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국회=이태훈 기자] "기계적 중립에 종속돼 끌려다니지 않겠다. 강하면서도 국민이 바라는 일을 하는, 입법부의 기강을 세우는 국회의장이 되려 한다."
22대 국회 후반기 국회의장 경선에 출마하는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각오는 이처럼 분명했다. 국회 '큰형님'으로서 여야 협치를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으면서도, 야당이 '발목잡기'를 시도할 경우 단호히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박 의원은 지난 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한 <더팩트>와 인터뷰에서 "전 세계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의장은 '어른'이 한다"며 "행정·입법·정보 등 다분야에서 쌓아온 경험·경륜을 나라와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사용하고 아름답게 정치를 끝내려 한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여야가 서로를 악마화하는 작금의 정치 상황에 대해 "지금의 정치는 안 된다. 정치를 살려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저는 협치를 통해 화물연대 파업과 철도 파업 등 나라 전체를 떠들썩하게 했던 일을 해결해 본 경험,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한 경험도 있다"며 자신이 여야 협치를 복원할 적임자라고 강조했다.
다만 박 의원은 협치 분위기 조성이라는 명분으로 기계적 중립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지금처럼 야당 의원이 위원장인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민생 법안 처리를 발목 잡는다면 '책임 정치'를 해야 한다. 협치를 통해 상임위원장 분배 관행을 지켜 나가는 게 제일 좋지만, 불가능하다면 미국처럼 상임위원장직을 다수당이 다 차지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며 "중립하다가 나라 망하면 안 된다. 할 건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민주당이 의장 경선에 권리당원 표심 20%를 반영하는 데 대해선 "이재명 정부는 국민주권 정부이고, 민주당은 당원주권 정당이다. 민주당에서 의장이 선출되는 것도 다수 의석을 가졌기 때문"이라며 "정치는 민심을 떠나서 존재할 수 없기 때문에, 당원 표심 반영 제도는 잘 도입된 것"이라고 했다.
박 의원은 우원식 현 의장이 추진하는 개헌이 무산될 경우, 후반기 국회에서 최대한 빠르게 재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제가 의장이 된다면 제1호로 추진할 것이 개헌"이라며 "22대 국회 남은 2년 동안 권력구조 개편을 포함한 개헌을 이룩해 군사독재 역사를 청산하고 새로운 미래로 가는 '제7공화국'의 문을 활짝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권력구조 개편 방향에 대해선 "오해를 살 수 있기 때문에 의장이 얘기하면 안 된다. 합의를 해야 한다"면서도 "단, 내각제만은 안 된다"고 강조했다.
6·3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를 동시에 하는 것에 반대하는 국민의힘을 향해선 "대통령 비상계엄 선포에 대한 국회 사후 승인권 도입과 헌법 전문(前文)에 5·18민주화운동과 부마항쟁 등 정신을 명시하는 것은 국민적·역사적 요구"라며 "개헌에 반대하는 것은 내란을 연속하고 싶은 속내로 의심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의장 경선 경쟁자인 조정식·김태년 민주당 의원에 대해선 "저는 정치 하면서 꽃길도 걸어보고, 가시밭길도 걸어 봤다. 두 분도 훌륭하지만, 산전수전 다 겪은 제가 더 (의장직 수행을) 잘할 것 같다"며 "그리고 두 분은 미래가 있지만, 저는 이번이 마지막이다. 의장을 한 뒤에는 은퇴해야 하는데, 두 분은 너무 젊다. 정부에 더 기여하고 나중에 의장을 하는 것이 좋아보인다"며 견제구를 날렸다.

민주당 내 의장 경선 판세에 대해선 "지금까지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제가 국민과 당원 모두로부터 압도적 지지를 받고 있다"며 "정치인은 민심과 당심을 떠날 수 없기 때문에, (의원들이) 국민·당원의 압도적 지지를 받는 저를 의장으로 선출해 주는 것이 정치"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의원 표심도 점차 자신을 향하고 있다고 봤다. 그는 "의원들은 민심과 당심의 집단지성으로 당선된 분들이기 때문에, 의심(議心)도 민심과 당심에서 앞서가는 박지원을 선택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며 "제가 그동안 당내 현안이 대립할 때 방향을 제시하면 그쪽으로 갔다. 특히 초선 의원들이 '어른이 방향을 잡아주셔서 감사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고 전했다.
박 의원은 인터뷰 내내 '마지막'을 강조했다. 자신의 정치 여정이 황혼기에 다다른 것을 외면치 않은 것이다. '세상에 어떻게 기억되길 원하느냐'는 질문에 박 의원은 "국민을 위해 최선을 다한 사람으로, 그리고 고(故) 김대중 대통령과 이재명 대통령의 당선·성공을 위해 충성스럽게 일한 사람으로 기억되길 바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