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이헌일 기자] 하정우 청와대 AI미래기획수석은 청와대에 들어온 뒤 최대 성과를 꼽아달라고 하자 "당연히 GPU 26만장을 확보한 것"이라며 자부심을 보였다.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에 대해서는 "우리 스스로의 AI가 없다면 국가안보 관점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또, 다른 나라 모델로는 우리나라의 역사, 가치관, 지역적인 특성 이런 걸 제대로 반영하기 어려워진다"고 필요성을 강조했다.
하 수석은 21일 과학의 날을 앞두고 지난 8일 <더팩트> 등 복수 매체와 가진 공동인터뷰에서 "GPU를 국가 차원에서 대규모로 확보하는 건 산업발전 과정에서 고속도로가 중요한 역할을 했던 것처럼 가장 의미가 있다고 본다"며 이같이 최대 성과로 꼽았다.
이어 "스타트업과 학교에 GPU를 제공했더니 스타트업 대표들이 SNS에 '이번에 32장 받았는데 너무 좋다' '이 GPU 덕분에 해보지 못했던 걸 할 수 있게 돼서 제대로 대박을 터뜨릴 수 있을 것 같다'는 글을 많이 올렸다. 교수들도 '많이 힘들었는데 GPU를 지원받아 실험을 훨씬 더 많이 해볼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이런 감사 코멘트와 함께 굉장히 효능감을 느끼고 있다는 글들이 올라온다. 아주 보람을 느끼는 지점이다"라고 부연했다.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을 개발하는 이유로는 국가안보를 가장 먼저 들었다. 그는 "입력 내용이 개인정보일 수도 있고, 공공에서 쓰면 공공의 비밀문서가 될 테고, 국방이라면 국방의 1급비밀도 될 것"이라며 "그래서 우리 스스로의 AI가 없다면 국가안보 관점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짚었다.
또한 "미국이 열심히 학습시켜놓은 AI는 철저하게 미국 스타일의 가치관 아래 미국 편향성을 갖고 답변을 한다. (그걸 우리가 쓰면) 우리 가치관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답변이 만들어지게 된다"며 "한 나라의 역사, 가치관, 지역적인 특성 이런 걸 제대로 반영하기 어려워진다. 모든 나라가 소버린 AI를 만들고 싶고, 갖고 싶어 하는 이유가 이것이다"라고 강조했다.
AI 3강 목표에 대해서는 "현재 3위 그룹이라고 하면 프랑스, 싱가포르, 영국, 한국, UAE 정도 되는 것 같다"며 "크게 이 그룹의 리더 위치를 꾸준히 유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동시에 중국, 미국과 격차가 많이 줄어들도록 정부는 거의 '올인'에 가깝게 노력할 것"이라며 "가능성이 꽤 높다"고 전망했다.
다음은 하 수석과의 일문일답.

-정부 출범 10개월이 흘렀는데 소회는.
아무래도 조금 더 적극적인 예산 투자, 적극적인 정책들 기조 등 이재명 대통령이 굉장히 강조를 많이 해서 많이 좋아진 것 같다. 현장에서도, 정책하는 입장에서도 그렇다. 원래 있던 과학기술수석비서관이 있기는 했지만 인공지능(AI)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국가의 미래를 결정할 중요한 기술, 에너지, AI 등을 다루는 새로운 조직을 맡아서 10개월을 지내오면서 나름 의미 있는 성과, 완전한 성과라기보다는 앞으로 도약하기 위한 여러 가지 성과를 만드는 데 필요한 기반은 좀 갖춰진 것 같다.
-AI미래기획수석을 맡은 뒤 최고 성과를 하나만 꼽는다면.
당연히 GPU 26만장 확보다. 제가 민간에 있을 때도 얘기하는 교수들이 모두 GPU 좀 쓰게 해달라고 했고, 스타트업들도 GPU 확보가 너무 어렵다고,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에 GPU가 많긴 한데 비용이 엄청 든다고 했다. 왜 우리나라는 GPU 투자를 안하냐는 게 항상 듣던 얘기였다. 그래서 이재명정부 첫 번째 공약을 세울 때 GPU 5만장 얘기를 했다. 지금은 민간까지 다 포함하면 공식적으로 (확보한 수량이) 26만장인데, 더 늘어날 거다. GPU를 국가 차원에서 대규모로 확보하는 건 산업발전 과정에서 고속도로가 중요한 역할을 했던 것처럼 가장 의미가 있다고 본다.
일례로 스타트업과 학교에 GPU를 제공했더니 스타트업 대표들이 SNS에 '이번에 32장 받았는데 너무 좋다' '이 GPU 덕분에 해보지 못했던 걸 할 수 있게 돼서 제대로 대박을 터뜨릴 수 있을 것 같다'는 글을 많이 올렸다. 교수들도 '많이 힘들었는데 GPU를 지원받아 실험을 훨씬 더 많이 해볼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이런 감사 코멘트와 함께 굉장히 효능감을 느끼고 있다는 글들이 올라온다. 아주 보람을 느끼는 지점이다.
