입법 전문성 강화가 효율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논쟁을 두고 실무 담당자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법사위 소속 의원실 관계자는 통화에서 "다른 상임위들과 동일한 위치에 있는 상임위 중 하나일 뿐인데 법안 내용을 뜯어고칠 수 있는 권한이 있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본다"며 "별도 기구를 만드는 게 합리적"이라고 했다.

반면 국회 관계자는 통화에서 "현실적으로 (폐지론이) 맞는 이야기"라면서도 "국회 법사위에서 다른 상임위 의결 법안의 주요 내용을 고치거나, 특정 법안을 틀어막고 하지는 않는 것으로 안다. 하기 나름인 것 같다"고 평가했다.

underwater@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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