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 밖 한반도⑫] 북한 노동자의 중국 생존기 "월급 3500위안이라더니…"
  • 정소영 기자
  • 입력: 2026.06.02 00:00 / 수정: 2026.06.02 00:00
"3500위안 중 받는 건 700위안"
의류·수산물 가공 공장 주로 배치
"러시아 파견에 中 내 임금 상승"
지난 5월 중국 랴오닝성 단둥에서 만난 북한 주민 A 씨는 북한 해외 파견 노동자들의 현실을 묻는 질문에 “조선 사람들 참 불쌍해”라며 담배를 쥐었다. 사진은 중국 랴오닝성 단둥에 있는 한 중국·북한 특산품 판매점. /단둥(중국)=정소영 기자
지난 5월 중국 랴오닝성 단둥에서 만난 북한 주민 A 씨는 북한 해외 파견 노동자들의 현실을 묻는 질문에 “조선 사람들 참 불쌍해”라며 담배를 쥐었다. 사진은 중국 랴오닝성 단둥에 있는 한 중국·북한 특산품 판매점. /단둥(중국)=정소영 기자

북한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은 군사적 긴장, 비핵화 협상이라는 틀 속에서 종종 한반도 내부에만 머물러 있다. <더팩트>는 '국경 밖 한반도' 시리즈를 통해 한반도 바깥의 현장에서 포착한 북한의 모습을 조명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반도 평화를 위한 남북 협력의 실질적 대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단둥(중국)=정소영 기자] "조선 사람들 참 불쌍해."

지난 5월 중국 랴오닝성 단둥에서 만난 북한 주민 A 씨는 북한 해외 파견 노동자들의 현실을 묻는 질문에 담배를 쥐며 이같이 답했다. 북·중 교류가 활기를 띠는 상황에서 북한 노동자들의 중국 유입이 꾸준히 이뤄지고 있지만, 노동자들이 받는 임금은 계약된 금액을 받지 못한다는 게 현지 관계자들의 공통된 증언이다.

<더팩트> 현지에서 A 씨뿐 아니라 북한 노동자 사정에 밝은 복수의 인물을 접촉했다. 이들 말을 종합하면 북한은 중국 내 의류 공장과 수산물 가공 공장 등을 중심으로 노동자를 파견하고 있다. 지난 5월 기준 일부 지역 공장에 대규모 신규 인력이 재투입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노동자들의 계약 임금과 실제 수령액 사이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A 씨에 따르면 현재 중국 내 북한 노동자의 공식 계약 임금은 월 3500위안(1일 기준 한화 약 77만 9205원)이다. 하지만 노동자 개인에게 지급되는 금액은 월 700위안(한화 약 15만 5841원) 안팎에 불과하다.

A 씨는 "원래 중국과 (북한이) 계약한 월 임금은 3500위안인데 노동자에게 돌아가는 건 700위안 수준"이라며 "하루에 23위안(한화 약 5194원) 버는 꼴"이라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700위안을 제외한 나머지는 김정은에게 가겠지"라며 말을 흐렸다.

또 다른 북한 출신 무역상 B 씨는 "북한 노동자들은 야간 작업도 많이 하는데 야간 작업비는 약 10~20위안(한화 약 2228~4457원) 정도"라며 "다들 3년 계약을 마치고 (북한으로) 돌아갈 때 벌어서 모은 돈을 가져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화장품 등 개인 물품 구매를 제외하고 최대한 아끼면 월에 700위안 중 500~600위안(한화 약 11만 1440원~13만 3728원)이 남는다"고 부연했다.

북한 출신 화교 C 씨는 "야간 작업을 하면 평균 3500위안을 받는 것으로 안다"며 "랴오닝성에 있는 북한 노동자들은 10시간 기준 3200위안(한화 약 71만 3216원) 정도"라고 설명했다.

