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김정수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딸 주애가 저격 소총과 권총 사격에 이어 탱크까지 조종하는 모습을 보였다. 부친의 군 관련 일정에 동행하던 수준에서 무기와 군사 장비를 직접 운용하는 단계로 나아간 것이다. 후계 서사 구축이 본격화했다는 평가와 함께, 세습 구조상 주애의 약점인 '부족한 군 경험'이 보완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20일 북한 관영매체들은 김 위원장이 전날 조선인민군 수도방어군단 직속 평양 제60훈련 기지를 방문해 보병·기갑부대 협동 공격 전술 연습을 참관했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신형 전차 '천마-20'을 동원한 이번 훈련을 직접 지도했다. 이어 천마-20이 드론과 미사일 공격을 자동으로 방어하는 능동방호 체계를 갖췄다고 치켜세우며 대대적인 전력화를 예고했다.
김 위원장의 이번 일정에는 딸 주애도 동행했다. 김 위원장과 주애는 같은 가죽 재킷 차림으로 바지와 신발도 검은색 계열로 같았으며, 재킷 안쪽에 입은 옷 색상까지 흰색으로 동일했다. 특히 김 위원장이 보도된 사진은 12장이었는데 독사진 없이 모두 주애와 함께 한 모습이었다. 최고지도자 못지않게 그 자녀도 비중 있게 다뤄진 셈이다.
주애의 존재감은 신형 전차를 직접 운전하는 사진으로 더 부각됐다. 앞서 주애는 지난달 27일 저격 소총 사격과 지난 1일 권총 사격을 한 바 있지만, 전차와 같은 군사 장비를 직접 운용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처럼 주애가 사격뿐 아니라 전차까지 다루는 장면은 북한의 후계 구도와 연결 지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주애가 총을 쏘고 전차에 오르는 것은 차기 지도자가 현대전에도 능통한 군사 천재임을 조작해 가는 정교한 우상화 작업"이라며 "김 위원장은 자신의 가죽점퍼와 탱크를 딸에게 물려줌으로써 혁명 계승을 위한 단계를 밟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주애는 단순한 참관자에서 이제는 전사이자 지휘관으로서의 이미지를 구축 중"이라고 해석했다. 그간 주애는 김 위원장의 군 관련 일정에 동행해 참관하는 수준에 머물렀지만, 앞으로는 보다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며 후계자로서의 입지를 다질 것이란 분석이다.

주애의 잇단 무기 운용이 북한 세습 서사를 완성하기 위한 사전 작업이란 전망도 나온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 체제는 '유격대 국가' 성격으로 1930년대 김일성의 빨치산 투쟁을 서사로 활용한다"며 "그런 면에서 주애는 여성이고 군에 대한 경험이 없다는 게 후계자로서의 약점인데, 이를 확실히 보충해 주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아버지를 따라 참관하는 이미지에서 실제 사격을 하고 전차를 타며 '빨치산 투쟁의 역사를 이어 받는 후계자'라는 이미지가 조성되고 있다"며 "북한의 후계 구도가 주애를 내정한 단계로 볼 수 있고 확정 단계로 빠르게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앞서 국가정보원은 지난달 국회 정보위원회에 주애가 후계 내정 단계에 들어간 것으로 판단된다고 보고한 바 있다.
북한이 제9차 노동당 대회에서 단행한 군 인사도 주애의 후계 문제와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도 있다. 김 위원장을 제외한 군 서열 1위인 당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은 총정치국장 출신 정경택이 자리했다. 군에 대한 전문성이 아닌 당의 사상적 통제를 우선시하는 방향으로, 안정적 세습의 절대 조건인 군부의 충성심을 고려했다는 시각이다.
통일부는 북한의 후계 구도에 대한 판단을 유보하면서도 주애의 무기 운용엔 유념하고 있다고 밝혔다. 장윤정 통일부 부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김정은 후계 내정과 관련돼서는 정보기관의 판단에 유념하면서 관계 기관과 동향을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이어 "(주애와) 관련된 동향들이 많이 있다는 것을 유념해서 보고 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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