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이태훈 기자] 존재하는 모든 것은 유한하다. 강산도 10년이면 변한다고 하고, 사람이 아무리 장수한다고 해도 100세를 넘기기 어렵다. 1000년 동안 한 곳을 우직하게 지켜온 사찰도 산불 같은 불의의 사고로 일순간에 자취를 감추곤 한다. 이렇듯 세상 모든 것이 변하고 사라짐을 겪는데, 권력이라고 다를까.
지금 더불어민주당은 거침이 없다. 21대 총선에서 비례위성정당 의석을 합해 180석을 석권한 이후부터 그런 경향이 짙었지만, 22대 총선에서 재차 국회 압도적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마저 승리하자 더욱 거침이 없어졌다.
입법과 행정 권력을 양 손에 틀어쥔 집권 여당 민주당을 제어할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없다. 삼권분립의 한 축인 사법부는 개혁이라는 명분 하에 민주당이 밀어붙이는 사법개혁 3법(법왜곡죄·재판소원·대법관 증원)에 대응하기도 벅차 보이고, 지리멸렬한 제1야당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견제할 능력도 의지도 없어진 지 오래다. 최종 안전핀은 민주당의 '자성'(自省)밖엔 없는 상황이나, 강경파가 득세 중인 민주당이 그럴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시간은 여지없이 흐르고, 또다시 선거철이 도래했다. 4년마다 지방 권력을 새로 선출하는 전국동시지방선거가 50일도 채 남지 않은 시점이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처음 치러지는 전국 선거인 만큼, 선거 결과는 향후 정부 국정 동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긴장감은 크게 없다. '이번 지선은 누가 이길 것 같느냐'고 여의도 호사가들에게 몇 번을 물어도 돌아오는 대답은 같기 때문이다. "이대로면 민주당이 압승하겠지"

민주당의 지선 승리가 가시권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은 부정하기 어렵다. 6·3 지선이 이재명 대통령 취임 딱 1년 만에 치러지는 터라 이번 선거는 정부의 국정 운영 평가 성격이 짙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주요 여론조사에서 이 대통령 지지율은 60%를 상회하고 있고, 민주당 지지도가 국민의힘보다 20%포인트(p) 이상 앞선다는 조사 결과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지역에 내려가 보면 민주당 출마자들은 험지라도 "이번엔 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국민의힘 출마자들은 해 볼 만한 지역에서도 "이번에도 틀렸다"는 근심이 얼굴에 선명하다. 아주 정치 문외한이 아닌 이상 누가 유리하고, 또 누가 불리한지 단숨에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다.
지선이 모두의 예상대로 끝이 나면 민주당은 선거로 쟁취할 수 있는 입법·행정·지방 '3권력'을 모두 틀어쥐게 된다. 그렇게 되었을 때, 민주당이 '선거 3권력'을 기반으로 구축한 무소불위의 권한을 어떻게 사용할지 예상하는 건 어렵지 않다. 당장 선거 국면이 본격화했음에도 국회에서 야당의 반대를 짓이기며 뭐든 자신들의 뜻대로 해나가는 민주당이다. 그런 민주당에 지선이 끝난 뒤 '반대하는 국민과 세력의 목소리도 들어달라'고 기대하는 건 어쩌면 너무 순진한 바람일지 모르겠다.
그럼에도 민주당이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의 격언을 되새기길 권면해 본다. 민주당이 의회 권력을 장악하고선 이미 상임위원장직 배분이라든지, 각 당 상임위 간사 선임권 존중과 같은 여야 관례는 깨진 지 오래다. 다만 이 이상의 폭주 전례를 남겨서는 '협치'나 '절제'와 같은 미덕이 우리 정치사에서 영영 사라져 버릴지 모른다는 불안이 든다. 영원한 것은 없고, 권력도 이 명제를 벗어날 수 없음을 상기하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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