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띄운 '북미 대화' 가능성…비핵화 난제 여전
  • 정소영 기자
  • 입력: 2026.06.16 06:00 / 수정: 2026.06.16 06:00
트럼프, SNS에 김정은과 산책 사진 게재
북한, 핵보유 인정 요구…협상 충돌 전망
핵군축 협상 가능성 속 '통미봉남' 우려
지난 13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은 2018년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1차 북미 정상회담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회담장을 산책하는 사진을 공개했다. /트럼프 대통령 트루스소셜.
지난 13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은 2018년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1차 북미 정상회담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회담장을 산책하는 사진을 공개했다. /트럼프 대통령 트루스소셜.

[더팩트ㅣ정소영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8년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1차 북미 정상회담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회담장을 산책하는 사진을 공개하면서 북미 대화 재개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다만 북한이 핵보유국 지위 인정을 요구하고 있어 의제 설정부터 충돌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3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별다른 설명 없이 김 위원장과 걷는 사진을 게시했다.

해당 사진은 2018년 6월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호텔에서 열린 제1차 북미 정상회담 직후 촬영된 장면이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새로운 북미 관계 수립,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노력 등을 담은 공동성명에 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이란전쟁 종전 합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밝힌 뒤 해당 사진을 공개하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좀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중동의 급한 불은 껐으니 외교적 관심은 다시 한반도와 아시아로 이동한다는 선언일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도 "트럼프 대통령이 여론을 떠보려는 의도이거나 이란 전쟁 후 북한 문제 해결에 나설 수 있다는 메시지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이번 사진에 지나친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게시한 사진에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며 "이란과 협상에서 비핵화라는 것을 분명히 하겠다는 의미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북미 대화 가능성이 더 낮아졌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북한은 2022년 9월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7차 회의에서 공세적 성격의 핵무력 정책을 법령으로 채택했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10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노동당 창건 80주년 경축 열병식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모습. /뉴시스. 조선중앙TV 갈무리.
북한은 2022년 9월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7차 회의에서 공세적 성격의 핵무력 정책을 법령으로 채택했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10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노동당 창건 80주년 경축 열병식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모습. /뉴시스. 조선중앙TV 갈무리.

설령 트럼프 대통령이 사진을 통해 북미 대화 재개 의지를 내비친 것이라 하더라도 협상 과정은 순탄치 않다.

트럼프 대통령이 사진으로 소환한 싱가포르 회담의 합의 내용인 비핵화를 북한이 거부하고 있어서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지난 14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비핵화는 최종적으로 되돌릴 수 없이 종결된 사안"이라고 밝혔다.

북한은 2022년 9월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7차 회의에서 공세적 성격의 핵무력 정책을 법령으로 채택했다. 올해 3월 최고인민회의에서 개정한 새 헌법 89조에는 '핵무력에 대한 지휘권은 국무위원장에게 있다'는 조항도 신설했다. 전성훈 세종연구소 객원연구위원(전 통일연구원장)은 "북한 비핵화는 이미 끝났다"고 평가했다.

또, 북한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북러 군사협력을 강화하고 최근 북중 관계를 복원해 과거와 달리 외교적으로 고립되지 않은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대화 재개를 추진하면 북한의 핵보유 현실을 전제로 한 군축 협상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전 위원은 "올해 하반기 북미대화가 열린다면 북한의 핵무력을 인정받는 방향의 회담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선 비핵화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는 신호가 나오고 있다. 사진은 2019년 6월 3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판문점 자유의 집에서 북미정상회담을 하는 모습. /뉴시스.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선 비핵화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는 신호가 나오고 있다. 사진은 2019년 6월 3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판문점 자유의 집에서 북미정상회담을 하는 모습. /뉴시스.

다만 미국이 비핵화 원칙을 포기할 가능성은 낮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실제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선 비핵화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는 신호가 나오고 있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지난달 미중 정상회담 이후 언론 인터뷰에서 "자세한 내용은 며칠 내에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가 나올 것"이라며 "일부는 외교정책과 관련된 것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모두 한반도의 목표는 비핵화라는데 동의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김 교수는 "11월 중간선거에서 외교전은 중요하지 않다"며 "미국은 미중 경쟁이라는 큰 틀에서 북한의 비핵화 용인해 주면 미중 경쟁에서 주도권을 쥐기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미 대화 재개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이른바 '통미봉남'(북한이 미국과 직접 소통하고 한국을 소외하는 상황) 우려가 다시 제기된다. 전 위원은 "북미회담이 열리면 한국의 입장이 충분히 반영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현재 국제환경에 맞는 새로운 대북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한국 정부가 비핵화 원칙을 유지하면서 미국과 공조하는 방향이 필요하다"며 "북한이 중국·러시아와 밀착하는 상황에서 한국의 독자적 대북 유화정책이 성과를 내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upjs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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