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하>] 하정우 "소버린AI, 척화비 세우는 것 아냐…협력하되 주도권 확보"
  • 이헌일 기자
  • 입력: 2026.04.21 06:00 / 수정: 2026.04.21 06:00
하정우 청와대 AI미래기획수석 인터뷰
"미국도 혼자 못해…부족한 분야는 협력"
"국가과학자, 명예롭게 인식되도록 준비"
하정우 청와대 AI미래기획수석이 8일 서울 종로구 더룸탁트인에서 <더팩트> 등 매체와 공동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뉴스핌·이투데이 공동제공
하정우 청와대 AI미래기획수석이 8일 서울 종로구 더룸탁트인에서 <더팩트> 등 매체와 공동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뉴스핌·이투데이 공동제공

☞<상>편에 이어

[더팩트ㅣ이헌일 기자]

-AI 육성 과정에서 인프라는 미국에, 시장은 중국에 종속성이 생길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정부는 자율전략이 중요하다고 했는데 어떤 점을 특히 신경쓰고 있나.

소버린 AI 전략이라는 게 과거 척화비를 세운 것처럼 우리끼리 전부 다 한다는 전략이 아니다. 그건 미국도 못한다. 희토류가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고, GPU를 만들려면 메모리가 있어야 되는데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없으면 메모리 확보가 안된다. 우리도 어떤 것들은 우리가 온전히 다 할 수 있을 거고, 어떤 것들은 혼자 힘만으로 안되기 때문에 당연히 다른 나라와 협력해야 된다. 중요한, 많은 분야에서는 우리 자체적인 경쟁력을 키우고, 우리가 부족한 부분은 다른 나라들과 협력을 통해서 우리의 능력을 확보해 나가는 것, 그리고 협력을 할 때 상대국이 중심이 아니라 우리나라가 안정적으로 주도권을 확보해 나갈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이런 관점의 전략이 소버린 AI 전략이다.

-인재 유출을 막고, 해외로 나간 인재를 돌아오게 할 대책은.

우리나라 과학기술자들의 가장 큰 고민은, 의대를 가면 인생이 예측가능하고 지속가능한데 과학기술자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연구소 쪽도 처우에 한계가 있다. 그러다보니 훨씬 더 큰 성공의 기회가 있는 해외로 많이 나간다.

이 부분을 풀어주기 위해 우선 지속가능하고 예측가능한 성장 커리어와 롤모델이라는 측면에서 국가과학자제도를 만든 거다. 또 혜택은 적을 수 있어도 '정말 존경받고 있구나' '국민들에게 명예롭게 인식되고 있구나'라고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과학자들은 금액의 차이보다는 '내가 정말 집중해서 존경받고 잘할 수 있으면 된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 많다. 소명 의식이 있는 분들이고, 그런 것들을 채워줄 수 있는 방향으로 많은 제도를 만들어가고 있다.

두번째는 처우 문제다. 그래서 해외에서 인재가 들어올 때 정주여건 등도 지원하는 한편, 들어와서 회사와 학교 양쪽에 모두 취업이 가능하도록 풀 계획이다. 그럼 양쪽에서 다 월급을 받을 수 있다. 해외는 세금이 높고 물가도 비싸지 않나. 그런 걸 고려하면 큰 차이가 나지 않도록 해서 '한국에서 하는 것도 괜찮겠다'고 판단할 수 있을 정도의 제도도 함께 만들고 있다.

창업 생태계도 중요하다. 회사 월급에는 한계가 있지 않나. 그런데 우리나라는 창업하기가 무섭다. 한 번 실패하면 인생 나락 간다는 표현이 있는 정도다. 그래서 이번에 '모두의 창업' 프로젝트를 통해 얼마든지 실패하고 재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제도를 바꿔가고 있는 거다.

-국내에 AI 전문가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오는데.

AI 전문가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다르다. 연구를 열심히 하고 잘해서 세계적인 논문을 많이 쓰는 분도 AI 전문가고, AI 코어 알고리즘은 아니지만 기존에 있는 AI를 조금 개선해서 잘 활용하시는 분도 AI 전문가고, AI에 대한 깊은 이해도로 정책을 잘 만드는 분도 AI 전문가다.

시각 AI는 2018년, 2019년부터 우리가 압도적인 3등이었다. 1등은 중국, 2등이 미국, 3등이 한국이다. 또 언어 관련된 AI, 그리고 AI 자체의 핵심 알고리즘 혹은 새로운 방법론을 만드는 학회가 있는데 2010년대 후반, 202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한국이 10위권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둘 다 3위에서 5위 사이다. 굉장히 많이 올랐다. 이밖에도 세계 최고 권위의 AI 핵심분야를 다루는 뉴립스(NeurIPS)라는 학회가 있다. 거기서 지난해 우리나라가 저자 3등을 했다. 생각보다 AI 연구 성적이 굉장히 뛰어나다.

다만 AI 정책은 아무래도 우리나라 국회 구성 자체가 이공계 출신이 좀 부족한 게 사실이라 더 많이 양성을 해야 된다. 또 산업에 응용하는 AI 전문가, AI를 잘 이해해서 잘 활용하는 모듈도 우리가 집중적으로 육성해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AI와 관련해 가장 많이 주문하는 건 뭔가.

지역균형발전이다. 지역의 산업, 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해 AI 전환이 매우 중요하지 않나. 또 AI 시대 일자리라든가, 사회 변화에 대한 숙제도 직접 줬다. 그리고 스타트업들 어떻게 지원할거냐는 부분도 자주 강조한다.

