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국회=김시형·김수민 기자] 국민의힘 수도권 선거 전략의 핵심 변수로 거론되던 '유승민 역할론'이 결국 동력을 잃었다. 이를 두고 단순한 영입 실패를 넘어, 보수 정당이 위기 때마다 반복해 온 '비주류 중진' 활용 방식의 구조적 한계를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31일 사퇴 의사를 밝힌 이정현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은 유 전 의원의 경기도지사 출마가 최종 무산됐음을 공식화했다. 그는 이날 중앙당사 브리핑에서 "다양한 채널로 여러 노력을 했지만 본인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며 "더 이상의 접촉은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당 안팎에서는 '유승민 카드' 무산 배경으로 정치적 명분과 신뢰의 결여를 꼽고 있다. 국민의힘은 수도권 위기론이 고조될 때마다 유 전 의원을 소환했지만, 정작 그의 정치적 상처를 치유하거나 활동 공간을 보장하려는 실질적인 노력은 부족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지난 2022년 경기도지사 경선에서 이른바 '윤심'을 등에 업은 김은혜 후보와의 경쟁 과정에서 사실상 배제됐던 경험은 당의 진정성에 대한 의구심을 키운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번 사태는 비주류 중진을 대하는 여야의 태도 차이도 부각시켰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와 유 전 의원은 각각 진영 내 '합리적 비주류'이자 외연 확장의 상징이라는 공통점을 지녔지만, 당의 대우는 크게 달랐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김 전 총리의 대구시장 후보 출마 과정에서 지역 현안에 대한 당 차원의 전폭 지원을 약속했다. 비주류 중진의 험지 출마를 '지역주의 타파'라는 당의 핵심 가치로 연결해 정치적 명분을 부여한 것이다.
반면 국민의힘 내부에선 유 전 의원을 향한 이른바 '배신자 프레임'이 작동할 때 이를 방관하거나 오히려 정치적 퇴로를 좁히는 모습이 반복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과적으로 이번 출마 '소환' 역시 패배 시 오롯이 개인 책임으로 귀속되는 모양새로 비칠 수밖에 없었다는 평가다.
유 전 의원 입장에서는 일방적 희생만 요구받는 상황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엄경영 정치평론가는 "당이 계엄과 탄핵의 강을 온전히 건너지 못한 상황에서 유 전 의원이 출마해본들 당선은 물론 차기 대권 주자로서의 입지 확보도 불투명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며 "그간 배신자 프레임을 씌우며 밀어내다 위기의 순간에만 손을 내미는 것은 정치적 도의에도 어긋나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당내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우리 당이 배신자 프레임에 좀 크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며 "컷오프나 경선 과정에서 반발한 인사들에게 탈당만은 자제해달라는 요구가 나올 정도"라고 전했다.
다만 당 일각에서는 선당후사 차원의 결단이 부족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 지도부 인사는 "정계 은퇴면 몰라도 정치적으로 잊혀지지 않기 위한 노력이 있었어야 했는데 아쉽다"며 "당이 어느 때보다 가장 어려운 선거를 치르는 상황에서 선당후사 차원의 결단으로 희생을 불사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