-26만장에서 더 늘어난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얼마나 더 확보했나.
젠슨 황 CEO가 26만장을 발표했고, 그 이후 과기정통부 2차관이 젠슨 황 CEO를 만나고 와서 추가적인 물량도 우선 공급하겠다고 얘기했다. 정확한 규모가 정해지지는 않았다. 수요를 기반으로 예측해서 진행해야 되기 때문이다. 다만 지금보다는 많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있고, 그 수요에 대해 기획을 하고 있다. 일단 지난해 추경으로 1만3000장이 들어왔고, 올 하반기에 대전에 있는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의 과학 AI 용도로 9000장이 들어온다. 또 올해 본예산으로 하반기에 1만5000장이 들어오고, 그 이후에 잡혀있는 게 2만5000장이 더 있어서 (올해까지) 5만2000장이 계획돼 있다.

-정부에서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을 개발 중이다. 다만 국민들이 해외 AI 서비스를 많이 쓰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형 AI가 이렇게 국민들의 실생활에 도움이 되려면 '써야 할 이유'를 만들어줘야 될 것 같다. 그 이유를 어떻게 설정하고 있고, 국민의 삶을 어떻게 바꿀 수 있나.
국민들이 쓰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할 정도로 경쟁력 있게 만드는 게 첫 번째일 것이다. 우리가 오픈AI의 챗GPT, 구글 딥마인드의 제미나이, 앤트로픽의 클로드 같은 것들을 간접적으로 접근해서 활용을 하지 않나. 그러다 보니 당연히 모든 데이터가 서버, 서버가 있는 혹은 데이터 센터가 있는 국외로 나갈 수밖에 없다. 입력 내용이 개인정보일 수도 있고, 공공에서 쓰면 공공의 비밀문서가 될 테고, 국방이라면 국방의 1급비밀도 될 것이다. 그래서 우리 스스로의 AI가 없다면 국가 안보 관점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또 지금 가격 기준이 설정돼 있지만 나중에 어떤 무역장벽처럼 가격을 높였다, 낮췄다 하는 국가별 가격 정책 같은 것도 고려할 수 있다. 벌써 인공지능 없이 일하기 힘든 상황이 됐는데, 훨씬 더 많은 업무에 인공지능이 도입되고, 그 인공지능들이 로봇에 탑재돼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시기가 왔을 때 가격 정책을 바꿔버리거나 활용범위를 제한해버리면 큰일 날 것이다. 가령 특정 모델부터 '국방 용도로 사용하지 말라, 따로 연락하라' 이럴 수 있다. 우리가 스스로 이런 AI를 만드는 능력이 없으면 거기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된다. 이런 맥락에서 우리가 한국 자체적으로 AI를 잘 만들고 잘 운영할 수 있는 능력이 반드시 필요하고, 그걸 써야 한다.
예를 들어 생성형 AI가 내놓는 답은 지식류도 있지만 의견류도 있다. 그리고 의견이라는 건 가치관이 반영된다. 미국이 열심히 학습시켜놓은 AI는 철저하게 미국 스타일의 가치관 아래 미국 편향성을 갖고 답변을 한다. (그걸 우리가 쓰면) 우리 가치관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답변이 만들어지게 된다. 한 나라의 역사, 가치관, 지역적인 특성 이런 걸 제대로 반영하기 어려워진다. 모든 나라가 소버린 AI를 만들고 싶고, 갖고 싶어 하는 이유가 이거다.
-AI 3강이라는 목표를 내걸었는데, 이재명정부 이후 한국이 어느 정도 위치로 갈 수 있을 것으로 보나.
(미국, 중국 다음으로) 3위 그룹이라고 하면 프랑스, 싱가포르, 영국, 한국, UAE 정도 되는 것 같다. 크게 이 그룹의 리더 위치를 꾸준히 유지해야 된다. 그러면서 중국, 미국과 격차가 많이 줄어들도록 정부는 거의 '올인'에 가깝게 노력할 것이다. 가능성이 꽤 높다.
-AI 산업도 반도체처럼 주요 수출 산업으로 올라설 수 있다고 보나.
AI는 개별 산업으로 정의하기는 힘들다. 개별 소프트웨어 개발 수준을 넘어 모든 산업에 다 들어가야 되지 않나. 우리가 기존에 강점을 가지고 있던 조선, 반도체, 디스플레이, 에너지, 철강 이런 데 AI가 다 들어가야 다른 나라의 비슷한 산업 분야에 비해서 경쟁력을 더 가질 수 있을 거다. 마찬가지로 AI 전환을 통해서 우리가 경쟁력이 더 높아지면 해당 산업도 성장하지만 그게 AI 산업의 성장과도 바로 연결된다. 그런 측면에서 AI는 개별 산업이라기보다는 전체 산업의 경쟁력을 좌우한다. 이제는 기술이라는 수준을 넘어선 것 같다. 일종의 인프라 개념으로 봐야 된다.
☞<하>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