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 성패<하>] 이번엔 다를까…원포인트 개헌, 관건은 국민의힘 9표
  • 서다빈·정채영·이태훈 기자
  • 입력: 2026.03.30 00:00 / 수정: 2026.03.30 00:00
5·18 정신·계엄 요건 강화 우선 추진…재적 3분의 2 필요
민주 "적기" 속도전…국힘은 '지선 이후' 신중론
국회 안에서 ‘원포인트 개헌’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은 19일 국회에서 열린 초당적 개헌추진을 위한 제정당 연석회의에 참석한 용혜인 기본소득당 원내대표(왼쪽부터), 윤종오 진보당 원내대표,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우 의장, 서왕진 조국혁신당 원내대표,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 한창민 사회민주당 원내대표. /배정한 기자
국회 안에서 ‘원포인트 개헌’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은 19일 국회에서 열린 초당적 개헌추진을 위한 제정당 연석회의에 참석한 용혜인 기본소득당 원내대표(왼쪽부터), 윤종오 진보당 원내대표,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우 의장, 서왕진 조국혁신당 원내대표,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 한창민 사회민주당 원내대표. /배정한 기자

'87년 체제' 종언을 위한 시도는 번번이 현실 정치라는 벽에 가로막혔다. 민주주의를 지탱할 안전장치가 헌법에 새겨지지 못한 사이 정치 양극화는 깊어졌고, 권력자의 위헌적 비상계엄 선포마저 제어하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의 개헌 논의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이번에야말로 87년 체제를 넘어 새로운 질서로 나아갈 수 있을까. 국민의 시선이 다시 국회로 향하고 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국회=정채영·이태훈·서다빈 기자] 이번 개헌 논의의 핵심은 '원포인트 개헌'이다. 여권은 "지금이 적기"라며 속도전을 강조하는 반면, 야권은 정치적 셈법을 이유로 회의론을 거두지 않고 있다. 6·3 지방선거와 동시에 개헌 국민투표를 추진하려는 구상이 현실화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원포인트 개헌'은 여야가 이견 없이 접점을 찾은 사안을 우선 처리하는 방식이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 △계엄 요건 강화 △지방분권과 지역균형발전 명시 등을 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여기에 이재명 대통령이 언급한 부마민주항쟁의 헌법 전문 수록도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우 의장은 개헌 특별위원회 구성없이 '의원 공동 발의' 형식으로 개헌안을 추진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다만 개헌안이 본회의를 통과해 국민투표로 이어지려면 재적 의원 3분의 2인 197명의 찬성이 필요하다. 현재 의석 분포상 국민의힘에서 최소 9명의 이탈표가 필요한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는 이번이 개헌의 '적기'라는 판단이 우세하다.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이 계엄 사태로 탄핵된 이후, 계엄 요건 강화에 대한 공감대가 크게 형성됐다는 점이 배경으로 꼽힌다.

지난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개헌 관련 입장문을 발표하는 우원식 국회의장. /배정한 기자
지난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개헌 관련 입장문을 발표하는 우원식 국회의장. /배정한 기자

호남에 지역구를 둔 초선 의원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과거에는 야당 반발이 강해 엄두를 못 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며 "계엄에 대한 국민적 문제의식이 형성됐고, 5·18 역시 계엄에 의해 희생된 사건인 만큼 관련 정신과 부마민주항쟁 등을 포함한 개헌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관건은 국민의힘 내 이탈표"라며 "소장파 의원들을 중심으로 찬성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충남권을 지역구로 둔 한 민주당 의원은 개헌 성사 가능성에 기대감을 내비치며 "결국 원내대표단과 수석 간 물밑 협상이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조국혁신당은 개헌 자체에는 찬성하면서도, 이번 논의를 계기로 추가 개헌 의제를 확장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혁신당을 비롯한 소수정당이 제안해 온 중대선거구제 등도 개헌이 필요한 사안인 만큼, 원포인트 개헌이 후속 논의의 동력이 될 수 있다는 기대다. 동시에 행정수도 완성과 관련한 의제를 개헌안에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도 이어지고 있다.

