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정소영 기자] 북한이 '해외군사작전 전투위훈기념관'의 주민 관람을 본격화했다. 이를 두고 체제 결속 핵심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북러 밀착을 국제사회에 과시하려는 의도가 깔렸다는 분석도 있다.
전투위훈기념관은 북한이 쿠르스크 해방작전 종결 1주년을 계기로 세운 시설이다.
북한 대외매체 조선중앙통신은 29일 "참전용사들의 영웅적 위훈과 숭고한 정신을 길이 전하는 해외군사작전 전투위훈기념관 준공 소식을 접한 온 나라 인민의 경의심이 열사들의 넋이 깃든 성지로 끝없이 흐르고 있다"며 북한 주민들의 기념관 방문을 보도했다.
이날 공개된 사진에는 북한 주민들이 기념관 안팎에서 사망한 파병군들을 추모하는 모습이 담겼다. 기념관 외부에는 파병군들의 유해가 안치돼 있고, 내부에는 주요 활동을 기록한 자료와 인공기, 가족에게 보낸 편지 등 개인 유품이 전시된 것으로 전해진다.
통신은 "참관자들은 당과 조국에 대한 충성심과 열혈의 애국심, 대중적 영웅주의로 강자의 위대한 명함과 승리자의 영광을 빛낸 참전용사들의 영웅성, 조선 사람의 넋과 기상이 역력한 조선인민군 특수군사작전 참전열사탑에 숭고한 경의를 표시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용사들이 터치던 불같은 외침이 영원한 생의 메아리로 쟁쟁히 울려 오는 듯 싶어 남녀노소 모두가 눈굽을 뜨겁게 적셨다"고 덧붙였다.
이를 두고 북한군 파병이 영웅 서사로 구성돼 북한 주민들에게 충성을 강조하는 체제 메시지로 기능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손광주 북한인권단체 상임대표(전 남북하나재단 이사장)는 "북한은 전체주의 특성상 주민 동원과 군사주의, 선전·세뇌가 결합된 방식으로 체제를 유지한다"며 "이 중에서 전체주의를 유지하기 위한 필수조건은 주민 동원"이라고 말했다.

파병이 일부 주민 계층에게는 기회로 인식될 수 있다는 점도 서사 강화에 힘을 싣는 요소로 꼽힌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이 지난해 6월 12일 발간한 '북한군 파병이 북한 체제 안정에 미치는 영향 분석' 전략보고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파병이 노동자·농민 가정 출신 중심의 특수부대를 통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파병이 전쟁 수당과 해외 경험 축적 등 경제·사회적 보상으로 이어지면서 신분 상승의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주민들의 헌화 장면을 공개한 것은 외교적 메시지 성격을 갖는다는 의견이 나온다. 북한이 러시아와의 관계를 과시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는 "북러 간 밀착을 드러내면서 북한이 일반 국가처럼 희생자를 책임지고 추모·기념하는 모습을 부각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 북한과 러시아는 최근 파병 성과를 강조하며 밀착을 드러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26일 준공식에서 "피로 쓴 조로(북러) 친선의 새 역사, 피로써 전취한 정의의 새 역사를 새겼다"고 언급했다. 같은 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축전에서 "북한군은 각별한 용기와 진정한 자기희생을 보여줬다"며 "그들의 유례없는 공적은 모든 러시아 시민의 마음속에 영원히 남을 것"이라고 전했다.
북한이 기념관에 이어 파병군 영웅화 작업을 교과서, 학습제강 등 교육 분야로 확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학습제강은 당 간부 교육자료로 북한 체제 유지와 지도자 우상화, 주민 통제, 사상 일체화를 위한 핵심 수단으로 알려져 있다.
양 석좌교수는 "북한이 북한군 파병을 교과서에 싣고 학습제강 등을 통해 교육하며 체제 선전과 사상 교육에 활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upjsy@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