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편에 이어
'조용한 살인자'라고 불리는 석면은 최대 40년까지의 잠복기를 거친 뒤 폐암과 석면폐증, 악성중피종 등 치명적 질환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발병 시점엔 이미 노출 원인을 특정하기 어렵고 특히 악성중피종에 걸리면 치명률이 높다. 석면은 1급 발암물질로 분류돼 2009년부터 사용이 중단됐지만, 공공기관은 일시적으로 이용을 중단하기 어려워 제거 속도가 상대적으로 더디다. <더팩트>는 준공 50년이 지난 국회 본관이 여전히 '석면건축물'인 현 실태를 짚어봤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국회=이하린 기자] 비상계엄 선포 이후 군을 태운 헬기가 국회 본관 인근에 띄어졌던 지난 2024년 12월 3일. 전문가들은 당시와 같은 상황에서 일상적이지 않은 외부 충격으로 인해 진동이 발생할 시 석면 뿜칠재의 위해성이 더 높아질 수 있다고 강조한다. 노후 석면 건축물에 대한 관리 체계의 재점검 필요성이 제기되는 이유는 석면 노출이 치명적인 건강 피해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석면 피해자 수는 현재 '피크(Peak·고점)'를 찍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지난 2021년 발간한 '석면피해구제제도 10년' 자료에 따르면, 석면 피해 신청 현황은 2011년 782명에서 2015년 494명으로 주춤하다가, 이후 가파르게 증가했다. 신청자는 △2016년 643명 △2017년 717명 △2018년 1027명 △2020년 946명 △2021년 1380명으로 늘었다. 석면 질환은 평균 20~40년에 이르는 긴 잠복기를 거쳐 발병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과거 건축물에 사용된 석면의 영향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석면피해 인정 현황 역시 지난 2021년 기준으로 누적 5000건을 넘겼다. 석면이 유발하는 대표 질환 중 하나인 석면폐증은 석면섬유가 폐포에 침착한 뒤 대식세포가 이를 제대로 제거하지 못하면서 시작된다. 이 과정에서 염증세포가 유입되고 폐 조직이 점차 굳는 섬유화가 진행된다. 흉막반이나 흉막비후, 석회화 등이 동반되기도 한다. 특히 석면 노출에 흡연이 더해질 경우, 폐암 위험은 더욱 커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가장 경계해야 할 질환으로 '악성중피종'을 꼽는다. 악성중피종은 마땅한 치료 방법이 없는 데다, 진단 후 생존 기간도 최대 1년이기에 '가장 잔인한 병'으로 평가받는다. 흉막이나 복막에서 발생하는 중피종은 최소 20년에서 30년 사이의 잠복기를 거쳐 발견된다. 중피종의 위험성은 초기 노출 후 30~35년 후가 가장 높다는 점에서 장기간에 걸쳐 위험이 지속되는 질환이다. 그 때문에 진단 시점에는 이미 병이 상당히 진행된 경우가 많다. 중피종 환자 상당수는 대체로 원인을 모른 채 병원을 찾았다가 뒤늦게 발병을 알게 되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한다. 초기에는 거의 증상이 없기 때문이다.
석면 질병 전문가인 명준표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교수는 <더팩트>와 만나 "악성중피종은 별도 징후도 없어 보통 폐에 물이 찬 것 같아 병원에 와서 정밀 검사를 받으면서 발견하는 경우가 다수다"며 "1년 이상 절반 이상은 사망한다"고 경고했다. 그는 "치료하려고 해도, 흉벽에 종양이 생기면 자극이 돼 정상 세포가 아닌 암처럼 분화되면서 점점 주변으로 퍼져나간다. 폐가 숨을 쉴 수 없도록 공간이 좁아진다"며 "원인도 명확히 알 수 없어 가장 억울한 질병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50년 연식의 국회를 '무석면 건축물'로 전환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노후 건축물일수록 내부의 석면 자재가 부식됐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국회 건물 내부에 다수 포진된 자재인 '뿜칠재'는 쉽게 비산하는 특징이 있어 천장 내부 설비나 전기 배선 등을 보수하는 과정에서 일반인들이 석면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진다. 아무리 관리 측면에서 유지보수를 한다고 해도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명 교수는 "지금 당장 드러난 수치만으로 안심할 수는 없다"며 "석면이 남아 있는 이상, 노후화와 공사 과정에서 비산 위험은 계속될 수밖에 없고, 결국 완전 제거가 가장 바람직한 해법"이라고 설명했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관리'라는 이름으로 시간을 끌기보다는 우선순위를 정해 위험도가 높은 자재부터 단계적으로 제거해야 한다"며 "궁극적으로 '무석면 건축물'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국회사무처는 "지속적으로 석면 제거를 추진하려고 하고 있고, 향후 제거 계획을 이어갈 것"이란 입장이다. 다만, 당장은 국회의 세종 이전 문제가 엮여 있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 사무처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