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속내 읽은 시진핑의 선택은...‘극적 휴전’ 수싸움 치열[이우탁의 인사이트]
  • 이우탁 칼럼니스트
  • 입력: 2026.04.09 00:00 / 수정: 2026.04.09 00:00
中, 파키스탄과 함께 휴전협상 주도...이란 당국자들 "중국의 설득" 강조
5월 베이징 미중회담 주목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10월 30일 부산 김해국제공항 공군기지 나래마루에서 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10월 30일 부산 김해국제공항 공군기지 나래마루에서 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 AP·뉴시스

[더팩트 | 이우탁 칼럼니스트] "파키스탄의 외교 노력과 함께 중국의 설득이 더해지면서 휴전안 수용으로 이어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의 ‘문명 파괴’를 위협한 폭격 예고 시한(7일 오후 8시, 한국시간 8일 오전 9시)을 불과 1시간여 남겨두고 극적으로 도출된 휴전합의를 전하면서 뉴욕타임스(NYT)가 이란 당국자들을 인용해 보도한 내용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휴전 발표 직후 AFP통신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번 휴전합의가 "완전하고 전면적인 승리"라고 자화자찬하면서도 중국이 이란을 설득해 휴전협상에 나서도록 했다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전했다. 그렇다면 이란 전쟁이 발발한 뒤 비교적 정중동 행보를 보여온 중국은 왜 움직이게 됐을까.

역시 미국과 중국간 패권경쟁과 깊은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다. 또 중국과 이란의 특수 관계를 들여다보면 쉽게 이해된다. 중국과 이란은 2016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테헤란 방문을 계기로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를 심화해왔다. 특히 지난 2021년 3월 양국은 향후 25년간 정치·경제·무역분야 협력을 약속하는 ‘협력 협정’에 서명했다. 이란을 거점으로 중동에서의 중국 영향력이 커질 것으로 전망됐다.

이란은 이날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사업에 적극 동참하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후 중국은 이란 원유 수출량의 80% 이상을 구매했다. 에너지 분야에서 미국에 비해 열세인 중국은 중동은 물론 중남미의 베네수엘라와도 협력관계를 강화해왔다.

중국의 글로벌 ‘반미 네트워크’ 구축을 주시해온 트럼프는 지난 1월 베네수엘라에 대한 군사작전을 통해 친중 행보를 보인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체포했고, 이번에는 이란을 전면적으로 공격해 ‘무자비하게’ 파괴했다. 트럼프의 속내는 중국에 대한 직접적인 공세 이전에 중동과 중남미의 중국 거점을 제거하려는 것으로 읽혔다.

내달 중순 트럼프를 만나게 될 시진핑은 이란 전쟁이 더 이상 지속되는 것은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와 함께 중국의 에너지 대란을 심화시킬 위기를 불러올 것이고, 이는 중국의 에너지 취약성을 트럼프 앞에서 노출하는 것임을 잘 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 불과 몇 년 전에 ‘25년의 전략적 협정’을 맺은 이란이 ‘석기시대로 돌아갈’ 위기에 처해있는데 방관할 경우 다른 지역의 ‘일대일로 거점국’에도 좋지 않은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은 이란 전쟁을 통해 몇가지 중요한 교훈을 얻었다고 할 수 있다. 먼저 미국이 언제든 중국의 에너지 약점을 파고들 경우 수세에 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확인한 점이다. 시진핑 주석은 최근 중국의 에너지 안보(Energy security)를 확보하기 위해, 새로운 에너지 시스템의 강화를 촉구했다고 언론들이 전했다. 차제에 원유 의존도를 줄이면서 에너지 취약성에 대비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보다 중요한 교훈은 이번 이란 전쟁을 통해 패권국 미국의 힘에 대한 냉철한 인식을 하게 됐다는 점이다. 막강한 군사력으로 이란을 초토화하는데는 성공했지만 이란이 예상과 달리 오래 버티며 전쟁이 장기화되자 미국 경제도 큰 타격을 입었다. 경제문제에 취약한 미국의 실상을 확인한 셈이다.

아울러 미국의 군사력이 중동에 결집하는 동안 인도 태평양 지역, 특히 중국의 ‘핵심 이익’으로 여기는 대만에 대한 미국의 집중력이 약화되는 것은 향후 ‘하나의 중국’을 완성하려는 시진핑의 행보에 영향을 줄 요소이다. 또 트럼프의 일방적인 독주에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는 물론이고 한국과 일본 등 미국의 핵심 동맹국들도 결과적으로 등을 돌린 장면은 중국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았다.

실제로 트럼프가 이끄는 미국은 더 이상 과거의 미국이 아님을 세계인들은 체감했다. 미국 여론조사기관 갤럽이 지난 3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30여 개국 국민 가운데 36%가 중국 지도부에 대한 지지를 보냈다. 미국은 31%였다. 시진핑으로서는 일방적 패권주의를 추구하는 트럼프와 비교되는 중국식 ‘다자주의’를 강조할 좋은 기회를 잡은 셈이다.

이런 계산이 휴전협상에 중국이 적극적으로 나선 배경으로 분석된다. 앞으로 2주간의 휴전기간 동안 펼쳐질 종전 협상에서 중국의 역할이 커질수록 내달 베이징에서 열릴 미중 정상회담에서 중국의 입장을 강화해줄 수 있다.

이렇게보면 이란 전쟁은 중국 입장에서는 미래를 도모할 자산으로 활용할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하겠다. 국제정치학에서 패권국은 핵심적인 공공재(안보, 금융, 통신 등)를 제공하며 국제질서를 주도하는 국가를 의미한다. 이란 전쟁 이후 진정한 패권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치열한 수싸움이 벌써부터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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