하정우 청와대 AI미래기획수석이 8일 서울 종로구 더룸탁트인에서 <더팩트> 등 매체와 공동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뉴스핌·이투데이 공동제공
하정우 청와대 AI미래기획수석이 8일 서울 종로구 더룸탁트인에서 <더팩트> 등 매체와 공동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뉴스핌·이투데이 공동제공

-AI 정책도 연속성이 중요할 것 같다. 정권에 따라 정책이 바뀔 수 있다는 리스크도 있는데.

앞으로 AI의 중요성을 고려하면, AI를 중심으로 하는, 그리고 AI를 확산해서 다른 분야들의 경쟁력을 키우는 정책은 상식적인 정부라면 바뀌지 않아야 한다.

-AI 발전이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에선 어떻게 접근하고 있나.

이 부분은 이해관계자가 AI나 산업에만 있는 게 아니라 실제 많은 국민, 청년, 취약계층 등을 대변하는 여러 시민단체 등과 같이 대화를 해야 한다. 정부 마음대로 정하면 안된다. 올 2월 국가AI전략위원회 첫 회의를 주재하면서 이 문제를 다루기 시작했다. 사회 분과와 AI민주주의 분과 중심으로 논의를 지속하고 있다. 일자리의 경우도 지난해 말에 3개의 일자리에 대해 위기를 느끼는 현직자들과 심층인터뷰를 진행해서 정리를 해놨다. 직업을 몇십 개로 늘려서 지금도 인터뷰를 진행 중이다.

-언론계의 AI 저작권 문제에 대한 정부 입장은. 관련 정책은 어떤 방향을 잡고 있나.

가장 기본적인 철학은 윈윈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기사를 쓰고 어떤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방식이 과거와 엄청 많이 바뀌고 있다. 우리의 AI 역량을 키우는 데 있어 언론사들이 보유한 데이터도 매우 중요하고, 또 우리의 AI 능력이 매우 매우 뛰어나야 기자들도 훨씬 더 양질의 콘텐츠를 짧은 시간에 더 많이 만들어 낼 수 있다. 어떻게 윈윈하게 할 것인지가 과제인데 지금까지는 언론사 데이터의 가격이 얼마냐는 논의가 많았다. 이런 저작권 데이터의 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한 제도를 만들겠다는 내용이 AI 액션 플랜에 들어가 있다. 창작자들이 AI 시대에 AI라고 하는 창작 '동료', 이젠 도구라고 쓰기도 미안한 정도로 똑똑하니까, 창작 동료와 함께 더 좋은 품질의 콘텐츠를 만드는 데 집중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게 계획에 포함돼 있다. 계속 의견을 나누고 공감대를 만들어가는 게 중요하다.

-공정 기술과 관련해 현재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산업에서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쏟아내고 있고, 미국이나 네덜란드 등은 이를 활용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데이터들을 AI에 접목해서 기술을 개발하는 데 어떤 국가적 차원의 전략이 있나.

최근 생성형 AI, 거대 언어 모델, AI 에이전트 등이 소프트웨어적으로, 그리고 AI 에이전트가 탑재된 로봇들이 반도체 공정이나 디스플레이 공정, 자동차 제작 라인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현대차의 아틀라스가 그런 걸 보여주고 있다. 제조 분야의 AI 전환은 대기업 중심으로 생각보다 빠르게 가고 있다. 최근 과기정통부의 주요 전략 키워드 중에 하나가 피지컬 AI이기도 하고, 산업부의 맥스(MAX·Manufacturing AX) 프로젝트도 수백 개 기업들이 연합체를 만들어 산업 현장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피지컬 AI를 주요 전략으로 삼아 가고 있는데, 이를 성공하기 위해 국내에서는 데이터센터라든가 여러가지 규제 요소들은 당연히 지원하게 된다.

한편으로 정부에서 좀 더 챙겨야 되는 건 사실 중견·중소 제조 기업들이다. 예전 같으면 기업들에게 데이터를 함께 공유해서 AI를 도입하자고 하면 전부 다 반대했다. 제조공정에서 나오는 많은 데이터들이 영업비밀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이걸 공유해서라도 데이터를 많이 모아서 AI 전환을, AI 적용을 하지 않으면 회사가 망한다는 공감대가 이미 만들어졌다. 정부 입장에서는 이런 데이터들을 잘 모아서 담을 수 있고, 그 데이터들을 강력하게 학습시킬 수 있는 AI데이터센터를 각 지역 산업단지에 넣어주고, 투자해 주고, 그와 관련된 규제를 대폭 풀어주고,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제조업 AI를 중견·중소기업들이 아주 저렴하게 혹은 무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그런 것들을 챙기고 있다.

-래리 핑크 블랙록 회장이 한국 재생에너지, AI 분야에 엄청난 금액을 투자하겠다고 하고 MOU도 맺었다. 진척된 상황이 있는지.

지난해 9월 래리 핑크 회장을 만났고, MOU를 맺었고, 10월 초쯤 블랙록 자회사에서 한국의 해상풍력에 20조원을 투자하겠다는 투자의향서(LOI)를 제출했다. MOU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간 거다. 실제로 그게 진행되고 있다. 좀 더 큰 규모로 재생에너지 인프라를 기반으로 한 데이터센터 투자 등은 추가적으로 논의해 나가야 한다.

hone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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