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국회=김수민·정채영·이태훈 기자] 고물가와 경기 침체로 서민들의 실질 소득은 줄어들고 있지만, 국회의원들의 재산 성적표는 '맑음'이다. 국회공직자윤리위원회가 공개한 '2026년 정기재산변동신고'를 분석한 결과, 재산 증가 상위권 의원들은 국내외 투자 환경 속에서 정교한 자산 배분을 통해 불황을 뚫고 자산 가치를 극대화했다.
이번 신고 대상 의원 중 88.5%인 254명의 재산이 늘어났으며, 감소한 의원은 33명에 불과했다. 재산 증가 상위 5인은 고동진 국민의힘 의원(56억8563만),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40억7988만), 박충권 국민의힘 의원(33억2837만),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20억4367만), 이헌승 국민의힘 의원(19억5488만)이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증권 포트폴리오의 변화다. 국내 증시가 장기 박스권에 갇히자, 의원들은 성장성이 높은 미국 나스닥 기술주와 글로벌 우량주로 눈을 돌렸다. 김건 국민의힘 의원의 배우자는 엔비디아(34주), 마이크로소프트(37주), 아마존(25주), 메타(4주) 등 나스닥 기술주 종목을 매입해 자산의 질적 변화를 꾀했다. 강경숙 조국혁신당 의원의 배우자 또한 TSMC, 브로드컴, 테슬라 등 우량 해외 주식을 다수 보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 주식은 현금화의 수단이 됐다. 이번 신고에서 재산 증가액이 가장 큰 고동진 의원은 전년 대비 56억 8563만 원이 증가한 373억 5975만 원을 신고했다. 삼성전자 사장 출신인 고 의원은 보유 중이던 삼성전자 주식 1만2500주를 매도해 현금을 확보했다. 재산 증가 2위인 윤상현 의원은 보유 주식의 가치 상승에 힘입어 약 40억 7988만 원 증가했다.

부동산 투자 방식의 경우, 단순히 집 한 채에 집중하던 과거의 전략을 넘어 강남권 핵심 요지의 부동산을 점유하는 현상이 더욱 뚜렷해졌다.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와 용산 등 핵심 지역에 포진한 의원들의 자산은 수억에서 수십억 원씩 뛰었다. 고 의원은 본인 소유의 용산구 한남동 '한남더힐' 아파트 가액이 9억 3400만 원 상승하며 전체 자산 규모를 키웠다.
김은혜 의원은 강남구 논현동 소재 빌딩 등 보유 부동산 가액 상승과 예금·증권 증가로 20억여 원의 재산을 더했다. 이헌승 의원 또한 주식 가치 상승과 서초구 반포동 아파트 가격 변동으로 19억여 원이 증가했다. 재건축 호재를 누린 주호영 국민의힘 의원은 서초구 반포동 아파트 가액 변동으로 10억 2879만 원의 이익을 챙겼다.
특히 박충권 의원의 재산은 1년 사이 5500만원 에서 33억여 원으로 60배 가까이 늘어났다. 박 의원의 자산 증가는 '혼인'에 따른 합산이 주요 원인이다. 지난해 11월 결혼 이후 배우자 명의 서초구 서초동 아파트를 비롯해 오피스텔, 근린생활시설, 의료시설 등이 재산 목록에 포함됐다.
주식과 부동산과 같은 전통적인 자산 외에 비금융 실물 자산으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한 사례도 눈에 띈다. 예술품 투자가 대표적이다. 고 의원은 김지원 작가의 '맨드라미' 등 서양화 4점(총 6420만 원)을 본인과 배우자 명의로 보유하고 있다.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의 배우자는 1억 6000만 원에 달하는 하프 3대와 회화를 보유했다.
안전 자산의 대명사인 '금'을 택한 의원도 있다. 곽상언 민주당 의원은 5790만 원 상당의 골드바를 신규 매입하며 안전 자산 비중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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