지난 4월 단둥 내 북한식당 종업원들이 일제히 교체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중국 랴오닝성 단둥의 한 거리에서 북한식당 관리자로 추정되는 한 여성과 종업원들이 서 있는 모습. /단둥(중국)=정소영 기자
지난 4월 단둥 내 북한식당 종업원들이 일제히 교체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중국 랴오닝성 단둥의 한 거리에서 북한식당 관리자로 추정되는 한 여성과 종업원들이 서 있는 모습. /단둥(중국)=정소영 기자

현지에선 북한 노동자 유입이 계속되고 있다는 증언도 나왔다. 현지에 거주 중인 교민 D 씨는 "9차까지 2만 명 넘게 들어왔고 현재 10차까지 인원이 계속 들어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에 따르면 북한 노동자들은 최근 의류 공장과 수산물 가공 공장에 주로 배치됐다. 업체 측이 중국 당국에 필요한 노동자 수를 신청하면, 북한이 인력을 공급해 각 업체에 배치하는 방식이다.

앞서 A 씨도 "지난 4월 일부 공장에 북한 노동자 1만 5000명이 새로 투입됐다"고 전했다.

북한 해외 파견 인력의 순환 체계가 가동되는 모습도 포착됐다. 지난 4월 단둥 내 북한식당 종업원들이 일제히 교체된 것으로 파악됐다. 기존 종업원들은 계약 기간 종료 등에 따라 북한으로 갔으며, 그 자리를 신규 인력이 채운 것으로 전해진다.

B 씨는 "대보산, 송도원 등 단둥에 있는 북한식당 종업원들이 4월에 전부 바뀌었다"며 "현재 새로 온 종업원들은 북한에서 막 교육받고 나온 티가 난다. 조심하려고 하고 융통성도 부족하다"고 언급했다.

북한 노동자들의 중국 유입 확대는 2017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 2397호 채택 이후 중단됐던 해외 파견이 다시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읽힌다. 해당 결의는 회원국 내 북한 노동자의 송환을 명시했다. 현지 관계자들에 따르면 북한 노동자 중 상당수는 단기 방문 또는 산업연수생 형태로 입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명목상 연수생이나 방문 인력이지만 공장 등에 배치돼 노동에 종사하는 방식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D 씨는 "다른 형태로 입국하는 건 관찰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중국 내 북한 노동자 임금이 과거보다 상승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사진은 지난 3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상원세멘트연합기업소를 방문해 노동자들이 박수쳤던 모습. /조선중앙TV 갈무리, 뉴시스
전문가들은 최근 중국 내 북한 노동자 임금이 과거보다 상승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사진은 지난 3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상원세멘트연합기업소를 방문해 노동자들이 박수쳤던 모습. /조선중앙TV 갈무리, 뉴시스

전문가들은 최근 중국 내 북한 노동자 임금이 과거보다 상승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정은이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이 지난 5월 한국개발연구원(KDI)을 통해 발표한 '북한 해외 파견 노동시장의 변화와 노동자 행위성: 중국-러시아 비교 분석'에 따르면 중국 사업가들이 지급하는 북한 노동자 임금은 코로나19 이전 월 2000위안(한화 약 44만 5360원) 수준에서 최근 3500위안 수준까지 상승했다. 이는 현지 노동력 부족과 북·러 협력 확대에 따른 인력 재배치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결과로 분석된다.

정 실장은 해당 자료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특수로 러시아 내 노동력이 부족해지고 임금이 상승하자 북·러 밀착을 계기로 다수의 북한 노동자가 러시아로 파견되고 기존 북한 노동자를 고용해 오던 중국 측이 공급 부족에 직면하면서 임금 조정이 불가피해졌다는 설명"이라고 적었다.

이어 "향후 남북 노동 협력이 어떤 형태로 재개되든 과거의 임금 수준과 과거의 노동 관리 방식을 그대로 기준점으로 삼는 접근은 시장환경의 변화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며 "이러한 변화가 어떤 방향으로 얼마나 빠르게 진행될지, 북한의 정치적 판단이 어떤 방식으로 재설정될지는 추가 관찰이 필요한 영역"이라고 덧붙였다.

upjs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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