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국회=이하린 기자] 배재고등학교 야구부가 이른바 '지역 비하 응원'으로 6개월 출전 정지 징계를 받은 것을 두고 여야가 극명한 시각차를 드러내며 공방을 벌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과도한 정쟁화가 사안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고 지적한다.
정치권에 따르면, 배재고 선수들이 광주일고 선수들에게 '스타벅스' 응원 구호를 외쳐 징계받은 사안에 대한 여야 정치권 공방이 여전히 뜨겁다. 야권은 6개월 징계는 과도한 조치라며 재고를 요구하고 있는 반면, 여권은 역사 왜곡과 혐오 문화가 교육 현장까지 침투한 사안이라며 강력히 대응하고 있다. 배재고 측이 광주제일고를 직접 찾아 사과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논란은 식지 않고 있는 모양새다.
여권은 배재고 선수들의 발언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문제가 된 고등학교의 야구부 해체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한병도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지난 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진보와 보수를 떠나 인간이라면 이런 걸(5·18 민주화 운동) 갖고 장난치고 폄훼하면 안 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개호 민주당 의원은 지난 1일 발표한 성명에서 반(反)역사적 혐오 행위에 대해 교육 당국과 대회 관계기관이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재발 방지를 위해 해당 학교 야구부 해체를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진석 의원도 지난 2일 페이스북에 "가해자를 옹호하고 피해자를 조롱하는 사회에서 우리 아이들이 살아가게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반면, 야권에서는 '6개월 징계는 과도하다'며 여권의 비판에 맞대응했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1일 페이스북에 "전국대회 출전 6개월 정지 징계는 지나친 조치"라면서 "인생의 꽃도 피우지 못한 어린 청소년의 꿈을 꺾는 과도한 징계나 비난은 자제해 달라. (징계) 조치를 재고할 것을 강력 요청드린다"고 적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같은 날 페이스북에 "비판받아야 마땅하지만, 6개월 출전 정지는 철회돼야 한다"며 "지금은 대통령이 5·18 전야제를 새천년NHK에서 혈기 넘치는 방법으로 기념한 분을 당 대표로 미는 모습을 보고 있다. 그런 모습이 학생들에게 5·18을 가볍게 보이게 만들었나 보다"고 비꼬았다.
한동훈 무소속 의원은 같은 날 페이스북에 "어린 학생들에게 6개월 출전 정지는 과도하다"며 '탱크로 밀어벌어야 한다'고 했던 방송인 최욱이 사과만 하고 계속 방송 중인 사실을 거론했다.
앞서 배재고 선수들은 서울 양천구 목동구장에서 열린 지난달 29일 열린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에서 광주일고 선수들을 향해 "가야지, 가야지, 스타벅스 가야지"라는 응원가를 불러 물의를 빚었다.
이는 지난달 스타벅스 코리아의 이른바 '5·18 탱크데이' 이벤트 논란을 연상하게 하는 조롱성 구호다. 당시 스타벅스는 '탱크데이' '책상이 탁' 등의 문구를 활용한 마케팅으로 5·18 민주화 운동과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을 희화화했다는 점에서 여권을 중심으로 정치권에서 거센 비판을 받았다.
당시 이재명 대통령까지 나서 소셜미디어에 "역사적인 5·18 민주화 운동 기념일에 광주 희생자들과 광주 시민들의 피어린 투쟁을 모독하는 '5·18 탱크데이' 이벤트라니"라고 비판했다. 광주 등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스타벅스 불매 운동이 일기도 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은 이같은 논란에 대해 공식 사과한 바 있다.

문제는 배재고 사태를 두고 여야가 격앙된 반응을 보이며 각 진영의 결집을 위한 도구로 쓰고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정치권의 과도한 개입으로 인한 사안의 정쟁화가 혐오 표현이나 역사 인식 문제 등 본질을 오히려 흐린다고 지적한다. 정쟁이 커질수록 근본적인 해결책은 오히려 멀어진다는 것이다. 교육 문제를 정치적 프레임 경쟁으로 전환하면서 정책 논의가 실종되고 있다는 비판이다.
정회옥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날 <더팩트>와 진행한 서면 인터뷰에서 "교육 현장의 혐오 표현과 역사 인식 문제로 접근하기보다, 정치적 상징으로 소비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며 "스타벅스 논란과 마찬가지로 지지층 정체성을 자극하고 결집시키기 쉬운 소재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사건은 사라지고 진영만 남는 정치가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이같은 정치권의 대응이 "오히려 본질을 흐릴 가능성이 크다"며 "정치권은 재발 방지 대책이나 자신의 지지층이 원하는 메시지를 내놓을 유인이 강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징계의 강약에 대한 공방은 커지지만, 정작 학교에서 혐오 표현을 어떻게 예방할 것인지, 역사·인권 교육을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는 상대적으로 부족하다"고 분석했다.
배재고 사태를 두고 충돌한 여야의 공방은 해묵은 지역 갈등의 연장선이자 신(新) 지역감정이 만들어지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치권이 지지층 결집을 위해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3대 메가 프로젝트'로 인해 호남권에만 유독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문제와, 추후 논의 테이블에 오를 공공기관 이전 및 통폐합 문제가 엮이며 지역 갈등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받고 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통화에서 배재고 사태에 대한 정치권의 반응을 두고 "여야의 과도한 이념적 대응이라고 생각된다"며 "국민의힘도 정치적 진영 결집을 위해 악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지만, 문제의 발단은 민주당이 이를 이념적 대응으로 이슈를 키운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철현 경일대 특임교수 겸 정치평론가도 통화에서 "국민의힘 영남권 의원들은 호남에 막대한 반도체 투자가 예정된 것을 두고 신(新) 지역감정으로 불거질 가능성이 커졌다고 볼 것"이라며 "정치권의 개입으로 이 사안의 본질이 흐려졌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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