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후계자 선출 존중한 北…계산된 외교 메시지
  • 정소영 기자
  • 입력: 2026.03.12 00:00 / 수정: 2026.03.12 00:00
외무성 대변인 문답 형식
북 외교 메시지 수위 조절
반미 연대·세습 정당성 해석
북한이 이란의 차기 최고지도자 선출에 대해 ‘존중한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사진은 지난 8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양체육관에서 열린 3·8 국제부녀절(세계 여성의 날) 기념 공연 관람 전 연설을 진행했던 모습. /뉴시스, 조선중앙TV 갈무리
북한이 이란의 차기 최고지도자 선출에 대해 ‘존중한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사진은 지난 8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양체육관에서 열린 3·8 국제부녀절(세계 여성의 날) 기념 공연 관람 전 연설을 진행했던 모습. /뉴시스, 조선중앙TV 갈무리

[더팩트ㅣ정소영 기자] 북한이 이란의 차기 최고지도자 선출에 대해 '존중한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군사 행동을 비판하며 이란의 권력 승계를 정당한 정치 과정으로 인정하는 메시지라는 분석이다.

북한 대외매체 조선중앙통신은 11일 외무성 대변인이 전날 기자와의 문답에서 이란의 최고지도자 선출 문제와 관련해 "자기의 최고지도자를 선출할 이란 인민의 권리와 선택을 존중한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앞서 이란의 최고지도자를 선출하는 헌법기구인 88인 전문가회의는 지난 8일(현지시간)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사망한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후계자로 그의 차남 모즈타바 하메네이를 선출했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또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을 비난했다. 그는 "이란에 대한 불법적인 군사적 공격을 감행함으로써 지역의 평화와 안전 근간을 허물고 국제적 판도에서의 불안정을 증대시키고 있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침략행위에 엄중한 우려를 표시하며 강력히 규탄한다"고 질타했다. 이어 "정치제도와 영토완정을 침해하고 내정에 간섭하며 체제 전복기도를 제창하는 모든 형태의 군사적 행동은 용납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정치적 지지 의사를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사진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명예훈장 수여식에서 연설하는 모습. /뉴시스, AP
북한이 정치적 지지 의사를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사진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명예훈장 수여식에서 연설하는 모습. /뉴시스, AP

일각에선 기존 북한의 대이란 인식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발표 형식을 통해 메시지 수위를 조절한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은 지난 1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이기적, 패권적 야욕 달성을 위해서라면 군사력의 남용도 서슴지 않고 있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후안무치한 불량배적행태를 가장 강력한 어조로 규탄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는 통화에서 "내용 자체는 기존 담화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외무성 대변인의 질의응답 형식을 택해 수위를 낮춘 것"이라며 "북한 외교 메시지는 일반적으로 논평–질의응답–담화문 순으로 강도가 올라가는데 이번에는 (담화문에서) 한 단계 낮춘 형식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외교적 수사를 넘어 정치적 지지 의사를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후계자가 전임 지도자의 반미 기조를 계승할 경우 이를 공개적으로 평가하며 미국의 압박에 맞서는 공조 가능성을 강조하는 방식이라는 설명이다.

북한과 이란의 오랜 협력 관계가 이러한 해석의 배경으로 거론된다. 북한과 이란은 1973년 4월 15일 공식 수교한 이후 반미 기조를 매개로 관계를 강화해 왔다. 특히 1979년 이란 이슬람 혁명 이후 양국 협력은 더욱 긴밀해진 것으로 전해진다.

북한이 '이란 인민의 권리와 선택'이라고 표현한 점에도 관심이 쏠린다. 차남으로 이어지는 권력 승계를 정당한 정치 과정으로 인정하며, 세습 체제의 정당성을 부각하려는 메시지라는 평가다.

한 대북소식통은 "모즈타바 하메네이 체제의 정통성을 인정한다는 메시지를 외교적으로 표현한 것"이라며 "세습적 권력 구조라는 공감대도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upjs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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