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 정치부는 여의도 정가, 대통령실, 외교·통일부 등을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주간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정담은 현장에서 발품을 판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방담의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대화체로 정리했습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정리=이헌일 기자] -하정우 전 AI미래기획수석과 전은수 전 대변인, 청와대 참모진의 보궐선거 출마가 공식화되면서 많은 이목이 쏠린 한 주였다. 특히 하 전 수석은 출마 확정까지 일거수일투족이 기사화된 데 이어 '정치 초보'답지 않은 당당함을 드러내면서 전국구로 이름을 날렸지만, 시장 상인과 악수 뒤 손을 터는 행동을 보이면서 홍역을 치렀다.
-속속 후보가 확정되고, 활동이 본격화되면서 곳곳에서 해프닝과 사건사고도 이어졌다. 국민의힘에서 더불어민주당으로 적을 옮겨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김상욱 울산시장 후보는 마지막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인사하다가 강하게 충돌했고, 정이한 개혁신당 부산시장 후보는 유세 현장에서 '음료 테러'를 당했다.
-국민의힘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내부에서 원내대표 조기선출론이 불거지면서 지선은 뒷전이고, 벌써 당권 싸움을 시작한 게 아니냐는 시선을 받고 있다. 그런 가운데 부산 북구갑에 출사표를 던진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현장을 분주히 누비며 바닥 민심 다지기에 올인하는 모습이다.
-'구성 핵시설' 발언으로 정보 유출 논란을 일으킨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북한을 '조선'이라 칭하며 또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고, 이재명 대통령은 순방을 마무리한 뒤 다시 중동전쟁 대응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선거 이슈로 온 나라가 시끄러웠던 정치권의 한 주를 돌아본다.

◆하정우, 자신감 보여준 출마 선언…시장 방문서 악수 뒤 행동에 '뭇매'
-소문만 무성했던 하정우 전 청와대 AI미래기획수석비서관의 선출직 도전이 드디어 결정됐다고?
-맞아. 당초 출마설이 처음 돌았을 때는 "스스로에게 결정권이 있다면 청와대에 남겠다"며 공직선거 출마에 선을 긋는 듯했지만, 이후 "아침저녁으로 계속 생각이 달라진다"는 심경을 전하며 출마설에 불이 붙었어. 결국 지난달 28일 청와대 사직서를 제출하고 바로 다음 날 민주당에 영입 인재로 입당하면서 하 전 수석의 정치 입문은 현실화했어.
-초보 정치인답지 않은 그의 시원시원한 성격도 이슈였어. 같은달 29일 인재영입식 참석을 위해 국회를 찾은 하 전 수석은 부산 사투리가 가미된 자신감 넘치는 언변으로 현장 분위기를 주도했어. 보통 초보 정치인들은 정치인으로서 대중과 언론 앞에 처음 설 때 긴장하거나 언행이 조심스러워지는 경우가 많은데, 하 전 수석은 그게 아니었던 거지. 인재영입식에서의 하 전 수석 발언을 지켜본 한 정치권 인사는 "외모는 참 순하기만 한데, 말에 힘이 있어서 깜짝 놀랐다"며 "웬만한 정치인보다 말에 힘이 있다"고 평가할 정도였다니까.

-그런데 정치 입문 일주일도 되지 않아 논란에 직면했다고?
-논란은 하 전 수석이 지난달 29일 부산 북구에 위치한 구포시장을 방문했을 때 발생했어. 하 전 수석으로선 정치인으로서 지역구 주민들과 만나는 일종의 데뷔 무대였는데, 시장 곳곳을 훑으며 상인들과 인사들 나누던 하 전 수석은 일부 상인과 악수를 한 뒤에 양손을 비비거나 터는 듯한 모습을 보였어. 그러자 야당은 주민을 무시하는 행동이라고 강하게 비판했고.
-하 전 수석 입장은 뭐야?
-지난달 30일 부산시의회에서 가진 지역 언론 기자간담회에서 "시근(분별력을 의미하는 사투리)을 가진 사람이라면 그런 행동을 했겠나. 그 이전에는 물 묻은 장갑을 낀 상인들과 악수를 많이 했다"고 해명했어. 그러면서 "이런 게 현실 정치의 네거티브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어. 정치인이 된 이상 언행에 더욱 신중을 가해야 할 텐데, 이번 논란이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지, 아니면 시작에 불과할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아.

◆웃는 얼굴에 침 뱉기…김상욱 '마지막 인사'에 고성 오간 본회의장
-지난달 28일 국회 본회의. 지방선거 출마 예정자들이 사퇴를 하루 앞둬 사실상 '마지막 출근' 같은 날이었잖아.
-맞아. 의원들은 마지막 추억을 남기고자 본회의장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느라 분주했어. 그런데 그 훈훈한 분위기가 오래가진 않았어. 국민의힘 쪽에서 갑자기 고성이 터졌거든.
-무슨 일이었는데?
-이번 지방선거에 더불어민주당 울산시장 후보로 나서는 김상욱 의원 때문이었어. 김 의원은 여야 의원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인사를 돌았는데, 국민의힘 쪽으로 향하면서 마찰이 생겼어. 원래 국민의힘 후보로 총선에 당선됐다가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민주당으로 당적을 옮긴 인사잖아.
-바로 충돌이 있었던 거야?
-처음엔 아니었어. 국민의힘 박덕흠·신성범·성일종 의원은 웃으면서 김 의원 인사에 응했든. 그런데 한기호 의원에게 다가가 악수를 청하는 순간 분위기가 확 바뀌었지. 한 의원이 손을 뿌리치며 "무슨 악수를 해. 뻔뻔스럽기는 말이야. 웃지 말고 가라"고 언성을 높였어. 바로 옆에 있던 나경원 의원도 김 의원을 굳은 표정으로 바라봤지.

