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국회=신진환 기자] 39년 만의 헌법 개정이 무산됐다. 개헌을 주도해 온 우원식 국회의장은 졸속 개헌에 동참할 수 없다며 끝까지 반대한 국민의힘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우 의장은 8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헌법 개정안을 상정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국민의힘이 개헌안에 대해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신청하자 "이렇게 필리버스터로 응답하는 걸 보니 더 이상의 의사 진행이 소용이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라며 개헌안을 상정하지 않았다.
우 의장은 "오는 6월 3일 개헌 국민투표 시행을 위한 절차는 오늘로써 중단됐다"라면서 "국민투표로 주권을 행사하기 위해 선거인단에 등록한 재외 국민 여러분, 관계 기관에도 유감의 뜻을 표하고 국회의장으로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매우 아쉽습니다. 정말 몹시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그는 "여야 간에 얼마든지 합의할 수 있는 내용의, 반대가 전혀가 전혀 없는 개헌안을 놓고도 개헌의 문을 열지 못했다"라며 "정략과 억지 주장을 끌어들여 39년 만에 개헌을 무산시킨 국민의힘에 강력한 유감을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라규 규탄했다.
국민의힘을 제외한 여야 6당(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진보당·개혁신당·사회민주당·기본소득당)이 발의한 개헌안은 5·18 민주화운동 정신과 부마항쟁을 헌법전문에 반영하고, 국가의 지역균형발전 책임과 비상계엄에 대한 국회의 통제권을 강화한 내용이 핵심이다.
우 의장은 "이번 개헌안은 전부 국민의힘이 국민께 약속했던 내용들"이라면서 "국민의힘은 졸속 개헌이라고 하는데 그동안 의장이 숱하게 제안했다. 그때마다 거부하고 대답하지 않은 것이 국민의힘"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국민의힘은 가까스로 만든 개헌 기회를 걷어찼을뿐만이 아니라 공당으로서 국민께 한 약속을 실천하는 책임도 같이 걷어찬 것"이라면서 "불법 계엄을 반성한다 반대한다고 한 소리는 다 어디로 간 건가"라고 직격했다.
우 의장은 이어 "불법 계엄 불법 계엄을 꿈도 못 꾸게 하는 개헌을 필리버스터까지 걸면서 이러고도 법원이 내란 우두머리로 선고한 무기를 선고한 윤석열 전 대통령과 절연했다는 절연하지 못했다는 세간의 의심과 비판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되물으면서 "부끄럽고 두렵게 여기기를 바란다"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여야가 함께 국회 개헌특위를 구성해 헌법전문부터 권력구조까지 종합적으로 개헌을 논의하자고 제안한 것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했다. 우 의장은 "제가 3월 10일 다시 개헌 제안 긴급 기자회견을 하면서 17일까지 개헌특위를 구성하자고 제안했지만 (국민의힘은) 그것도 거부했다"라고 질타했다.
우 의장은 "비록 이번 (개헌) 기회는 놓쳤지만 출발선은 좀 더 가까워졌다"라며 "헌법 불합치 판정 후 근 12년 만에 국민투표법을 개정해 개헌의 절차적 걸림돌을 해소했고, 전부 아니면 전무였던 전면 개헌 방식 대신에 합의되는 만큼 매듭을 풀어가는 단계적 개헌에도 공감대가 만들어졌다"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그는 "이번 결과로 역시 개헌은 안 되는 일 이라고 하는 인식이 더 굳어져서는 안 된다"라면서 "그동안 의장이 수차례에 걸쳐 요청했지만 불발되었던 개헌 특위를 후반기에는 반드시 구성하기 바란다"라고 강조했다. 발언을 마친 뒤 산회를 선포하며 강하게 의사봉을 내리쳤다. 격앙된 감정이 드러난 장면이었다.
국회는 전날 본회의에서 개헌안을 상정해 표결을 진행했지만 의결정족수인 재적의원(286명)의 3분의 2 이상(191명)에 미치지 못해 투표 자체가 불성립됐다. 지방선거용 '정치 이벤트'에 불과한 졸속 개헌에 동참할 수 없다며 반대 당론을 정한 국민의힘 의원 106명은 모두 불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