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국회=김수민·서다빈 기자] 경기도 동두천시 옛 성병관리소 존치에 대해 중앙정부마저 '법적 한계'를 이유로 발을 빼면서 성병관리소가 사실상 법적 보호 사각지대 속에 방치돼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역사적 가치 보존을 요구하는 시민단체와 개발 논리를 앞세운 동두천시 간의 갈등이 평행선을 달리는 상황에서다.
지난달 30일 <더팩트>가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김재원 조국혁신당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답변 자료에 따르면, 국가유산청은 근현대문화유산의 가치 훼손이 우려될 때 긴급 예방 조치로 '임시등록'을 할 수 있지만, 이 과정에서 소유자의 의견 청취와 향후 동의 가능성이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한다고 밝혔다. 등록 기준 부합 여부와 소유자의 향후 동의 가능성을 고려할 때 지자체의 협조 없이는 독자적인 행동이 어렵다는 것이다.
현행 '근대문화유산의 보존 및 활용에 관한 법률' 10조에 따르면, 임시등록을 하더라도 6개월 이내에 소유자의 동의를 받아 정식 등록을 하지 않으면 임시등록의 효력은 자동으로 말소된다. 정식 등록을 위해서는 소유자의 동의가 필수적인데, 현재 성병관리소 부지의 소유주인 동두천시는 '철거 후 관광지 개발'이라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즉, 국가유산청이 직권으로 개입하더라도 동두천시가 끝까지 거부할 경우 반년 만에 법적 근거를 잃고 무력화될 가능성이 크다.
과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기리는 '평화의 소녀상' 훼손 방지를 위해 국가유산청 직권의 임시지정이 검토된 사례를 제외하면, 국가유산청이 직권으로 임시지정을 한 사례는 전무하다.

한 야권 의원실 관계자는 "국가유산청이 임시지정을 하려면 누구나 납득할 만한 근대 유산으로서의 가치가 입증돼야 하는데 (성병관리소의 경우) 비교 대상이 명확하지 않아 결국 동두천시의 요청이나 의지가 있어야 한다는 점을 (국가유산청을 통해) 확인한 바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국가유산청이 적극적으로 나설 의지가 있더라도 현행 제도 안에서는 동두천시가 유산청에 요청을 해야만 실질적인 보호 단계로 접어들 수 있다"며 "사실상 모든 결정권은 소유주인 동두천시가 쥐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동두천 옛 성병관리소 철거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국가기관의 소극적 행정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관련법의 취지가 문화유산의 '긴급 보호'에 있는 만큼, 상급 기관인 국가유산청 또는 경기도가 적극적인 법 해석을 통해 직권으로 임시 지정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공대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UN 인권이사회 특별보고관도 철거 중단을 촉구한 상황이라 긴급성은 충분하다"며 "완전한 사유지라면 소유권을 존중해야겠지만, 이 부지는 100% 사유지로 보기 어렵고 공적 성격이 강한 곳"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법을 소극적으로 해석할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해석해야 한다. 공적 용도로 형성된 공간인 만큼 완전히 사적 처분 대상으로만 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제도적 한계를 이유로 방관하기보다 중앙정부 차원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김재원 혁신당 의원은 "동두천시 옛 성병관리소는 우리 사회의 아픈 역사를 보여주는 공간"이라며 "국가유산청은 단순히 지자체 사무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보존 필요성을 면밀히 검토하고, 향후 활용 방안을 함께 고민하는 등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