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정소영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의 군사작전 의지를 재확인하며 동맹국의 역할을 공개적으로 압박하고 나섰다. 한국을 향해선 직접 불만을 표출하면서 향후 대응 전략에 관심이 쏠린다.
박일 외교부 대변인은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 언급에 주목하고 있다"며 "정부는 한미 간 긴밀한 소통하에 신중히 검토해 판단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한국시간) 백악관 대국민 연설에서 "앞으로 2~3주에 걸쳐 이란에 대해 극도로 강력한 타격을 가할 것"이라며 추가 공세를 예고했다.
이어 호르무즈 해협과 관련해 중동산 원유·가스 수입 의존 국가들을 향해 미국에서 석유를 구입하거나 스스로 해협을 지킬 것을 제안했다. 그는 "우리는 도움을 주겠지만 그들이 절실히 의존하는 석유를 보호하는 일의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고 전했다.
같은 날 부활절 오찬 행사에서는 한국을 겨냥해 "우리에게 도움이 되지 않았다"며 "우리가 험지에, 핵 무력(북한) 바로 옆에 4만 5000명의 군인을 두고 있는데도 말이다"라고 언급했다.
이 같은 발언은 단순한 압박을 넘어 한미동맹의 성격 변화를 시사하는 신호로 해석된다. 그간 미국이 안보 제공자 역할을 강조해 왔다면,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서는 동맹국의 책임 분담을 노골적으로 요구해 관계 재조정을 압박하는 양상이다.
특히 주한미군 문제를 직접 언급한 것에 대해선 기존의 방위비 분담을 넘어 동맹국의 군사적 역할 확대 요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비용 분담 중심이던 동맹 구조가 역할 분담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재환 인하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과거에는 미국의 요구가 방위비 등 비용 분담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이란 전쟁 이후에는 직접적인 군사적 기여 요구로 전환되고 있다"며 "동맹국에 요구하는 분담의 성격 자체가 변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정부는 신중한 대응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박 대변인은 "국제 해상 교통로의 안전과 항행의 자유는 모든 국가이익에 부합하며 국제법의 보호 대상"이라며 "중동 정세와 관련국 동향을 주시하면서 우리 국민 보호와 에너지 수송로 안전 확보를 위한 방안을 다각적으로 모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정부로서는 군사적 개입 대신 비용 분담을 중심으로 대응하는 방안이 현실적인 선택지로 거론된다.
정 교수는 "군사적 역할 분담은 부담이 크고 한 번 확대되면 되돌리기 어려운 만큼, 단기적으로는 향후 조정이 가능한 비용 분담을 통해 대응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며 "결국 한국은 군사적 개입과 비용 분담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외교가 관계자는 "미국의 주요 동맹국들의 대응 방향을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다른 국가들의 참여 여부와 수준에 따라 우리 정부의 대응 수위도 신중하게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을 이어가겠다고 밝히면서 한국은 경제 부담에도 직면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국제 유가 급등 등 에너지 시장 불안이 심화될 것이란 의견이 많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이날 ‘미·이란 전쟁에 따른 유가 충격의 주요국 파급효과’ 보고서를 통해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될 경우 글로벌 원유 생산이 약 10% 감소해 유가가 리터당 117달러(한화 약 17만 7000원)까지 상승할 것으로 추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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