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국회=정채영·김시형 기자] 지역정당을 인정하지 않는 현행 정당법 조항의 위헌 여부가 다시 헌법재판소 심판대에 오른다. 정당 등록을 신청했다가 거부당한 서울탈시설장애인당이 새로운 기본권 침해 상황을 근거로 헌법소원을 청구하기로 하면서다.
27일 <더팩트> 취채에 따르면 서울탈시설장애인당은 오는 28일 정당법상 지역정당 등록을 제한하는 정당법 제3조·제4조·제9조·제17조·제18조 등에 대한 헌법소원을 청구할 예정이다.
현행 정당법은 정당 등록 요건으로 전국 5개 이상의 시·도당 설치와 각 시·도당별 1000명 이상의 당원 확보를 규정하고 있다. 사실상 전국 단위 조직을 갖춘 정당만 등록할 수 있도록 한 구조다.
서울탈시설장애인당은 지난 7일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에 정당 등록을 신청했으나, 현행 정당법상 지역정당에 관한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등록이 거부됐다. 이들은 지역 기반 정당 설립 자체가 원천적으로 제한되면서 정치결사의 자유와 정치 참여권이 침해됐다고 보고 이번 헌법소원 청구에 나섰다.
앞서 헌재는 지난 2006년 '5개 이상 시·도당 설치'와 '시·도당별 1000명 이상 당원 확보' 요건에 대해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당시 헌재는 정당이 전국적 차원의 정치적 의사 형성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고 봤다. 또 지역정당을 허용할 경우 지역주의 심화와 정치적 분열을 초래할 수 있어 지역정당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후 은평민들레당·직접행동 영등포당·과천시민정치당 등 지역정당 네트워크는 2021년 같은 취지의 헌법소원을 제기했으나, 헌재는 2023년 재판관 5대4 의견으로 이를 기각했다.
헌재의 위헌 결정에는 재판관 6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해 최종적으로는 합헌 결정이 유지됐으나, 사실상 절반 이상의 재판관이 위헌 의견을 내놓으면서 지역정당 허용 논의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나왔다.
위헌 의견을 낸 재판관 5명은 지방자치 확대와 정보통신기술 발달 등 사회 변화 속에서 전국정당만을 유일한 정당 형태로 강제하기 어렵다며 지역정당을 허용해야 한다고 봤다. 또 "모든 정당이 전국 규모일 필요는 없다"며 현행 제도가 시민의 정치결사의 자유와 풀뿌리 정치 참여를 과도하게 제한하고 있다고 봤다.
헌법소원은 새로운 기본권 침해 상황이나 사정 변경이 발생할 경우 재청구가 가능하다.
이에 서울탈시설장애인당 측이 이번 헌법소원의 청구인으로 나설 예정이다. 지역정당 네트워크도 이번 청구 과정에 함께 참여한다.
헌재가 해당 조항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릴 경우 지역정당의 제도권 진입 논의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탈설장애인당은 "가장 많이 배제돼온 사람이 가장 먼저 대표되는 정치를 지향한다"며 "중증장애인 당사자가 직접 정치결사의 자유를 행사하는 것이 존재 이유"라고 헌법소원 제기 이유를 밝혔다.
지역정당 네트워크는 "지역정당과 의제정당 역시 주민과 당사자의 자발적 조직을 통해 정치적 의사 형성에 참여하고 있다"며 "현행 정당법은 이러한 정치 결사를 원천적으로 배제함으로써 정당 설립·가입·활동의 자유는 물론 정치적 표현의 자유까지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