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흥규 "미중정상회담, 충돌보다 거래…트럼프에 필요한 건 중국"
  • 정소영, 김정수 기자
  • 입력: 2026.05.12 00:00 / 수정: 2026.05.12 00:00
"인플레·선거 부담에 중국 필요성 커져"
"대만 문제 일정 부분 美 수용 가능성"
"한미동맹, 미국 리스크…전략 전환해야"
지난 8일 경기 수원시 아주대학교에서 <더팩트>와 만난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 소장은 오는 14일 열릴 미중 정상회담을 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급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수원=남윤호 기자
지난 8일 경기 수원시 아주대학교에서 <더팩트>와 만난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 소장은 오는 14일 열릴 미중 정상회담을 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급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수원=남윤호 기자

[더팩트ㅣ수원=김정수·정소영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13일 중국 베이징에 도착해 14일부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연이틀 정상회담에 나선다.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방문은 2017년 11월 이후 8년 6개월 만이다. 미중 간 무역·관세 현안과 대만 문제 등이 회담 테이블에 오를지 관심이 쏠린다.

지난 8일 경기 수원시 아주대학교에서 <더팩트>와 만난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 소장은 이번 회담을 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급한 상황"이라며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인플레이션을 안정시켜야 하는데 이를 도울 수 있는 나라는 중국뿐"이라고 짚었다. 이어 "미국은 중국으로부터 희토류와 제조업 공급망 등에서 안정적인 수출·공급 약속을 받아내야 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김 소장은 미중 전략 경쟁의 성격 자체가 과거와는 달라졌다고 진단했다. 그는 "과거 미국의 대중 정책은 전략적 협력을 기반으로 경쟁을 병행하는 구조였다"며 "특히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기까지만 해도 협력이 기본 축이고 그 안에서 경쟁이 이뤄지는 형태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김 소장은 "트럼프 (1기) 행정부 들어 미중 관계를 노골적인 전략 경쟁 관계로 규정하기 시작했고 조 바이든 행정부 와서는 체제·가치·이념 경쟁 성격까지 더해졌다"며 "중국을 지속적으로 압박해 막대한 비용을 부담하게 만드는 전략은 과거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가 옛 소련을 압박했던 방식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김 소장은 1기 때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을 잘 몰랐다며 중국이 쉽지 않고 만만한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트럼프 대통령이 깨달았다고 말했다. /남윤호 기자
김 소장은 "1기 때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을 잘 몰랐다"며 "중국이 쉽지 않고 만만한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트럼프 대통령이 깨달았다"고 말했다. /남윤호 기자

그는 트럼프 1기 행정부와 현재의 대중 접근법도 달라졌다고 봤다. 김 소장은 "1기 때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을 잘 몰랐다"며 "중국이 쉽지 않고 만만한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트럼프 대통령이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중국과 직접적인 충돌보다 제도적·체계적으로 중국의 체제 비용을 높이는 방식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김 소장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대중 전략 축으로 인공지능(AI) 패권 경쟁을 꼽았다. 그는 "현재 미국이 중국보다 우위를 점하고 있는 분야는 AI"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이 영역을 독점해 미중 전략 경쟁의 최종 승리를 거두겠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AI를 실용화시키면 중국을 이길 수 있다는게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같다"며 "그래서 이민자 등을 다 쫓아내는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김 소장은 대만 문제를 두고 "최근 미국 내 주요 전략 집단에서 '대만은 미국의 동맹이 아니다' '미국의 사활적 이익이 아니다'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며 "대만과 미국은 전통적 의미의 동맹은 아니라는 말도 나온다"고 언급했다.

김 소장은 "중국은 2005년 반국가분열법을 제정했다"며 "대만 독립 시도나 외부 세력의 개입이 있으면 중국 지도부가 반응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국 입장에서도 대만 문제는 상당한 부담 요인"이라며 "왕이 부장의 발언은 미국을 향해 대만 문제를 자극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해석했다. 앞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지난달 30일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과 통화에서 "대만 문제가 미중 관계의 최대 위험 요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소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일 것"이라며 "중국으로부터 얻어내야 할게 더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전망했다.

