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국회=이하린 기자] 군소정당들이 기득권 정치 문법에서 벗어난 실험적 시도로 존재감 부각에 나서고 있다. 언론 주목도가 낮은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일상 밀착형 의제를 발굴하거나 첨단 기술을 접목하는 등 '차별화'를 생존 전략으로 내세우는 모습이다.
22일 정치권에 따르면, 군소정당을 중심으로 생활 밀착형 신(新) 의제를 제시하거나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기자회견을 여는 등 다양한 정치 실험이 이어지고 있다. 유권자와의 접점을 넓히기 위한 시도라는 평가가 나온다.
개혁신당은 국민 대다수가 체감할 수 있는 의제를 발굴해 유권자들과의 공감대를 넓히고 있다. 천하람 원내대표가 추진 중인 '어린이의 목소리는 소음이 아니다 법'이 대표적이다. 구체적으로는 소음·진동관리법 등 관련 법률이 규제하는 소음에서 어린이의 목소리를 제외하도록 하고, '112치안종합상황실 운영 및 신고처리 규칙'에서 어린이 소음의 경우 출동 사안이 아니도록 내부 지침을 바꾸는 방향으로 개정을 추진하는 내용이다.
천하람 의원실 관계자는 이날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일상에서 많은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문제이자 '시끄러운 소수로부터 조용한 다수를 대변한다'는 점에서 당의 정체성과도 연결된다"며 "이 정도까지 (여론의) 반향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는데, 시기적으로 어린이날과 스승의날이 맞물려 의제를 더 키우고, 추가 의제를 발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원내 1석뿐인 기본소득당도 AI(인공지능)를 정치 홍보에 활용하고 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대표, 노서영 서울시의원 비례대표 후보와 김진서 은평구의원 후보는 지난 9일 국회 소통관에서 청년 공약 발표 후 생성형 AI(인공지능)인 챗GPT에 "정책이 실현된 2030 청년의 삶을 예측해달라"고 질문하고 그 답변을 공개하는 방식으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 방식을 고안해 낸 노서영 기본소득당 대변인은 이날 통화에서 "새로운 방식을 고민하다가, 장소나 형식의 제약을 고려해 기자회견 안에서 AI를 활용하자는 아이디어를 생각해 냈다"며 "당 내부에서도 신선하고 의미 있는 시도라는 평가가 많았다"고 전했다.
노 대변인은 "AI(인공지능) 시대를 살아갈 청년들의 미래를 보다 쉽게 상상할 수 있도록 한 기획"이라며 "AI에 대한 기대와 동시에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점에서 청년들이 느끼는 불안이 있는데, 이에 대한 대책을 효과적으로 제시하고자 했다"고 부연했다. 기본소득당은 당직자의 약 70%가 2030세대인 만큼, 앞으로도 다양한 정치 실험을 이어가겠다는 계획이다. 23일에도 203명의 기본소득 약속후보 현황을 소개하고 선거연대 입장을 발표하는 참여형 캠페인 플랫폼인 '기본소득 약속지도'를 공개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군소정당의 이같은 움직임이 정치적 외연을 확대해 결과적으로 당의 생명력을 연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군소정당은 거대 양당에 비해 주목도가 낮은 만큼, 지속적인 차별화 시도를 통해 당을 홍보하는 것은 당의 존립에 분명한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군소정당의 차별화된 시도는 정치 다양성 측면에서 의미 있다"며 "당의 생존 문제와도 연계되는 만큼, 그들에겐 선택이 아닌 필수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현재와 같은 구조로는 실제 의석 확보로까지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비례대표 확대나 중대선거구제 도입 등 군소정당이 활동할 수 있는 제도적인 변화가 병행돼야 한다는 의미다. 단순 일회성 이벤트보다는 꾸준한 활동으로 유권자에게 인식시켜야 효과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조 교수는 "지금처럼 1등만 당선되는 구조에서는 이런 시도가 실제 의석 확보로 이어지기는 어렵다. 유권자 입장에서도 사표 방지 심리가 작동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면서 "군소정당의 이색적인 시도가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으려면, 꾸준한 활동으로 당의 정체성을 국민에게 보다 명확하게 인지시키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