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재선거' 불 붙인 장동혁…독단적 승부수에 고립 자초?
  • 김수민 기자
  • 입력: 2026.06.17 00:00 / 수정: 2026.06.17 00:00
장동혁 "전국 재선거로 가는 게 맞아"
"생존에 몰두" "정략적 구호"…당내 거센 반발
17일 의총 분수령
6·3 지방선거 패배 책임론으로 사퇴 압박을 받는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전국 재선거라는 강수를 두며 정면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사진은 6·3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잠실 개표소 봉쇄 시위가 이어지고 있는 16일 오후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개표소 앞에 자리를 잡고 앉아 있는 모습. /박헌우 기자
6·3 지방선거 패배 책임론으로 사퇴 압박을 받는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전국 재선거'라는 강수를 두며 정면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사진은 6·3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잠실 개표소 봉쇄 시위가 이어지고 있는 16일 오후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개표소 앞에 자리를 잡고 앉아 있는 모습. /박헌우 기자

[더팩트ㅣ국회=김수민 기자]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6·3 지방선거 이후 불거진 사퇴 압박을 정면 돌파하기 위해 '전국 재선거' 카드를 꺼내 들었다. 하지만 계파를 불문하고 "정치적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정략적 구호"라는 비판이 쏟아지며 장 대표의 고립이 심화하는 모양새다.

16일 정치권에 따르면, 장 대표는 전날 6개 지역 선거소청 제기 결정을 기점으로 이를 '전국 재선거'로 확대하겠다는 구상을 구체화하고 있다. 그는 이날 문화일보 유튜브 '허민의 뉴스쇼'에 출연해 "투표용지 부족 사태는 단순한 선거관리 실수로 보기 어렵다"라며 "사실상 의도적인 관리 부실의 문제다. 전국 재선거로 가는 게 맞다고 생각하고, 시민과 함께 싸워나가겠다"고 밝혔다. '전국 재선거'를 최종 목표로 국면 전환을 시도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장 대표의 이같은 행보를 두고 '선거 패배 책임론'을 희석하기 위한 방어벽 쌓기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히 당내에서조차 이번 주장이 선동 정치나 부정선거 음모론과 다를 바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장파인 김용태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장동혁 지도부는 부패하고 무능한 선거관리 체제를 일대 혁신할 수 있는 길을 버리고, 부정선거 음모론과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살리는 길로 당을 이끌고 있다"고 직격했다.

당내 민주적 의사결정 절차가 생략된 '독단적 결정'이라는 점도 비판의 핵심이다. 국민의힘 소장·개혁파 모임인 '대안과 미래'는 선거 소청을 지도부가 독단적으로 결정해서는 안 된다며 이를 논의할 의원총회 소집을 공식 요청했다. 친한계로 분류되는 진종오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장 대표는 당내 충분한 논의와 공감대 형성 없이 전국 재선거와 선거무효 소청을 사실상 독단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선거 패배 이후 지도부가 책임을 지고 쇄신의 길을 모색해야 할 시점에 독단적, 극단적 대응만을 앞세워 정치적 생존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가장 결정적인 타격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격전지 서울을 수성해 낸 오세훈 서울시장의 비판이다. 오 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투표용지 부족 사태는 민주주의 역사에 유례없는 중대한 참정권 침해 사건이다. 지금 당이 해야 할 일은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그리고 선거제도의 근본적 개혁"이라면서도 "장 대표는 온 당을 소모적인 재선거 주장으로만 몰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은 이미 똑똑히 알고 계신다. 그것이 진실 규명을 위한 투쟁인지, 아니면 자신의 흔들리는 정치적 입지를 지키기 위한 정략적 구호인지"라고 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의 이같은 움직임을 두고 지방선거 패배라는 본질적인 책임론을 가리고 정치적 입지를 지키기 위한 방어막 구축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6·3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잠실 개표소 봉쇄 시위가 이어지고 있는 16일 오후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개표소를 찾아 발언하고 있는 모습. /박헌우 기자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의 이같은 움직임을 두고 지방선거 패배라는 본질적인 책임론을 가리고 정치적 입지를 지키기 위한 '방어막 구축'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6·3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잠실 개표소 봉쇄 시위가 이어지고 있는 16일 오후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개표소를 찾아 발언하고 있는 모습. /박헌우 기자

정치권에서는 장 대표가 과거 정치적 위기 때마다 던졌던 '승부수'가 이번에는 통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패배 원인에 대한 객관적인 진단과 쇄신책 마련 대신 의견 수렴 없는 '선거 무효'라는 극단적인 과제를 제시함으로써 당을 고립시키고 리더십 리스크만 키웠다는 지적이다.

한 재선 의원은 "당선 무효에 이르는 명확한 법적 문제가 보이지 않는데 전국 재선거를 주장하는 실체가 무엇인지 불분명하다"라며 "광장에 나와 있는 일반 국민은 당연히 그렇게 주장할 수 있지만 제도권 안에 있는 책임 있는 정치인은 날것의 주장을 그대로 이야기해선 안 된다.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 의원총회가 시급하다"고 꼬집었다.

결국 관건은 17일로 예정된 의원총회다. 국민의힘은 의총을 열고 장 대표의 거취 문제 등을 본격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다. 현재 당 내부에서는 ‘장동혁 지도부 체제는 교체가 불가피하다'는 기류가 깔려 있다. 그럼에도 대다수 의원이 공개적인 입장 표명을 자제하며 관망하는 배경에는 크게 두 가지 딜레마가 얽혀 있다.

먼저 '대안 부재론'이다. 장 대표가 물러날 경우 당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거나 조기 전당대회를 치러야 한다. 하지만 현재로선 혼란을 수습하고 중심을 잡을 만한 뚜렷한 차기 주자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당내에 복잡하게 얽혀 있는 '한동훈 비토론'도 맞물려 있다. 장 대표의 사퇴가 친한(친한동훈)계의 당권 장악 시도로 해석되거나, 당권파와 친한계 간 계파 갈등으로 비화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당 관계자는 "원내 의원들 사이에서 한 의원에 대한 거부감이 상당한 것으로 안다. 장동혁 대표 체제를 지지해서라기보다 한 의원의 당권 장악을 방어하기 위한 카드로 장 대표를 그대로 두는 측면이 강하다. 의원들 각자가 본인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판단하고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su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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