혁신당 소속 한 의원은 통화에서 "이견이 없는 사안부터 담으면 개헌안은 충분히 빠르게 도출될 수 있다"면서 "국민의힘이 동시 개헌 투표에 소극적인 것은 투표율 상승에 따른 정치적 계산 때문이다. 정치인들이 그러면 안 된다. 여론이 형성되면 입장이 바뀔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통령도 행정수도 이전을 공약으로 제시했고,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도 '시간을 허비할 수 없는 시대적 과제'라고 언급한 바 있다"며 "'수도에 관한 조항은 법률로 정한다'는 14글자가 헌법에 들어가야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이번 원포인트 개헌 논의의 핵심 변수는 국민의힘 내부 이탈표가 핵심이 될 예정이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6년도 예산안 관련 시정연설을 하고 있는 이재명 대통령. /국회=배정한 기자
결국 이번 원포인트 개헌 논의의 핵심 변수는 국민의힘 내부 이탈표가 핵심이 될 예정이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6년도 예산안 관련 시정연설을 하고 있는 이재명 대통령. /국회=배정한 기자

개혁신당도 개헌 취지에는 공감하는 입장이다.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는 지난 19일 국회에서 열린 '초당적 개헌 추진을 위한 제정당 연석회의'에서 "우 의장이 제안한 (개헌) 내용은 권력구조나 민감한 내용이 들어가 있지 않아 야당도 충분히 논의에 참여할 수 있다"며 "개혁신당도 5·18정신 헌법 수록과 계엄 요건 엄격화 등을 수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언급했다.

다만 개혁신당은 향후 논의 과정에서 민주당이 개헌안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일 가능성에 대해서는 경계하고 있다. 개헌 취지에는 동의하되 내용에 따라 협조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입장이다. 개혁신당 소속 한 의원은 통화에서 개헌 취지에 동의하고 정부가 가고자 하는 방향이 틀리지 않았다면 힘을 실어줄 수 있다"면서도 "계엄 요건 강화 등 방향성에는 공감하지만 정치적으로 악용되지 않도록 균형 있는 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구체화 과정에서 민주당이 자기들 마음대로 할 가능성도 있다. 과도하거나 납득하기 어려운 문구가 포함될 경우에는 세부 내용에 대해 반대할 수밖에 없다"며 "그렇지만 의장이 제안한 것 자체에 대해서는 반대할만큼의 명분은 없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은 개헌에 대해 반대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당내에서는 이번 논의가 향후 4년 중임제 도입 등 권력구조 개편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계론도 나온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19일 의원총회에서 "지방선거 이후 국민적 공감대 속에서 차분히 추진해야 한다"면서 "개헌을 부분·상시적으로, 선거에 맞춰 이벤트로 계속하게 되면 앞으로 모든 선거는 (민생보다) 개헌 이슈에 묻힐 것이고, 정략적으로 개헌이 이뤄질 개연성이 매우 크다"고 우려했다.

이어 "(개헌은) 무겁고 신중하게 제대로 된 공론화 절차를 밟아야 한다"며 "이재명 대통령도 단계적, 점진적 개헌을 검토하라고 지시하는데, 현재 대한민국의 헌법을 연성 헌법으로 만들겠다는 발상으로 비친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개헌에 대해 반대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당내에서는 이번 논의가 향후 4년 중임제 도입 등 권력구조 개편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계론도 나온다. /배정한 기자
국민의힘은 개헌에 대해 반대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당내에서는 이번 논의가 향후 4년 중임제 도입 등 권력구조 개편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계론도 나온다. /배정한 기자

결국 이번 원포인트 개헌 논의의 핵심 변수는 △국민의힘 내부 이탈표 △지방선거와 맞물린 정치적 이해관계다. 여권이 '공론이 모인 사안부터’'속도전을 밀어붙이는 가운데, 야권이 정치적 손익 계산을 넘어 협상 테이블에 올라설지 여부가 개헌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이에 따라 시선은 자연스럽게 국민의힘으로 향하고 있다. 우 국회의장도 개헌안 발의 동참을 촉구하는 서한을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전달했다. 장동혁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에는 친필 서한을, 나머지 의원들에게는 인쇄본을 보냈다. 우 의장은 서한에 "좀 더 논의해서 다음에 하자는 말도 있지만 (그럴 경우) 아마 개헌은 더 어려워질 것"이라며 "이미 충분한 공론이 모인 것부터 단계적으로 해야 (개헌을) 할 수 있다"고 적었다.

이어 우 의장은 지난 27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의장은 오랜 시간 국민의힘 의원님들께 어떻게 개헌에 대한 진심을 전달할수 있을까 고민해왔다"며 "3박 4일간 필리버스터 사회를 보면서 내용을 고민하고 썻다가 고치기를 수십 번 반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30일(월)에는 2차 초당적 개헌추진을 위한 원내대표 연석회의가 있다"며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강화하는 개헌에 국민의힘 의원님들께서도 동참해주시길 간절히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정치권에서는 개헌 논의를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일각에서는 우 의장의 행보를 두고 '자기 정치' 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된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통화에서 "(서한이) 절절했다"고 평가하면서도 우 의장의 개헌 추진에는 동의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는 통화에서 "우 의장의 당권·대권 도전설이 나오는 상황에서 이번 행보가 정치적 포트폴리오를 쌓기 위한 시도로 비칠 수 있다"며 "손편지 한 통으로 야당을 설득할 수 있었다면 애초에 이런 대치 국면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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