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국회=정채영 기자] 지방선거 이후 지도부 책임론과 차기 당권 경쟁을 둘러싼 긴장감이 계속되던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통령 귀국을 계기로 일단 '휴전 모드'에 들어간 모습이다. 정청래 대표와 김민석 국무총리가 입국 행사에 나란히 참석하면서 당내 갈등도 잠시 숨 고르기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정 대표와 김 총리는 지난 18일 오전 이 대통령 귀국 행사에 나란히 참석했다. 이는 이 대통령의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출국 행사 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당시에는 관례적으로 참석해 온 당 대표(정청래)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반면 김 총리가 참석하면서 정치권에서는 다양한 해석이 나왔다. 특히 지방선거 이후 정 대표 책임론과 차기 당권 구도를 둘러싼 신경전이 이어지던 상황과 맞물리며 이 대통령이 사실상 김 총리에게 힘을 실어준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됐다.
대통령실은 당시 국내 현안을 고려해 환송 인원을 최소화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정치권에서는 '정청래 패싱' 해석이 이어졌다. 이를 의식한 듯 대통령실은 지난 17일 공지를 통해 "18일 이 대통령 귀국 환영 행사에는 국무총리와 행정안전부 차관 등 정부 인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원내대표 등 지도부가 참석할 예정"이라고 사전 안내했다.
민주당 안팎에서는 지방선거 이후 계파 갈등과 지도부 책임론이 부각되면서 당 지지율이 하락세를 보인 점도 이번 '원팀' 연출의 배경으로 꼽는다. 당권 경쟁이 친명계 분열이나 당청 갈등으로 비치는 상황을 계속 방치할 경우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 자리에서 정 대표는 이 대통령에게 90도로 인사하며 당청 갈등설을 의식한 듯 몸을 낮추는 모습을 연출했다. 한 민주당 재선 의원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정 대표의 90도 인사에 대해 "최근 발언 논란 이후 몸을 낮추는 메시지를 보여주려는 차원으로 읽힌다"며 "갈등이 있었다는 가정을 하면 봉합 의지를 드러내는 상징적 장면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 민주당 관계자도 통화에서 "상당히 의도적인 정치 행위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 대표의 참석을 두고는 "이번에도 정 대표가 참석하지 않았다면 당청 갈등설이 더욱 커졌을 것"이라며 "일이 더 커질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최근 낮아진 당 지지율 역시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싫어하는 의전을 정 대표가 의도적으로 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친이재명계로 꼽히는 이건태 민주당 의원은 18일 자신의 SNS에 "정청래 대표의 90도 인사는 정말 잘못된 행동"이라며 "내가 알기로 이재명 대통령은 이런 의전을 원하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정색하고 싫어한다. 정 대표도 그걸 모를 리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런 점에서 90도 인사는 다분히 정치적 의도가 담긴 정치 기술이고 정치 행위"라고 했다.

이 대통령 역시 당내 갈등을 봉합하려는 모양새다. 이 대통령은 순방 기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정권은 짧고 국민은 영원하다"는 정 대표의 발언을 겨냥한 듯 책임과 통합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내놓으며 당내 긴장감을 키웠다.
그러나 지난 19일 유럽·G7 정상회의 순방 결과 브리핑에서는 한층 톤을 낮췄다. 이 대통령은 민주당 내 당권 경쟁을 겨냥한 듯 "원수 싸우듯이 하지 마시라"며 "같은 진영이라고 하는 울타리 안에 있는 사람들끼리 경쟁하는 게 아니라 전쟁을 해야 되겠느냐"고 말했다.
다만 이번 장면이 정 대표에 대한 이 대통령의 신뢰 회복이나 당청 갈등의 완전한 회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게 민주당 내부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오히려 추가적인 균열을 막기 위한 관리 차원의 '휴전'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 다른 민주당 관계자는 "출국 행사 때 여러 해석이 나온 만큼 이번에는 괜한 오해를 만들지 않으려 했던 것"이라며 "엄청난 정치적 의도나 봉합 메시지까지 부여할 사안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기본적으로 실리와 성과를 중시하는 스타일"이라며 "정 대표를 다시 전면에 세우거나 힘을 실어주는 방식으로 움직일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