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국회=김수민 기자]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보수의 성지’로 불리는 대구의 민심 기류가 심상치 않다. 차기 대구시장 여론조사에서 여당 후보가 야권 후보를 크게 앞서는 등 이례적인 위기 징후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야권에서는 막판 '샤이 보수'(숨은 보수층)의 결집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대구 민심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이같은 위기감은 실제 수치로 드러나고 있다. 보수 진영 정당 후보가 압도적 격차를 유지해 온 과거 선거 양상과 달리, 최근 조사에서는 여권의 추격세가 거세다.
TBC 대구방송이 리얼미터에 의뢰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49.5%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2위 추경호 의원(15.9%)을 3배 이상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김 전 총리는 국민의힘 예비후보들과의 모든 1대1 가상 대결에서도 과반 이상의 지지를 얻으며 우위를 점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를 단순한 지지율 등락이 아닌 대구 민심의 본질적 변화로 해석하고 있다. 과거의 무조건적인 지지에서 벗어나 지역 경제 회복과 실리를 우선시하는 '비판적 지지' 성향이 강화됐다는 분석이다.
위기 때마다 국민의힘이 기대를 거는 변수는 '샤이 보수'다. 여론조사에는 응하지 않지만 실제 투표장에서는 보수를 선택할 '숨은 표'가 존재한다는 논리다. 하지만 과거 사례를 비추어 볼 때 낙관론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역대 전국 단위 선거에서 '샤이 보수' 전략이 승리로 이어진 전례는 사실상 전무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는 2020년 제21대 총선이다. 당시 미래통합당 지도부는 여론조사 열세 속에서도 '숨은 보수 표심'을 내세워 막판 뒤집기를 자신했지만, 결과는 개헌 저지선을 턱걸이하는 데 그쳤다.
2018년 지방선거 역시 마찬가지였다. 자유한국당은 '샤이 보수' 결집을 장담했지만, 수도권은 물론 대구·경북 제외 영남권 대부분을 내주며 기록적인 참패를 당했다. 이는 보수 지지층이 당에 실망할 경우 '투표 포기'나 '교차 투표'를 선택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현재 대구의 상황이 과거보다 위태롭다는 진단이 나온다. 영남권 한 의원은 이날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당원 중에서도 김 전 총리를 지지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라며 "샤이보수가 결집해서 오히려 우리가 아닌 김 전 총리를 선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여론조사에 잡히지 않은 김 전 총리의 숨은 지지층, 즉 '샤이 김부겸' 표심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승부의 관건은 보수 지지층이 투표장으로 향할 수 있는 '실질적인 명분'이다. 막연한 정당 충성도에 호소하기보다 지역 변화를 이끌 구체적인 비전과 정책 제시가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엄경영 정치평론가는 통화에서 "대구 내 '김부겸 붐'과 실제 민주당 인사를 시장으로 받아들일 건지는 별개의 문제"라며 "현재의 지지율 하락은 국민의힘에 대한 불만과 경고가 투영된 일종의 '질책성 메시지'일 뿐"이라고 분석했다.
기사에 포함된 조사의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 ±3.5%p다. 조사 방법은 무선전화 자동응답 방식으로 이뤄졌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