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김정수 기자]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17일 "주변국은 변수일 뿐인데 지금은 변수가 상수를 압도하고 있다. 이것은 비극"이라고 밝혔다.
정 장관은 이날 서울 종로구 남북회담본부에서 열린 '한반도 평화전략 자문단 4차 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결국 한반도 문제 당사자는 남과 북"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정 장관의 발언은 최근 한-유럽연합(EU) 공동성명에 북한이 반발한 것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성명에는 북핵 불인정, 북러 군사협력 강력 규탄, 북한 인권 실질적 개선 등이 담겼다.
이날 자문단 회의에 참석한 전문가 다수도 한-EU 공동성명이 이재명 정부의 대북 기조와 결을 달리한다고 지적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대북 정책과 메시지는 북측 당국자들이 예측 가능해야 하는데 지금 보면 상하 불일치, 언행 불일치"라며 "적대 행위를 배제한다고 해놓고 군사 훈련을 해버리고, 체제를 인정한다고 해놓고 인권 문제로 시비를 건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 장관은 "왜 EU가 하자고 해서 따라가나"라며 "대통령은 앞으로 나아가려는데 뒤에서 참모들이 잡아당긴다. 뭔가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구갑우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도 이번 성명에 대해 "정부의 한반도 평화공존 정책과 근본적으로 충돌할 수 있는 것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며 "대통령의 1주년 기자회견과 굉장히 괴리되는 내용들이 담겨 있어 향후 대북 정책 추진에 큰 장애물이 될 수 있다"고 짚었다.
이혜정 중앙대 교수는 "EU에 북러 군사 협력은 큰 위협이라 이를 규탄하는 건 당연하지만 우리 입장은 그렇지 않다"며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기존 합의를 재확인한 것이니 한국과 북러의 관계 악화는 없을 것이라 했는데, 악화는 분명히 있다. 그런 오판에 대한 책임은 누가 지나"라고 반문했다.
이희옥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한-EU 공동성명에 남중국해·대만 문제가 삽입됐다며 "(정부가) 중국엔 한반도 문제의 건설적 역할을 말하면서 이런 상태로 (중국을) 관리한다면 (중국의 역할을 기대하는 건) 물 건너갔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EU에 '코리아 솔루션'을 적극적으로 설득하면서 한국적 상황과 한반도 평화 공존의 가치를 설명한 게 아니라 EU가 행동했던 문법을 그대로 수용하고 적용했다"며 "2년 차 한국의 외교 정책이 심각한 혼선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정 장관은 "올해를 한반도 평화공존의 원년으로 만들겠다고 했는데 장애물도 생기고 쉽지 않아 보인다"면서도 "하반기에 힘을 집중해 정책을 만들어 보겠다"고 밝혔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0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안토니우 코스타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등과 정상회담을 갖고 북한 문제를 포함한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이에 북한은 지난 13일 외무성 10국 대변인 담화를 내고 "명백한 주권침해, 엄중한 적대행위"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이 밝힌 대북 3원칙인 체제 존중, 적대행위 불추구 등을 조목조목 언급하며 "위장 간판을 스스로 내팽개친 것"이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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