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대구=이철영·신진환 기자] '보수의 심장' 대구. 단단할 것만 같았던 민심이 흔들리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인물론'과 '의리'의 충돌이다.
1일 6·3 전국동시지방선거 본투표를 이틀 앞두고 <더팩트> 취재진과 만난 대구 유권자들은 인물만 놓고 보자면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대구시장 후보인데 '의리정치'를 떨쳐내기 어렵다고 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를 지지한다면서도 '변화'를 바라는 목소리를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었다. 전통적 지지층의 고민 지점이었다.
대구는 정치권에서 '보수의 심장'으로 통한다. 국민의힘으로선 반드시 수성해야 할 곳일 수밖에 없다. 민주당 입장에선 이번만 한 기회가 없다는 계산 아래 김부겸 전 총리까지 소환했다. 대구 민심은 김부겸의 등장에 긍정적이었던 것은 분명해 보였다.
취재진은 이날 오전 칠성시장을 찾아 시민들을 만났다. 이곳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달 23일 처음으로 추 후보를 지원 유세한 곳이다. 지하철역에서 나오자마자 있는 한 80대 약재상에 대구시장 선거를 묻자 "김부겸이 사람은 좋지, 좋은데"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는 "우리는 추경호다. 여기서는 국힘의힘이지. 박근혜 대통령도 다녀가고 분위기 좋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후보에 대한 거부감보다는 관성에 따르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청과물 상인 70대 김모 씨는 "민주당을 찍어 본 적이 없다. 여기는 보수가 중요하다"라면서 무심한 어조였다.
칠성시장에서 신발가게와 장어 등을 파는 50대 남성과 부부는 "대구도 이제 바뀌어야 한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신발가게를 운영하는 이 남성은 "대구도 예전보다 바뀌기는 바뀌었다. 그래도 아직 보수세가 강하다"면서 "시장은 노인들이 많아 추경호 후보를 지지하거나 국민의힘을 뽑는다는 사람이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장어 등을 파는 50대 부부는 사전투표를 통해 김 후보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부부는 "김부겸이 되길 바라는데 잘 안될 것 같다. 아마 많이 힘들지 않겠나 싶다"라며 "예전보다는 나아졌지만, 여기는 갈라치기가 여전한 곳이다. 그래도 민주당 후보들이나 운동원들 지나가면 손도 흔들어 준다. 예전처럼 욕하는 사람은 없다. 어르신들도 앞에서는 민주당 뽑는다면서도 들어가면 바꾼다"라며 변하지 않은 표심에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취재진이 만난 대구시민 대부분은 '김부겸 바람'에 동의했다. 다만, 김부겸 바람이 선거 직전 민주당이 추진한 '이재명 대통령 공소취소'에 꺾였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동성로에서 상점을 운영하는 한 40대 자영업자는 "확실히 30~40대는 민주당 이야기를 많이 한다. 이게 좀 바뀌었다. 국민의힘 당원인 아버지도 당이 헤쳐모여야 한다고 할 정도"라고 전했다.
더불어 그는 "국민의힘 내 윤석열계와는 분명히 선을 그어 생각하는 경향이 상당하다"며 윤석열과의 결별을 기대했다.
70대 택시기사 변모 씨는 "처음엔 김 후보와 추 후보가 삐까삐가(비슷비슷)했다. 공소취소 영향이 있는 것 같다. 옛날엔 80% 정도가 국민의힘을 지지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지금은 그런 시대가 아니다. 대구 분위기가 많이 변했다. 김부겸이 되면 대구가 발전할 것 같은 기대감이 크다. 국민의힘의 위신이 많이 깎였다"라고 언급했다.

동시에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도 희미해졌다. 추 후보를 지지한다는 80대 상인은 "윤석열 전 대통령 그것(비상계엄) 말고는 할 게 없으니까 어쩔 수 없이 했지"라며 "김건희 여사 하나 놓고 그렇게 때려댔잖아. 나쁜 놈들"이라고 민주당에 대한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
신발가게를 운영하는 50대 상인은 "초반만 해도 김 후보에 대한 인식이 매우 좋았다. 그런데 민주당에서 이 대통령 공소취소를 한다고 나서면서 분위기가 나빠진 게 사실"이라며 "이 대통령은 공정할 거로 생각했는데 본인 사건을 공소취소 한다고 해서 김부겸에 대한 여론이 나빠졌다. 윤 전 대통령 계엄은 희석된 지 오래다. 대구가 많이 낙후돼 있는데…. 이런 상황으로 힘 있는 여당 후보인 김부겸에게는 어렵지 않겠나 하는 느낌이다"이라고 말끝을 흐렸다.
젊은 층은 선거에 열정적으로 관심을 보이진 않았지만,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할 것이라면서 신중론을 폈다. 20대 여대생 강모 씨는 "인생 첫 투표인데 후보나 정당은 잘 모른다. 공약집을 보고 판단해 본투표할 것"이라면서 웃어 보였다. 같은 곳에서 만난 한모 씨는 "지지하는 후보와 정당은 없고, 공보물을 보고 투표할 것"이라면서 "극단으로 갈릴 수 있어서 친구들과 정치 얘기를 잘하진 않는다"라고 했다.
대학생 정모 씨는 "민주당 의석이 너무 많아서 국회가 균형을 잃었다. 계엄은 잘못됐으나 대구에서라도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며 추 후보를 지지한다는 의사를 에둘러 드러냈다. 그러면서 "같이 풋살하는 친구들 10명 중 9명은 편하게 정치 이야기를 할 수 있을 만큼인데 여성들은 민주당을 많이 지지하는 것 같다"라고 귀띔했다.

계명대 내 40대 한 직원은 대구시장 선거에 대해 합리적 선거냐 관성적 선거냐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그는 "대구가 변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있다. 이건 합리적인 선거고 그쪽(국민의힘)을 찍어야 한다는 건 관성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라며 해석의 여지를 남겼다. 계명대 인근에서 상점을 운영하는 60대 여성은 "대구 발전이 필요하지만 시장 하나 달라진다고 해서 바로 체감이 될까. 대통령도 그렇지 않나"라면서 유보적인 시각을 내비쳤다.
대구 표심을 잡기 위해 총력전을 벌이는 김 후보 측과 추 후보 측이 느낀 바닥 민심은 서로 달랐다.
김 후보 캠프 관계자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시민들이 후보에게 '나와줘서 감사하다'라고 인사하는 장면은 저도 처음 봤다"라며 "옛날 대구 분위기는 명함도 찢어버리는 사람도 있었고, 반가워도 주변 사람들 때문에 내색을 잘못하는 분들이 꽤 많았는데, 요즘은 그런 게 없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자연스럽게 반갑다며 웃으시고 사진 찍자고 하시는 분을 늘 현장에서 보고 있다. 그게 완전히 달라진 점"이라고 말했다.
추 후보 캠프 관계자는 "'경제는 추경호'라는 슬로건을 내세워 선거에 임하면서 절박한 대구의 경제 문제를 가장 잘 해결할 사람이 누군가라는 질문에 대해 다들 '추경호밖에 없다, 제발 경제를 살려달라'라고 한목소리로 말씀해 주신다"라며 "지금 분위기 자체가 굉장히 압도적으로 지지해 주시려고 하는 게 보인다. 지금 이재명 정권이 하는, 민주당의 행태에 대해 투표로써 심판하시려고 한다고 느끼고 있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