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내고향' 北으로…선수단, 이야기 나누며 웃음 짓기도
  • 김정수 기자
  • 입력: 2026.05.24 16:16 / 수정: 2026.05.24 17:03
17일 입국 당시와는 분위기 사뭇 달라
시민단체 연호에 일부 선수 고개 돌려
취재진 질의엔 굳은 표정으로 묵묵부답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AWCL)에서 우승한 북한 여자축구팀 내고향여자축구단이 24일 인천국제공항을 떠났다. 선수단끼리는 이야기를 나누며 웃음을 짓기도 했다. 시민단체의 연호에 고개를 돌려본 선수도 있었다. /인천국제공항=김성렬 기자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AWCL)에서 우승한 북한 여자축구팀 내고향여자축구단이 24일 인천국제공항을 떠났다. 선수단끼리는 이야기를 나누며 웃음을 짓기도 했다. 시민단체의 연호에 고개를 돌려본 선수도 있었다. /인천국제공항=김성렬 기자

[더팩트ㅣ인천국제공항=김정수 기자]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AWCL)에서 우승한 북한 여자축구팀 내고향여자축구단이 24일 인천국제공항을 떠났다. 입국 당시와 마찬가지로 대부분 굳은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선수단끼리는 이야기를 나누며 웃음을 짓기도 했다. 시민단체의 연호에 고개를 돌려본 선수도 있었다.

내고향여자축구단은 이날 경기도 수원에 있는 한 호텔에서 버스를 타고 출발해 오후 1시 55분께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옷차림은 입국 때와 비슷한 검은색 계열 정장으로, 왼쪽 가슴에는 김일성·김정일 배지를 부착하고 있었다. 35명으로 구성된 선수단은 공항 3층 출국장을 통해 보안통제선이 설치된 길을 따라 체크인 카운터로 향했다.

선수단이 모습을 드러내자 자주통일평화연대 등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내고향축구단 여러분 안녕히 가십시오' 등의 플래카드를 들고 "내고향여자축구단 또 만나요"라고 외쳤다. 이같은 연호에 일부 선수는 고개를 돌려 단체를 바라보기도 했다. 지난 17일 입국할 당시 단체들의 환영에도 정면만 바라봤던 모습과 상반된 순간이었다.

체크인 카운터로 향한 선수단은 수속 절차를 밟는 과정에서 여권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확인 과정을 기다리는 선수단끼리는 대화를 나누며 웃음을 짓기도 했다. 이 역시 입국 당시에는 포착된 적 없는 모습이었다. 다만 선수단은 '결승전을 마치고 무엇을 했나' '경기장과 공항에 응원하러 온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없나' 등 취재진의 질의에는 답하지 않았다.

북한 관영매체들은 이날 내고향여자축구단의 우승 소식을 일제히 전했다. 다만 결승전이 수원종합운동장에서 개최됐다거나 남북공동응원단의 응원이 있었다는 점은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인천국제공항=김성렬 기자
북한 관영매체들은 이날 내고향여자축구단의 우승 소식을 일제히 전했다. 다만 결승전이 수원종합운동장에서 개최됐다거나 남북공동응원단의 응원이 있었다는 점은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인천국제공항=김성렬 기자

선수단 출국에 공항이 일부 통제되자 시민들도 주변을 기웃거리며 상황을 지켜봤다. 박 모 씨(41)는 "경찰들이 쫙 깔려서 무슨 일인가 했는데 북한 여자축구팀이 오늘 떠난다고 하더라"라며 "북한 사람은 처음 보는데 신기하기도 했고, 워낙 (남북이) 사이가 안 좋아서 뭐라고 얘기는 못 하겠지만, 스포츠처럼 서로 할 수 있는 건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선수단은 이날 오후 인천공항에서 중국 베이징으로 떠나는 비행길을 통해 북한으로 돌아간다.

앞서 내고향여자축구단은 전날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AFC AWCL 결승전에서 도쿄 베르디를 1:0으로 꺾고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지난 20일 같은 장소에서 개최된 준결승전에서는 수원FC 위민을 2:1로 꺾었다.

북한 관영매체들은 이날 내고향여자축구단의 우승 소식을 일제히 전했다. 다만 결승전이 수원종합운동장에서 개최됐다거나 남북공동응원단의 응원이 있었다는 점은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북한 선수단이 스포츠 대회 참가를 위해 한국을 찾은 건 지난 2018년 12월 인천 국제탁구연맹(ITTF) 월드투어 그랜드파이널스 이후 8년 만이다. 북한 여자 축구팀으로서는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이후 12년 만이다.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 선언 이후로는 처음이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이날 페이스북에 내고향여자축구단이 귀국길에 올랐다며 "이번 대회가 바늘구멍만큼일지라도 남북 간 작은 신뢰의 가능성을 엿보는 좋은 선례가 되었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어 "작은 일이 없으면 큰 일을 만들지 못한다"며 "그렇게 조금씩 서로에게 다가서다 보면, 언젠가는 다시 웃으며 악수하고, 넘어진 상대편을 일으켜 세워주는 '보통의 날'이 올 것이라고 믿는다"고 했다.

js8814@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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