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국회=정채영 기자] 7일부터 개정 정보통신망법인 이른바 '77법'이 시행된다. 허위·조작정보 유통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고 플랫폼의 책임을 강화하는 것이 개정안의 핵심이지만,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과잉 규제라는 비판도 거세다. 국민의힘이 헌법소원을 예고한 만큼 법 시행 이후에도 위헌성 논란은 이어질 전망이다.
'77법'은 악의적인 허위·조작정보 유통으로 피해가 발생한 경우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 배상하도록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한 것이 핵심이다.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는 허위·조작정보와 혐오·차별 정보에 대한 신고·삭제 절차를 마련하고 관련 조치를 취하도록 하는 의무도 부과했다.
개정안은 과징금 부과 대상을 최근 3개월간 허위·조작정보를 3건 이상 게시해 광고·후원 수익을 얻은 '수익형 정보 게재자'로 한정하고, 손해액의 최대 5배를 배상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은 구독자 10만 명 이상 또는 월평균 조회 수 10만 회 이상인 계정에 적용하도록 범위를 구체화했다. 일일 평균 이용자 수 100만 명 이상인 대규모 플랫폼 사업자는 허위·조작정보 신고·처리 절차와 운영 정책을 마련하고, 관련 운영 결과를 정기적으로 공개해야 한다.
그럼에도 실제 어떤 게시물이 허위·조작정보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판단 기준을 둘러싼 논란은 여전하다. 플랫폼별 판단 기준이 달라 같은 내용의 게시물이라도 서로 다른 조치가 내려질 가능성도 있다.
단순한 의견 표명이나 주장, 카카오톡 등 사적인 대화는 규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다만 게시물이 허위·조작정보나 혐오·차별 정보에 해당하는지는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자체 운영 정책에 따라 판단하도록 한 만큼, 플랫폼의 자의적 판단과 과잉 삭제가 다양한 의견과 표현을 위축시키는 '위축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가장 큰 우려는 표현의 자유 침해 가능성이다. 언론계와 시민사회에서는 언론 보도와 공적 사안에 대한 의견 표명까지 위축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아울러 특정 기업이나 단체가 비판 여론을 차단하기 위한 조직적인 표적 신고 수단으로 악용할 가능성도 있다.

개정안은 지난해 말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했다. 민주당은 '사이버 렉카(레커)'를 통한 가짜뉴스 유포와 온라인상 혐오 표현 확산에 대응하기 위해 악의적인 허위·조작정보 유통에 대한 책임을 강화하고 피해 구제 수단을 마련해야 한다는 취지로 법안을 추진했다.
생성형 AI(인공지능) 확산으로 허위 이미지와 영상 등 조작 콘텐츠 제작이 쉬워지면서 온라인 허위정보 문제가 사회적 과제로 떠오른 점도 입법 배경으로 꼽힌다. 또 기존 제도만으로는 피해자가 허위정보 작성자를 특정하거나 손해배상을 받기 어려웠고, 광고·후원 수익을 노린 허위정보 유통이 반복되면서 보다 강력한 제도적 대응의 필요성도 제기돼 왔다.
반면 국민의힘은 법안 심사 과정에서 개정안을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과잉 규제'라며 '슈퍼 입틀막법'으로 규정하고 필리버스터를 벌이는 등 강하게 반발했다. 이날 국민의힘 지도부는 최고위원회의에서 검은 마스크를 착용한 채 회의를 진행하며 법안 저지 의사를 드러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마스크를 쓴 이유에 대해 "입틀막법의 부당함을 알리기 위해서"라며 "국민의 눈을 가리고, 귀를 막고, 입까지 틀어막으면 그 끝은 이재명 독재의 완성"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사실상 정부나 여당에 불리한 이슈가 나오면 입을 막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며 "최근 스타벅스 논란 관련 SNS 게시글로 경찰 조사를 받는 사례도 있었는데, 그렇다면 6·25 관련 표현 등은 어디까지 처벌 대상이 되는 것인지 기준 자체가 모호해 국민들의 관심과 우려가 큰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시민사회에서도 허위·조작정보의 개념과 '공공의 이익 침해' 기준이 모호해 자의적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실제 법안 철회를 요구하는 국회 국민동의청원은 한 달 만에 14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참여연대도 법안 통과 직후 논평에서 "허위·조작정보 개념이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공공의 이익 침해' 기준도 추상적이어서 명확성 원칙과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고 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허위·조작정보로 인한 사회적 피해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제도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민주당은 권력기관의 자의적 법 집행으로 정당한 비판이나 언론의 자유가 위축돼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또 플랫폼의 과잉 삭제나 사실확인기구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우려도 제도 운영 과정에서 보완하겠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은 헌법소원을 예고한 상태다. 이에 따라 시행 이후에도 위헌성 논란과 함께 표현의 자유 보장 범위와 허위·조작정보 판단 기준 등을 둘러싼 여야 공방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