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국회=김수민 기자]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단행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의 미국 방문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현재 고립된 국면을 돌파하기 위한 '전략적 거리두기'라는 해석이 나온다. 표면적으로는 외교·안보 행보를 내세우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국내 정치의 복잡한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정치적 자산을 재정비하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15일 정치권에 따르면, 장 대표는 방미 첫 공식 일정으로 워싱턴DC 한국전쟁 참전용사 기념비를 참배했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에 현장 방문 사진을 올리며 "방미 기간 동안 미국 정부 및 의회 인사들을 만나 외교안보 현안에 대해 논의하고, 한미동맹의 굳건함을 더욱 공고히 하는 계기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장 대표는 미국우선정책연구소(AFPI)와 헤리티지재단 등 미국 보수 진영의 핵심 싱크탱크 관계자들과 연쇄 간담회도 가졌다. 그는 "한미동맹의 방향성, 안보와 경제, 에너지 문제, 중국의 위협, 보조함 건조에 대한 우리 조선업의 수급 능력 등 외교안보 전반에 걸친 논의가 있었다"며 "우리는 강력한 한미동맹을 통해 에너지 위기와 안보 리스크를 비롯한 여러 위협을 헤쳐나가야 한다"고 했다.
이러한 광폭 외교 행보에도 불구하고 당 내부의 시선은 여전히 냉랭하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의 중심을 잡아야 할 대표가 자리를 비운 것을 두고 시기적으로 부적절하다는 비판이다. 당의 화력이 현안 대응에 집중되지 못하고 대표의 미국 방문을 둘러싼 내부 논란으로 분산되면서, 지도부가 선거를 앞두고 무책임한 행보를 보인다는 지적이 당 안팎에서 제기된다.
주호영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마치 상주가 상가를 지키지 않고 노래방에 간 것 같다는 표현을 쓰는 사람도 있다"고 전하며 "당이 상가는 아니지만 이런 엄중한 시기에 거기 가서 희희낙락하는 게 바른 처신은 아니다"라고 힐난했다.

친한(친한동훈)계인 정성국 의원도 채널A '정치시그널'에서 "선거 기간이 50일 남았는데 7일이 없어지는 것"이라며 "누구를 만나고, 그분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국민이 인지하지 못한 상황에서 돌아올 때 어떤 성과를 가지고 올 수 있겠나. 그 성과가 득표에 어떤 도움이 되겠나"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장 대표의 방미를 단순한 외교 일정이 아닌 고도의 '정치적 거리두기'로 해석한다. 당내 공천 갈등과 리더십 논란의 중심지에서 한발 물러남으로써 비난 여론을 분산시키고, 외부 활동을 통해 '국제적 리더'로 체급을 높이는 것이 장기적으로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한 원내 관계자는 <더팩트>에 "국내에 있어도, 미국에 가도 비판받는 상황에서 장 대표가 설 수 있 공간이 이미 좁아진 상태"라며 "다들 뒤로 물러나라고 요구하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돌아와서 이 논란을 어떻게 풀어낼지는 본인의 몫"이라고 말했다.
장 대표는 귀국 후 '현장 중심' 행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특히 '현장 최고위원' 대신 물가 폭등과 외교 현안 등 정부·여당의 실정을 부각할 수 있는 현장을 찾아 야당으로서의 선명성을 회복하는 데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 6일 인천 현장 최고위원회의 당시 윤상현 의원이 장 대표의 리더십을 면전에서 공개 비판하며 내부 갈등만 노출했던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한 당 관계자는 "지역 후보자들과 접촉하기보다 정권의 실책이 드러난 현장에서 공중전을 펼치는 게 유일한 해법"이라고 했다. 엄경영 정치평론가도 통화에서 "정부 실정에 각을 세우며 정국 주도권을 확보하려 할 것"이라며 "당 이미지 쇄신이 가능한 인물을 선거대책위원장으로 내세우고, 한 걸음 물러나 지원하는 방식이 최선"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