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국회=이하린 기자]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9일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개혁신당 후보들의 유세 동선을 인공지능(AI)이 관리하는 전용 애플리케이션(앱)을 선보였다. 기획 단계부터 개발자와 긴밀히 소통하며 제작 전반을 주도한 이 대표는 직접 연단에 올라 자신감 있는 모습으로 시연을 진행했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시연회에서 "제가 사실 IT 개발자로 일하던 시절이 벌서 16년 전인데 데모(demonstration)를 하려고 하면 항상 설레는 마음이 들었다"며 "오늘도 정치인으로서 개발자로서 기획자로서 설명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 참 특이한 마음이 든다"고 밝혔다.
이어 "지역구 경계선을 헷갈리는 경우도 종종 있어 지역구 밖에 가서 후보들이 활동하는 경우도 있다"며 "그분들이 미숙해서 그런 거라기보다는 선거를 처음 하다 보면 다 겪게 되는 어려움"이라고 강조했다. 공식 명칭이 '개혁신당 AI 사무장'인 이 앱은 현재 아이폰 앱스토어와 갤럭시 플레이스토어에 공개돼 있다. 개혁신당 공천을 받은 후보자에게만 개별 아이디와 패스워드가 부여되며, 공천을 받지 못한 이는 사용이 제한된다.
<더팩트>가 이날 오후 개혁신당 측이 제공한 '기초의원 경기도 화성시 라 출마자' 임시 계정으로 앱을 직접 체험해 본 결과, 첫 화면에서 후보자의 활동 강도를 세 단계로 조절할 수 있었다. 가장 낮은 강도(하루 2~3곳), 보통(하루 4~5곳), 가장 높은 강도(하루 6곳 이상) 중 하나를 선택하면 AI가 그에 맞춰 동선을 생성한다.
가장 주목되는 기능은 단연 AI 기반의 '유세 동선 최적화'다. 시스템에는 학교·공원·종교시설·상권·대중교통 시설 등 지역 주요 지점(POI, Point of Interest) 데이터가 입력돼 있다. AI는 이를 바탕으로 유권자 접촉 확률이 높은 경로를 계산해 후보자에게 추천한다. 실제 앱 시행 시 추천 동선이 지도 위에 표현돼 후보자가 이동 경로를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대시보드 기능을 통해 총 활동 시간과 유세 횟수, 예상 접촉 인원들을 구체적인 수치로 기록된다는 점도 특징이다. 대중교통·상권·학교·공원·공공시설·문화시설·종교시설 등 시설 유형별 방문 비중도 확인할 수 있어서 특정 장소나 익숙한 지역만 반복해서 찾는 후보자의 관성적 유세 패턴을 방지한다. 선거 경험이 부족한 신인 후보들도 지역 구석구석을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누빌 수 있도록 돕는다.

이동 수단 역시 도보·자전거·스쿠터·승용차·트럭 중 선택이 가능하며 글씨 크기와 종교시설 방문 여부도 설정할 수 있게 했다. 후보자의 체력이나 기존 업무 일정, 생활 패턴, 이동 방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매일 새로운 유세 일정을 맞춤형으로 제공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해당 앱을 정상적으로 실행하려면 위치 권한을 '항상 허용'으로 설정해야 한다. 이는 실제 후보자가 AI가 제시한 유세 장소에 도착했는지 여부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기 위함이다. 특히 개혁신당 출마자들은 '유세 히트맵' 기능을 활용해 '자신의 발이 닿지 않는' 소외 지역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이 대표는 "이 앱을 켜는 순간부터 GPS로 동선을 추적해 그 후보가 해당 지역을 실제 방문했는지, 방문했을 때 예상 시간에 비해 어느 정도 있는지 등을 추적한다"며 "AI가 추천한 지역이 유효하지 않을 수 있어서 후보자가 정정해 달라고 요청 시에 이를 반영할 수 있도록 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이날 자신의 지역구인 '경기 화성시 을' 지역을 가상 선거구로 설정해 AI가 유세 일정을 생성하는 과정을 상세히 공개했다. AI는 △동탄역 출근 인사 △화성청계초등학교 인근 학부모 접촉 △중앙 공원 방문 △동탄 한승교회 방문 △라스플로레스 중앙광장 등의 유세 일정을 약 1~2분 내로 완성했다. 이 대표는 AI가 제시한 유세 일정을 확인하더니 "제가 지역구에 지금 활동하는 사람 입장으로서 꽤 정확한 데이터"라면서 "이같은 유세 일정을 제시한 근거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고 했다.
이번 앱은 개혁신당이 추진 중인 '99일 혁신 시리즈' 가운데, 정책 검증 플랫폼에 이은 두 번째 결과물이다. 이 대표는 앱을 만든 이유에 대해 "'정치 신인'을 돕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선거를 처음 치르는 정치 신인들은 일정과 동선을 짜는 과정에서 어떤 방식이 효과적인지에 대한 경험이 부족해 시행착오를 겪기 쉬운데, 이를 줄이기 위해 바로 현장에 적용할 수 있도록 앱 지원을 하겠다는 취지다.

혁신적인 시도라는 평가 이면에는 해결해야 할 숙제도 있다.
우선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데이터 편차에 따른 정확도 문제다. 유동인구와 상권, 대중교통 등 각종 정보가 풍부한 수도권과 달리 군 단위나 농어촌 지역에서는 추천 동선이나 유권자 접촉 예측의 신뢰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대표는 이에 대해 "인구 밀도가 (성능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히 큰 것 같다. 군 단위 지역에서는 자신감이 덜 하다"면서도 "도회지 선거 경험이 많은 당 지도부의 노하우를 수집해 시스템에 반영하도록 하고, 전국 어디에든 뛰는 후보들 모두 도움받을 수 있도록 계속 업데이트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디지털 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 후보자의 접근성 문제도 남은 과제다. 젊은 후보자들에게는 상대적으로 AI 기반 선거 지원 도구가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고령 후보자들에게는 또 다른 진입장벽이 될 수 있다는 우려다. 앱의 기능이 고도화될수록 복잡성이 커지는 만큼, 별도의 교육이 병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아울러 선거법 챗봇의 경우, 서비스의 책임 소재 문제도 있다. AI의 잘못된 안내를 믿은 후보자가 법을 위반할 경우 그 책임이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중앙선관위 공식 자료를 기반으로 한 답변만을 확신 갖고 제공하고, 확실치 않은 사안은 불확실성을 표시한다"면서도 "선거법은 물어볼 때마다 다르고, 지역 선관위 특성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저희도 조심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