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하남=정채영 기자] "제게는 46명의 동료 의원이 있습니다."
충무공 이순신의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있습니다"라는 말을 빌리면, 경기 하남갑에 도전한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는 지역 현안을 함께 풀 46명의 '동료 의원'이 있는 셈이다. 하남의 숙원 사업이나 굵직한 현안을 혼자 힘으로 풀겠다는 것이 아니라, 국회 안의 자원을 끌어모아 도시의 해법을 만들겠다는 것이 그의 구상이다. 철도와 교육, 생활권 통합처럼 상임위원회와 예산 심사를 거쳐야 하는 과제가 많은 만큼, 그는 '힘 있는 후보'의 의미를 개인의 정치력보다 함께 움직일 수 있는 네트워크에서 찾고 있었다.
20일 <더팩트>와 만난 이 후보는 의원 개인의 역량보다 국회 내 협업 구조를 앞세웠다. 그는 "하남의 산적한 현안을 혼자 해결할 수는 없다"며 "국회에 지원을 요청했고, 46명의 국회의원이 자원했다"고 말했다. 이어 "철도, 교육 등 분과별로 나눠 계속 면담하고 있다"며 "이후 상임위원회 차원의 공청회를 열어 문제를 분명히 한 뒤 예산과 법률로 이어가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하남 시민들이 이 후보에게 가장 많이 토로하는 분야는 '교육'과 '철도'다. 위례신도시 생활권 통합, 과밀학급, 철도망 확충 등은 모두 지역 민원에 그치지 않고 국회 논의와 정부 예산으로 이어져야 하는 사안이다. 그는 하남의 문제를 지역 안에 가둬두지 않고, 해당 상임위 의원들이 직접 듣고 판단하는 의제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봤다. 지역에서는 그가 원내 입성 후 교육위원회나 국토교통위원회에서 현안을 직접 챙기길 바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외교통일위원장까지 지낸 중진 정치인이라는 점에서, 단순한 지역구 의원을 넘어 정부와 국회를 연결하는 역할을 해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깔려 있다.
그가 현장 간담회에 다른 의원들을 부르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지역 주민의 말을 함께 들은 의원들에게 하남의 현안은 더 이상 '남의 지역구 일'이 아니게 된다. 3선 의원 출신인 그는 지역에서 예산을 확보하더라도 상임위를 통과해야 하고, 법을 만들어도 해당 상임위로 넘어가야 하는 현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래서 하남의 문제를 먼저 국회 안의 문제로 만드는 것이 출발점이라고 보고 있다.
물론 그를 향한 시선이 기대만으로 채워진 것은 아니다. 이 후보는 하남에서 '철새'라는 냉혹한 평가도 마주하고 있다. 오랜 시간 '강원의 아들'이라는 타이틀로 불렸던 그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우상호 민주당 강원도지사 후보에게 자리를 양보한 뒤 하남이라는 새 터전에 도전장을 냈다. 지역 연고가 약하다는 지적은 그가 넘어야 할 첫 번째 문턱이다. 그도 이곳이 그에게 만만한 땅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다만 이 후보는 하남을 '대한민국의 기회의 땅이자 희망의 땅'이라고 규정했다. 정치인이 일한 만큼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가능성이 큰 도시라는 의미다. 그는 "정치인이 일한 만큼 변화를 꾀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많은 땅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기본적으로 험지이기도 하다"고 인정했다.
정치적 지역은 바뀌었지만, 그가 내세우는 경쟁력은 여전히 '일의 경험'이다. 강원에서 쌓은 성공과 실패의 경험을 하남의 문제 해결에 옮겨오겠다는 것이다. 과밀학급 같은 과제는 그가 이미 한 차례 부딪혀 본 문제이기도 하다. 이 후보는 그 예시로 원주~강릉 철도를 만든 경험은 하남의 철도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적용할 수 있다고 봤다. 기업도시와 혁신도시를 만든 경험은 하남의 신도시 문제에 대입할 계획이다.
특히 이 후보는 과거 신도시 조성 과정에서 과밀학급 문제가 발생했던 점을 반성해야 할 대목으로 꼽았다. 당시 그는 학군 조정을 통해 문제를 풀었지만, 하남이 미래 도시로 가기 위해서는 그런 시행착오까지 함께 극복해야 한다고 봤다.
그는 하남을 신도시는 신도시대로 잇고, 원도심은 원도심대로 끌어올리는 '함께 진화하는 도시'로 만들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이를 위해서는 구도심 재정비가 핵심 과제다. 이 후보는 시청과 법원, 전통시장이 있는 신장동을 행정과 생활이 만나는 원도심의 중심축으로 보고 있다. 단순 재개발이 아니라 도서관·문화시설·청년 창업 공간과 시장·골목 상권을 하나의 동선으로 연결하고, 주한미군이 사용하다 반환한 하산곡동 캠프 콜번 부지와 국공유지를 일자리·교육·문화 인프라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신도시와 원도심을 '두 개의 하남'이 아닌 '하나의 하남'으로 묶겠다는 취지다.
신장시장 등 전통시장의 시설 개선은 그 출발점이다. 이 후보는 신장시장 일부 건물에서 비가 오면 물이 샌다는 지적에 대해 단순한 불편이 아니라 안전과 생계의 문제로 봤다. 그는 누수·전기·소방·주차 등 안전 인프라를 우선 정비하고, 노후 아케이드와 화장실·공용시설 개선을 전통시장 시설현대화·주차환경개선 사업과 연계해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그의 구상은 단순 보수에 머물지 않는다. 이 후보는 전통시장이 다시 살아나려면 시장 안만 고쳐서는 부족하다고 봤다. 디지털 결제와 온라인 주문·배달 인프라, 청년 상인 유입, 골목 식당·카페와 연결되는 거리 기획까지 함께 가야 한다는 것이다. 원도심 전체의 흐름이 시장으로 들어오게 만드는 것이 정치의 역할이라는 설명이다.

주변에서는 이 후보를 네거티브 선거를 극도로 싫어하는 'FM'이라고 평가한다. 원칙을 중요시한다는 이유에서다. 선거도 마찬가지다. 공명선거, 정책 선거를 지향하고 있다는 게 캠프 측의 설명이다. 최근 지방선거를 앞두고 후보 간 공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이 후보 캠프는 상대 후보의 과오를 캐는 데 선거의 초점을 맞추지 않겠다고 한다. 상대를 공격하는 데 시간을 쓰기보다 시민을 만나는 데 써야 한다는 것이 그의 오랜 신념이다.
그가 네거티브 선거를 경계하는 이유는 단지 선거 전략 차원이 아니다. 네거티브가 단기적으로는 진영을 결집할 수 있어도, 길게 보면 정치 자체를 작아지게 만든다는 판단에서다. 이 후보는 "시민의 피로감은 투표 외면으로, 투표 외면은 지역 발전의 정체로 이어진다"며 "선거에서 서로를 너무 깊이 찌르고 나면, 정작 일을 해야 할 때 정부·국회·야당과 마주 앉을 자리가 사라진다"고 말했다.
정정당당하게, 상대를 공격하기보다 현장을 더 뛰겠다는 그의 방식은 마지막 호소에도 이어졌다. 그는 하남을 자신의 땀으로 적시겠다는 각오다. 하남과의 짧은 인연을 말이 아닌 일로 증명하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 후보는 "이번 선거는 일꾼을 뽑는 선거"라며 "과거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힘 있는 사람이 필요하고,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서도 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자신의 경험과 46명 의원단의 힘으로 하남의 현안을 풀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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