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안산=신진환 기자] "이번엔 관심이 안 가더라고. 아마 주민 대부분이 그럴 거야."
석가탄신일 연휴 마지막 날인 25일, 수도권 전철 4호선 상록수역 인근에서 쉬고 있던 70대 정모 씨가 <더팩트>와 만나 한 말이다. '공석인 지역구 국회의원을 뽑는 중요한 선거인데 왜 관심을 두지 않나'라는 물음에 정 씨는 무심한 듯 속내를 털어놨다. "아, 글쎄 마음에 드는 인물이 없잖아. 다 그놈들이 그놈들이야." 각 정당의 후보에 대한 기대가 작고 정치에 대한 불신이 깊어 보였다.
경기 안산갑은 전통적으로 민주당이 강세를 보이는 선거구다. 상록구 본오동·사동·사이동·해양동·반월동에 해당하는 이 지역은 전해철 전 민주당 의원이 당시 상록갑이었던 현 선거구에서 내리 3선(19~21대)에 성공했었고, 2024년 실시된 22대 총선에서는 양문석 전 민주당 의원이 선출된 곳이다. 동시에 양 전 의원이 대출 사기 등 혐의로 유죄를 확정받아 의원직을 잃으면서 오는 6·3 지방선거에서 재선거가 치러지는 지역구다.
격전지로 꼽히는 해당 지역구에서 청와대 디지털소통비서관을 지냈던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안산시의회 의장을 역임했던 김석훈 국민의힘 후보, 안산시의원 출신 문인수 개혁신당 후보(기호순)가 격돌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사실상 김남국 후보와 김석훈 후보의 양자구도라는 평가가 많다. 관심사는 재보궐 선거 책임이 있는 민주당의 수성 여부다. 민주당은 그 중책을 이재명 대통령의 최측근인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배제하고 마찬가지로 '친명'(친이재명) 김 후보에게 맡겼다.
이날 만난 유권자들은 김남국 후보에 대해 먼저 '가상자산(코인)' 이미지를 떠올렸다. 여대생 이모 씨는 "과거 코인 논란으로 한창 시끄러웠던 기억이 있다"라면서 "아직 누구를 선택할지 결정하지 않았지만 코인 부분은 투표할 때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여대생 한모 씨도 "김남국 후보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코인"이라며 "(당시)좋은 뉴스가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라고만 언급했다.

자영업자 50대 김모 씨는 "국회의원이 자기 지갑 좀 불려보겠다며 (상임위원회) 회의 시간에 핸드폰으로 코인을 거래했던 모습을 뉴스로 봤던 게 눈에 선하다"라면서 "민주당을 지지하고 싶은데 후보에서 좀 걸리는 게 있다"라고 토로했다. 무직의 60대 강모 씨는 "자꾸 당만 보고 찍으면 발전이 없다"라고 쓴소리했고, 본오동 토박이라는 30대 권모 씨는 "이번 선거는 선택의 폭이 너무 좁은 선거 같다"라면서도 "그래도 민주당을 뽑을지 고민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김남국 후보는 2023년 5월 거액의 가상자산 보유·거래 논란에 휩싸여 민주당을 탈당했다가, 22대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이 비례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과 합당하면서 민주당 위성정당으로 갔던 김남국 후보는 자연스럽게 복당됐다. 90억 원 상당의 코인 보유 사실을 숨긴 채 국회에 허위로 재산을 신고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던 김 후보는 지난해 8월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검찰의 상고 포기로 무죄 판결이 확정됐다.
첫 국회 입성을 노리는 김석훈 후보는 상대적으로 낮은 인지도가 약점으로 보였다. <더팩트>가 만난 유권자 대부분은 "누군지 잘 모르겠다" "처음 보는 얼굴이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후보 개인의 신상에 대한 것일 뿐 선거 자체에 대해서 별 관심이 없었다. 반월역 인근에서 만난 50대 여성은 "반월역에 인사하러 나온 후보들을 보긴 봤다. 공약집을 좀 보고 남편과 투표는 하겠지만, 따로 선거나 정치 얘기를 하는 편은 아니"라면서 "특별히 지지하는 후보나 정당은 없다"라고 했다.
후보보다 정당을 지적하는 유권자도 있었다. 택시기사 70대 정모 씨는 "김석훈 후보에게 기회를 주고 싶은 생각도 있는데 (국민의힘에서) 서로 자기 잘났다고 싸우는 게 한심하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정부가 고유가 피해지원금) 예산을 막 뿌려대고 (민주당이) 마음대로 법 고치고 하는 건 잘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학생 정모 씨는 "계엄에 대한 안 좋은 인식이 남아 있고, 계엄 사과를 두고 말이 많았던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반감이 있다"라고 말했다.
상록수역 인근에 있는 두 후보의 캠프는 한산하고 조용했다. 김남국 후보 캠프 관계자는 <더팩트>와 만나 '분위기는 어떤가'라는 말에 "열심히 하고 있다"라면서 말을 아꼈다. 김석훈 후보는 "바닥을 훑으며 만난 유권자들은 제 애절한 마음을 아신다. 이번 선거를 이길 수 있다고 본다"라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모두 전략공천을 선택했다. 잠잠한 선거 분위기와 유권자들의 무관심 속 어떤 후보가 새 일꾼으로 뽑힐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