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국회=정채영·서다빈 기자]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를 둘러싼 논란으로 민주당의 6·3 지방선거 전략에도 비상이 걸렸다. 서울시장 선거는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승부처로 꼽힌다. 서울에서 밀릴 경우 전국 판세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앞서 칸쿤 출장 의혹 등 논란에 휩싸였던 정 후보를 둘러싼 검증 공방은 과거 폭행 전과 해명 문제로 다시 불이 붙었다.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캠프의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재섭 의원이 폭행 의혹을 제기하면서다. 김 의원은 13일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1995년 양천구의회 속기록을 공개하며 당시 양천구청장 비서로 근무하던 정 후보가 국회의원 보좌관 이모 씨와 언쟁을 벌이던 중 이 씨와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을 폭행한 혐의로 벌금 300만 원을 선고받았다고 주장했다.
속기록에 따르면 양천구청장의 비서실장과 비서인 정 후보는 카페에서 술을 15만 원 상당을 마신 뒤 업주에게 여종업원과 외박을 요구했고, 업주가 이를 거절하자 두 사람은 "앞으로 영업을 다 해 먹을 것이냐"는 등으로 협박했다. 정 후보가 업주와 말다툼을 하던 중 옆좌석에서 술을 마시고 있던 이 씨가 이를 만류하자 이 씨에게 폭행해 상해를 입혔다는 내용도 적시돼 있다.

이에 정 후보는 5·18 민주화운동을 두고 벌어진 인식 차이로 다퉜다고 해명했으나 김 의원은 "정 후보의 폭행 전과는 5·18 민주화운동에 관한 인식의 차이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며 "술을 마신 뒤 주인에게 여종업원과의 외박을 강요했다. 그야말로 지저분한 '주폭'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본인의 추잡한 폭행 전과를 5·18 민주화운동으로 포장해 국민을 속여온 것인가"라며 "계속 거짓 해명으로 일관한다면 추가 자료와 함께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경고했다.
정 후보 측도 이날 김 의원을 공직선거법상 낙선목적 허위사실공표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맞섰다. 김 의원이 양천구의회 속기록을 객관적 사실관계가 확인된 자료처럼 제시했지만, 속기록은 회의 참석자의 발화를 그대로 기록한 문서일 뿐 수사기관 조서나 판결문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김 의원이 제기한 '여종업원 외박 요구' 의혹에 대해서도 사실관계가 확인된 내용이 아닌 당시 구의원의 일방적 발언을 반복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 후보 측은 이와 함께 당시 기사와 판결문을 공개하기도 했다. 1995년 10월 13일 자 한국일보는 양천경찰서가 양천구청장 비서실장 김모 씨와 비서관 정 후보를 폭력 및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구속했다고 보도하면서, 이들이 여당 국회의원 비서관 이모 씨와 "6·27 선거와 5·18 관련자 처벌문제"를 놓고 말다툼을 벌이다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해당 보도에는 출동 경찰관과 주민에게도 폭행을 가했다는 혐의 내용이 함께 담겼다.
정 후보는 "이 사건은 불구속 입건 후 벌금으로 종결됐다. 사건 직후 당사자들께도 사과드리고 용서를 받았으며 화해로 마무리됐다"며 "이 일을 제 삶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이며, 지금까지도 당시의 미숙함을 반성하는 반면교사로 삼고 있다"고 고개숙였다.

정 후보의 공약 발표 방식도 논란이 됐다. 정 후보는 지난 8일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공약 발표 당시 준비된 원고를 읽은 뒤 세부 설명을 관계자에게 넘겼다. 이 과정에서 한 관계자가 정 후보에게 "직접 설명하시는 모습도 좀 있어야 된다"고 말하는 장면이 카메라에 포착되면서, 후보가 정책 메시지를 직접 설명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13일 열린 공약 설명 기자회견에서도 정 후보의 태도가 도마에 올랐다. 국회를 찾은 정 후보는 회견 직후 기자들과 만나 '김재섭 의원이 제기한 폭행 전과 거짓 해명 의혹' 관련 질문을 받았지만, 이해식·오기형 의원이 "해명자료를 냈다"며 대신 답변에 나섰다. 이에 일부 취재진은 "이럴 거면 기자회견을 왜 하는 것이냐", "후보의 말을 직접 듣고 싶다", "매번 민감한 질문을 피하면 안 된다"고 항의했지만, 정 후보는 별다른 답변 없이 회견장을 빠져나갔다.
당초 오 후보에 크게 앞섰던 여론조사 흐름도 정 후보에 낙관적이지 않은 상황이다. 12일 펜앤마이크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여론조사공정(주)에 의뢰해 지난 10~11일 서울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시장 적임자로 정 후보가 44.7%, 오 후보가 42.6%로 파악됐다. 두 후보가 오차범위(±3.5%포인트) 내에서 접전을 벌이고 있다.
서울시장 선거가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승부처라는 점에서 정 후보 리스크는 민주당 전체 선거 전략의 부담으로 번질 수 있다. 민주당은 정 후보의 구청장 행정 경험과 생활 행정 이미지를 앞세워 서울 탈환을 노렸지만, 후보 검증 논란이 이어질 경우 선거 프레임은 오세훈 시정 평가나 서울 정책 경쟁이 아니라 정 후보의 자질과 신뢰성 문제로 옮겨갈 가능성이 크다.
한 민주당 초선 의원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아직 당 차원에서 입장이 완전히 정리된 것 같지는 않다"면서도 "김 의원이 제기한 내용에 대해서는 고발 방침을 밝힌 것 아니냐. 회의록에 정확하지 않은 사실관계가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충청권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한 의원은 통화에서 "서울은 중요한 지역인만큼 논란이 더 커지기 전에 당 차원에서 정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일축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언론 대응이나 공개 질의에 적극적으로 답하지 않는 이른바 ‘침묵 전략’으로 본인 스스로 정원오 리스크를 최소화하려는 모습까지 보이고 있다"며 "오히려 후보 본인의 발언과 대응이 선거에 부담이 되고 있는 모양새"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부동산 정책 논란과 공소취소 관련 이슈, 여기에 김용범 정책실장 리스크까지 겹치면서 중도층 표심이 다시 오세훈 후보 쪽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 같다"며 "최근 여러 상황을 보면 후보 개인의 설화와 미숙한 정무 대응이 선거판 전체에 부담을 키우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는 무선 ARS(100%)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응답률은 5.7%,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5%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