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기구? 권력의 칼?…반복되는 윤리위 '정치 징계' 잔혹사
  • 김수민, 김시형 기자
  • 입력: 2026.07.05 00:00 / 수정: 2026.07.05 00:00
6일 전체회의서 징계 심사 착수
지선 직후 주도권 싸움 전면전
"징계를 수단으로 배제 정치…국민 신뢰 잃어"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가 지방선거 이후 대규모 징계 심사 절차에 돌입하면서, 당내 주도권 경쟁이 윤리위를 중심으로 다시 격화하는 모양새다. 사진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는 모습. /서예원 기자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가 지방선거 이후 대규모 징계 심사 절차에 돌입하면서, 당내 주도권 경쟁이 윤리위를 중심으로 다시 격화하는 모양새다. 사진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는 모습. /서예원 기자

[더팩트ㅣ국회=김수민·김시형 기자] 지방선거 이후 국민의힘이 당 중앙윤리위원회를 중심으로 대규모 징계 심사 국면에 들어가면서, 당내 주도권 경쟁이 또다시 윤리위를 축으로 격화하는 모양새다. 과거 주요 정치적 고비마다 계파 갈등의 중심에 섰던 윤리위가 이번에는 친한(친한동훈)계 의원들을 대거 겨냥하면서, 단순한 규율 기구를 넘어 당내 노선 갈등의 핵심 무대로 부상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4일 정치권에 따르면 당 윤리위는 오는 6일 전체회의를 열고 6·3 지방선거 전후로 제소된 당내 인사들에 대한 징계 안건을 심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당헌·당규상 윤리위는 당 대표 또는 위원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거나, 재적 위원 3분의 1 이상의 요구가 있을 경우 위원장이 소집할 수 있다. 이번 심사 대상에는 지난 선거 과정에서 한동훈 무소속 의원의 선거운동을 도왔던 진종오·배현진·박정훈·우재준 의원과 장동혁 대표의 사퇴를 요구해 온 개혁파 초·재선 모임 '대안과 미래' 소속 김용태·김재섭 의원 등이 대거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당 지도부는 윤리위가 당헌·당규상 명시된 독립 기구인 만큼, 지도부의 의중이 직접적으로 개입할 수 없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위원 구성과 운영은 철저히 독립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당 지도부가 특정 세력을 겨냥해 심사에 관여하는 것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반면 비당권파 측은 윤리위가 '장 대표 체제 연장'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개혁 성향의 한 의원은 "애초 현 지도부가 임기가 남은 기존 윤리위원장을 경질하고 새로 구성한 윤리위가 아니냐"며 "선거 결과에 대한 노선 전환과 책임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징계하겠다는 것은 정당의 건강한 비판을 가로막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리위가 단순한 당내 기강 확립 기구를 넘어 노선 투쟁의 핵심 전장으로 부상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외협력위원회 청년주권포럼 출범식 좌담회 ‘올공 2030 청년들에게 주권 회복 해결책을 묻다’에 참석해 물을 마시고 있는 모습. /서예원 기자
윤리위가 단순한 당내 기강 확립 기구를 넘어 노선 투쟁의 핵심 전장으로 부상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외협력위원회 청년주권포럼 출범식 좌담회 ‘올공 2030 청년들에게 주권 회복 해결책을 묻다’에 참석해 물을 마시고 있는 모습. /서예원 기자

본래 윤리위는 당원의 해당 행위나 품위 손상 여부를 심사하는 독립 기구로, 과거에는 주로 민심과 동떨어진 발언이나 사회적 논란을 촉발한 사건에 한해 제한적으로 작동해 왔다. 지난 2019년 5·18 민주화운동을 폄훼한 발언으로 논란이 된 이종명 전 의원이나 2020년 세월호 참사 유가족을 모욕하는 발언을 한 차명진 전 의원에 대해 제명 처분을 내린 것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당 안팎에서는 2022년 이준석 전 대표에 대한 중징계를 기점으로 윤리위의 기능과 위상이 변질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당시 윤리위가 성 상납 증거인멸 교사 의혹에 따른 '품위 유지 의무 위반'을 이유로 당대표 당원권 정지라는 전례 없는 결정을 내리면서 지도부 붕괴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으로 이어졌다. 이에 징계 사유의 타당성보다 윤리위 판단이 당권 재편을 위한 '우회로'로 활용됐다는 비판이 뒤따랐다.

구조적으로 당 지도부가 위원장을 포함한 위원들을 임명할 수밖에 없다는 점도 윤리위의 태생적 한계로 꼽힌다. 당권을 쥔 주류 세력이 주도권을 공고히 하거나 비주류를 압박할 때마다 '독립성'을 명분으로 윤리위를 전면에 내세우는 양상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선 이전 윤리위가 친한계 배현진 의원과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게 각각 당원권 정지와 탈당 권유라는 중징계를 내렸지만, 법원이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면서 정당성이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최근 윤리위를 둘러싼 긴장이 계파 간 힘겨루기로 비화하자 당 내부에서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PK(부산·울산·경남) 한 의원은 "과거 보수정당은 소장파들이 의원총회에서 지도부 노선을 비판하더라도 이를 포용하고 대화하는 모습을 보였고, 그것이 집권의 원동력이 됐다"며 "지금처럼 합의를 이끌지 못한 채 징계라는 수단으로 배제하려 한다면 국민적 신뢰를 잃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반면 당내 규율과 원칙을 바로잡는 절차를 회피하는 것은 공당의 책무 유기라는 반론도 적지 않다. 당 관계자는 "우리 당 후보가 분명히 있었는데, 당 후보가 아닌 다른 후보를 도운 인사들을 그냥 넘어가자는 것이냐"며 "그것이야말로 공당으로서의 기본 의무를 저버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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