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김정수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여자축구팀 방남 시기에 맞춰 두 국가 제도화 후속 조치에 나섰다. 전군 사단·여단 지휘관을 불러 모아 '남부 국경' 강화를 지시한 것이. 북한 선수단의 방남을 계기로 남북 관계 개선의 실마리를 모색하고자 하는 정부의 의지를 차단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18일 북한 대외매체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전날 전군 사·여단장 회합을 소집했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이 이들을 한꺼번에 불러모은 건 집권 이후 처음있는 일이다. 통신은 이같은 자리에서 김 위원장이 "일련의 중요 군사 문제들"과 "현시기 군사정치 과업 수행에서 제기되는 주요 방향"을 말했다고 전했다.
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현대전의 변화되는 양상과 우리 군대의 발전 추이에 맞게 훈련 체계를 정비"하고 "군사편제적으로, 군사기술적으로 갱신하기 위한 기구적 대책"을 강조했다. 또 "군사 기술장비들이 급속한 속도로 현대화되는 데 맞게 모든 공간에서의 작전 개념을 새롭게 정의"하라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특히 남부 국경을 지키고 있는 제1선 부대들을 강화하고 국경선을 난공불락의 요새로 만들 데 대한 우리 당의 영토방위정책"을 언급했다. 김 위원장이 지시한 일련의 조치가 두 국가 제도화에 따른 남부 국경선 강화와 연계돼 있는 셈이다.
공교롭게도 김 위원장의 이번 행보는 북한 여자축구팀 내고향여자축구단의 방남 시기와 일치한다. 앞서 내고향축구단은 전날 오후 인천국제공항에 입국했다. 축구단은 오는 20일 수원FC위민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개최되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AWCL) 4강전을 치른다.

정부는 북한 선수단으로서 8년 만이자 북한 여자축구팀으로서는 12년 만에, 또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 선언 이후 이뤄진 첫 북측 인사의 이번 방남에 주목하고 있다. 공개적으로는 국제 대회의 안정적 운영을 지원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이를 계기로 한 관계 개선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다만 김 위원장이 축구단 방남 일정에 맞춰 전군 지휘관을 모아 남북 국경 강화 조치를 지시한 건 '남북은 철저한 두 국가'라는 점을 대내외에 확고히 했다는 평가다. 축구단이 입국할 당시 남북교류협력법에 따른 방문증명서가 아닌 여권을 제시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같은 날 군사적으로는 남부 국경선과 주적 의식 강화를 외치고, 스포츠 측면에서는 남한을 국제 대회의 상대국으로 취급해 입국했다"며 "북한 선수단이 환영단의 환호나 취재진의 질문에 일절 묵묵부답으로 일관한 것도 이러한 '철저한 타인화' 지침의 연장선"이라고 분석했다.
정부는 이에 대한 언급은 아끼고 대회 지원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윤민호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시기와 관련한 질의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밝혔다. 북한의 두 국가 의도와 관련해서도 "그렇게까지 볼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고 답했다. 대신 내고향여자축구단의 방남에 대해 "이번 대회가 국제 대회의 취지에 맞게 안전하고 편안하게 치러질 수 있도록 지원해 나간다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은 헌법에 '남쪽으로 대한민국과 접하고 있는 영토와 그에 기초하여 설정된 영해와 영공을 포함한다'는 영토 조항을 신설한 뒤, 남부 국경 강화에 나서고 있다. 지난 6일에는 김 위원장이 중요군수공업기업소를 방문해 서울을 사정권에 둘 수 있는 '신형 155㎜ 자행평곡사포'를 연내 남부 국경에 배치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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