김 소장은 한미 관계에 대해선 (최근) 거래주의적인 관점에서 미국과 한국의 이해가 반드시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 드러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남윤호 기자
김 소장은 한미 관계에 대해선 "(최근) 거래주의적인 관점에서 미국과 한국의 이해가 반드시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 드러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남윤호 기자

반면 김 소장은 미중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의제가 다뤄질 가능성은 낮다고 내다봤다. 그는 "미중 모두 특정 국가가 양국 관계의 변수가 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소장은 왕이 부장의 방북을 두고 제기된 '북미 정상회담 사전 조율설'에 선을 그었다. 그는 "북미 정상회담이 실제 추진되는 수준이라면 왕이 부장의 방북만으로 조율이 이뤄지지는 않는다"며 "그 정도 사안이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직접 중국을 방문해 북미 협상 내용과 방향성을 중국 측과 사전에 공유하고 양해를 구하는 절차가 뒤따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왕이 부장의 방북은 북미 정상회담 조율보다는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이 긴장을 고조시키거나 돌발 행동에 나서지 않도록 관리하려는 성격이 더 강하다"고 덧붙였다.

김 소장은 한미동맹에 대해선 본질적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고 봤다. 그는 "과거 한미동맹은 공동의 이해와 운명을 공유하는 이익공동체 성격이 강했다"며 "한국은 미국의 자유주의 패권 질서 아래에서 미국과의 동맹에 사실상 모든 것을 걸어도 해결될 수 있다는 신뢰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최근) 거래주의적인 관점에서 미국과 한국의 이해가 반드시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 드러나고 있다"며 "과거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미국 리스크'가 이제는 존재한다는 걸 한국이 깨닫기 시작했다"고 짚었다.

실제 외교가에서는 최근 한미 간 현안 조율 과정에서도 이러한 기류가 감지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미국 측이 쿠팡 문제를 지속적으로 거론하고, 지난해 11월 발표된 한미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의 안보 분야 후속 협의에 적극 나서지 않는 배경에는 한국의 대미 투자 지연 문제가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 소장은 한미 현안과 관련해 과거에는 외교·안보 갈등이 있더라도 경제 관계는 별개로 유지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경제 문제를 안보와 연계해 압박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남윤호 기자
김 소장은 한미 현안과 관련해 "과거에는 외교·안보 갈등이 있더라도 경제 관계는 별개로 유지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경제 문제를 안보와 연계해 압박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남윤호 기자

김 소장은 한미 현안과 관련해 "과거에는 외교·안보 갈등이 있더라도 경제 관계는 별개로 유지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경제 문제를 안보와 연계해 압박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며 "영역 간 경계가 흐려지고 경제·안보 문제가 서로 쉽게 전이되는 구조가 현실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이 같은 흐름은 동맹의 신뢰성을 약화시킨다"며 "심지어 트럼프 대통령은 (타 국가에) 병력 철수 문제까지 압박 수단으로 거론해 한국 입장에서 상당히 곤혹스러운 부분"이라고 했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식 동맹관은 동맹국을 미국 안보에 의존하는 만큼 압박하기 쉬운 대상으로 바라보는 측면이 있다"며 "동맹국들에 더 가혹하고 직접적인 압박을 가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한국의 대응 전략으로 "강대국과 적대적 관계를 상정하지 않는 외교"를 주문했다. 김 소장은 "자강 의식을 바탕으로 스스로 역량을 강화하면서도 동맹과 국제 연대를 어떻게 결합할지 고민하는 전략적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한미동맹에만 의존하는 기존 방식만으로는 현재의 국제 질서를 헤쳐가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js8814@tf.co.kr

upjs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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