-꽤 살벌했겠네.
-고성이 이어지자 상황을 지켜보던 박민규 민주당 의원이 김 의원 등을 두드리며 말리듯 끌어당겼어. 그런데도 김 의원이 다시 국민의힘 쪽을 향해 "고맙습니다"라고 하자 "일부러 그러냐"는 반응까지 나왔지. 결국 김 의원은 통로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을 향해 두 번 크게 인사한 뒤 자리를 떴어.
-아무래도 국민의힘 상황이 좋지 않아서 더 예민했던 것 같기도 해. 한 여권 관계자는 <더팩트>에 "그래도 너무한 것 아닌가 싶다. 정치에 낭만이 사라졌다"며 "당내 갈등과 낮은 지지율로 상황이 어려운 건 알겠지만, 웃는 얼굴에 침을 뱉는 모습은 지금 정치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다"고 씁쓸하게 말하더라.

◆"어린놈 XX가 무슨 시장이냐"…개혁신당 후보에게 무슨 일이?
-개혁신당 후보가 유세 도중 음료수 테러를 당했다던데.
-정이한 부산시장 후보가 27일 부산 금정구 인근에서 거리 유세를 하는 도중 한 차량에서 음료가 날아왔고, 정 후보는 머리를 찧어 의식을 잃었다고 해. 가해지는 음료를 투척하면서 "새파랗게 어린놈의 XX가 무슨 시장 출마를 하냐"는 식의 비하적 폭언을 퍼부었다고 당 관계자는 전했어.
-당은 어떤 조치를 했어?
-개혁신당 공보국은 즉시 "공개된 선거 유세 현장에서, 그것도 다수 시민이 함께하는 자리에서 후보자를 직접 겨냥한 물리적 공격이 벌어졌다는 사실은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중대 사안"이라면서 "단순 사고가 아니라, 민주주의 기본 질서를 위협하는 명백한 폭력 행위이자 사실상 테러"라고 비판했어.

-정 후보의 상태는 어떻대?
-사건 직후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고, 뇌진탕과 근좌상 등의 부상을 입었지만 다행히 큰 후유증 없이 회복할 수 있었다고 같은달 29일 퇴원하면서 밝혔어. 그는 "이번 일을 계기로 우리 사회 곳곳에 쌓여 있는 갈등과 분노가 얼마나 깊은지 다시 생각하게 됐다"며 "정치는 갈등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풀어내는 과정이어야 한다. 대화와 설득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어.
-정 후보는 퇴원 뒤 곧장 가해자가 있는 유치장을 찾았어.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니, 가해자가 자신과 비슷한 나이의 평범한 청년이었다고 해. '다시 돌아간다면 절대 그러지 않았을 텐데'라는 가해자의 목소리를 듣고 분노보다 안타까움을 먼저 느꼈다고 했어. 그는 "분노가 어디서 왔는지 이해하고 함께 해법을 찾는 것이 정치의 진짜 역할이라고 믿는다"면서 가해자에 대한 탄원서를 제출하고 선처를 요청했다고 해. 이에 정치권에서는 '갈등 해소형 리더십'을 보여줬다는 평이 나와.

◆친한계에도 선 긋기?...부산 '바닥 민심' 올인한 한동훈
-부산 북구갑 보궐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요즘 바닥 민심 훑기에 공들이고 있다고.
-맞아. 한 전 대표는 북구에 자택을 마련한 뒤 구포동 구포시장부터 덕천동 젊음의 거리까지 현장을 누비며 시민들을 직접 만나고 있어. 그의 유튜브에는 시장에서 양말을 사고, 당근 거래를 하는 모습까지 올라오면서 지역 밀착 행보를 이어가는 중이지.
-그런데 한 전 대표, 친한계 의원들의 공개 지원을 일절 마다하고 있다고?
-맞아. 공개 지원 의사를 밝힌 진종오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23일 문화일보 유튜브에서 "한 전 대표가 '마음은 너무 고맙지만, 혼자서 시내를 뚜벅뚜벅 다니며 시민들을 만나려 한다'고 전했다"며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열심히 제 할 일을 할 것"이라고 말했어.

-'외지인' 이미지 부담을 의식한 걸까?
-그런 해석이 많아. 한 전 대표 측근으로 꼽히는 한 원외 인사도 <더팩트>에 "전략기획 등 대응 지원이 필요할 수 있다는 뜻을 전했지만, 한 전 대표가 북구 주민들과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함께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며 "철저히 지역에 밀착해 시민들의 품 속으로 스며드는 행보를 택한 것"이라고 전했어.
-결국 '홀로 뚜벅이' 전략인 건가?
-맞아. 한 전 대표 측근으로 꼽히는 한 초선 의원 역시 <더팩트>에 "의원 여러 명이 지원한답시고 한꺼번에 세 몰이식으로 다니면 시민들이 보기에 좋지 않을 것"이라며 "한 전 대표 홀로 뛰겠다는 의지가 강하다"고 했어. 한 전 대표로서는 외지인 이미지 극복이 이번 선거의 최대 변수로 꼽히는 가운데, 지역 밀착 전략이 돌파구가 될 수 있을지 주목돼.
◆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신진환 기자, 이헌일 기자, 김정수 기자, 정소영 기자, 김수민 기자, 정채영 기자, 이태훈 기자, 김시형 기자, 서다빈 기자, 이하린 기자
☞<하>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