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6·3 지방선거 결과에 몸을 낮추면서 '성공'으로 평가한 정청래 지도부를 에둘러 지적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이 새 지도부를 선출한 전당대회를 오는 8월 17일 열기로 하는 등 당권 경쟁의 신호탄이 울린 상황에서 이 대통령의 발언이 당내에 미묘한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 대통령은 8일 청와대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이번 지방선거 결과와 관련해 "이겼냐 졌냐는 기준에 따라 다르다"라면서도 "이길 거를 졌다, 이겨야 하는 곳을 졌다고 하는 문제가 다르다. 최소한 성공은 아니"라고 평가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지난 4일 "전국적으로 큰 승리를 했다"라고 평가한 것과 뉘앙스가 다르다.
민주당은 광역단체장 선거 16곳 중 12곳에서 이겼다. 부산시장 탈환에 성공했고 1300만 인구의 경기지사와 수도권 한 축인 인천시장, 호남은 물론 중원인 충청권까지 쓸어 담았다. 하지만 핵심 승부처인 서울시장과 경기 평택을과 부산 북갑 등 국회의원 재보권선거 일부 지역에서 국민의힘에 졌다. 이를 두고 당내에선 이겼어도 이긴 게 아니라며 정청래 책임론이 제기된다.
이런 가운데 이 대통령은 지방선거 결과를 민심의 경고로 받아들이면서 더 낮은 자세로 겸손하겠다는 대국민 메시지를 내놨다. 그러면서도 민주당을 겨냥해 "우리와 색깔이나 생각이 다를 수 있어도 사람들을 최대한 많이 모으는 포용과 통합의 역할을 잘해야 한다"라고 언급했다. 보수 정당 출신으로, 평택을 재선거에 출마한 '김용남 홀대론'을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결론은 나의 부족함"이라며 자신에게 책임을 돌렸지만, 이 대통령은 이번 선거와 관련해 답답했던 속내를 공개 노출했다는 점도 의미심장하다. "중립하려고 노력했다. 이해가 안 되는 장면들이 많이 있다", "지방선거에 대해서도 도대체 납득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기는 했다"라는 발언이 대표적이다. 결국 '정청래 총괄 선대위'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어서다.

특히 이 대통령의 이러한 발언은 선거 이후 갈등 기류가 흐르는 당내 상황과 맞물려 더욱 눈길을 끈다. 친명계로 분류되는 이언주 최고위원은 이날 "6·3 지방선거 결과에 무거운 책임을 통감한다"라며 전격 사퇴했다. 비당권파의 지도부 사퇴론에 힘을 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게다가 여당은 8월 17일 새 지도부를 뽑기로 가닥을 잡아 당권 경쟁 시계가 가동됐다.
한 민주당 의원은 <더팩트>에 "대통령의 말씀은 선거를 통해 나타난 민심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여당다운 모습을 보여줬으면 한다는 의미일 것이지 정치적으로 확대해석할 부분은 아닌 것 같다"라고 말했다. 조승래 사무총장은 "정 대표도 '승리지만 승리라고 이야기할 수 없는 심정'을 이미 표현했다"라며 서로 충돌하지 않는다고 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직설 화법으로 유명한 이 대통령이 공개 석상에서 지방선거 결과에 대해 강한 아쉬움을 나타낸 건 그만큼 강력한 신호로 보는 시각이 있다. 정 대표를 향한 압박이 고조되는 가운데 비당권파 결집을 촉구하는 메시지라는 것이다. 실제 이 대통령은 차기 당대표 연임 도전이 유력한 정 대표가 보란 듯 당권 도전이 확실시되는 김민석 국무총리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김 총리는 정말 뛰어난 리더십으로 내각은 정말 큰소리, 잡음 없이 하나의 목표를 향해서 제가 제시하는 방향대로 치열하게 잘 달려왔다"라면서 "역사적으로 단기간 내 구체적 성과를 많이 낸 내각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잘해 줬다"라고 말했다. 김 총리는 지난 7일 총리직 사의 표명과 함께 "당원의 바다에서 민주의 황금시대를 열겠다"며 당권 도전을 공식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