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김정수 기자] 북한이 제9차 노동당 대회에서 비서국을 대폭 확대한 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딸 주애의 후계 구축과 관련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부소장은 12일 서울 종로구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IFES)에서 현대북한연구회와 IFES가 공동 개최한 '북한 제9차 당대회 평가 및 정세 전망' 학술회의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정 부소장은 "8차 당대회에서 당 중앙위원회 비서국은 김정은을 포함해 8명으로 구성됐지만, 이번 9차 당대회에서는 12명으로 대폭 확대됐다"며 "비서국이 권력 승계와 관련됐던 선례를 살펴보면 은밀한 후계 체계 구축으로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정 부소장은 "지난 1974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대내적 후계 공식화가 이뤄진 뒤, 권력의 중심이 당 중앙위 정치국에서 비서국과 조직지도부로 이동했다"며 "2010년 김정은 후계 체계가 공식 출범했을 땐 비서국 인원이 제3차 당 대표자회를 통해 11명으로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애가 아직 어리지만 가까운 미래에 김정은의 후계자로 지명된다면, 이같은 비서국 영향력의 확대가 주요 기반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정 부소장은 군사 분야 최고지도기관을 당이 장악하게 된 것도 주애의 후계와 연결 지어 볼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총참모장 출신의 박정천을 대신해 총정치국장 출신 정경택이 당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김정은 제외 군 서열 1위)에 취임했다"며 "군에 대한 전문성 보다 당의 정치적·사상적 통제가 우선시 되는 방향으로 군 통제 구조가 재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정은이 주애를 자신의 후계자로 내세우려고 한다면 군부의 충성심을 이끌어내는 것이 향후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아울러 정 부소장은 9차 당대회에서 주애가 공식 직책을 받진 않았지만 이후 부각된 존재감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당대회 폐막 직후 열린 지난달 25일 열병식에서 주애는 김정은과 유사한 디자인의 검은 가죽 재킷을 입고 주석단에 등장했다"며 "열병식이 전략 무기 없이 진행돼 주애가 더 부각되는 효과가 있었다"고 했다.

정 부소장은 또 "지난달 28일 노동신문에는 김정은이 간부들에게 저격총을 선물하는 과정에서 주애가 이를 보좌한 사진이 보도됐다"며 "주애의 이런 역할은 과거 김여정 당시 당 중앙위 부부장이나 황병서 총정치국장이 수행했던 것으로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정 부소장은 주애가 저격총을 사격하는 독사진과 권총 사격 사진이 연이어 공개된 점에 대해서도 "단순한 동행이 아닌 김정은을 실질적으로 보좌하고 자신도 일정한 능력이 있다는 걸 보여주는 단계로의 이행"이라고 덧붙였다.
남북 대화의 가능성은 북한이 적대적 두 국가 관계를 사실상 공식화하면서 구조적으로 차단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황수환 제주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북한은 남한에 대한 적대적 입장을 반복할 뿐 관계 개선의 여지나 가능성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며 "국가 간 관계로 최종적인 결단을 내렸다는 건 일시적 전술 변화가 아닌 항구적 전략의 재확인"이라고 해석했다.
이어 "7차 당대회나 8차 당대회에서는 '조국의 자주적 통일'이라는 별도의 장을 통해 대남 정책을 설명했지만, 이번 9차 당대회에서는 '대외 관계의 확대 강화를 위하여'라는 장에서 소개했다"며 "대남 부문이 대외 부문으로 편입돼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황 교수는 기존 대남 라인(김영철·리선권)이 퇴진했지만 통일전선부장을 맡았던 장금철이 복귀해 관계 개선의 실마리가 남아 있다는 데 대해 "장금철이 발탁된 건 남북 관계를 관리하는 역할이 아니라 남북 단절을 관리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한은 지난 2020년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기습 폭파한 뒤 장금철 통일전선부장 명의 담화를 내고 "앞으로 남조선 당국과의 무슨 교류나 협력이란 있을 수 없다. 주고받을 말 자체도 없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북한의 경제 전망과 관련해선 양어와 양식사업이 강화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김일한 동국대학교 북한학연구소 교수는 "북한의 기존 식량문제 해결을 위한 3대 핵심 분야는 농업, 축산업, 수산업 순이었다"며 "이번 당대회에서는 수산업, 농업, 축산업 순으로 언급됐는데 순서가 바뀐 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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