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국회=김수민·김시형 기자]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에 대한 징계가 법원의 제동으로 효력이 정지됐다. 그간 친한(친한동훈)계를 겨냥해 '배척 정치'를 이어온 장동혁 대표의 리더십에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한동훈 전 대표를 필두로 한 친한계가 이번 판결을 기점으로 장 대표를 강하게 압박하면서 당내 갈등이 재점화하는 모양새다.
법원이 지난 5일 배 의원의 '당원권 정지 1년' 징계에 대한 법원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면서 야권 내 후폭풍이 거세다. 이번 판결은 단순히 배 의원 개인의 명예 회복을 넘어, 장동혁 대표 체제하의 당 운영 방식에 법적 제동이 내려진 것과 다름없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 정당 내부의 자율성을 최대한 존중해온 사법부가 징계 과정의 절차적 하자를 지적한 만큼, 해당 징계가 특정 계파를 겨냥한 '정치적 보복'이었다는 친한계의 주장은 탄력을 받게 됐다. 부산·울산·경남(PK) 지역구의 한 의원은 <더팩트>에 "너무나 당연한 사필귀정"이라며 "법원이 직접 나서서 무리한 징계라고 판단했으니 장동혁 체제에 굉장히 브레이크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소장파 의원들과 전·현직 원외당협위원장들은 윤민우 윤리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이들은 '국민의힘의 정상화를 원하는 국회의원, 당협위원장(전·현직) 일동' 성명서를 통해 "윤 위원장이 당 대표 뜻만 살피는 바람에 윤리위가 사당화의 도구로 악용되면서 우리 당은 지방선거 민심과 더욱 깊이 괴리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윤리위의 권위 회복과 당의 재건, 나아가 지선 승리를 위해 당장 윤 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한다"며 "장 대표의 사과와 책임 있는 후속 조치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해당 성명에는 고동진·김예지·김재섭·박정훈·조은희·진종오·한지아 의원과 당협위원장 26명이 이름을 올렸다.
친한계를 중심으로 한 당내 반발은 단순 비판을 넘어 실질적인 장 대표 책임론으로 번지고 있다. 배 의원은 지난 6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본인 생각으로는 본인에게 결이 맞지 않는 사람들을 윤리위라는 기구를 통해 숙청하면 미래가 있을 것이란 구상인 것 같은데, 지금이라도 당원과 국민에게 진심으로 사죄해야 한다"고 장 대표의 사과를 촉구했다.

박정훈 의원도 같은 날 페이스북을 통해 "책임지는 사람도 없다. 당연히 윤리위원장을 경질해야 하지만 장 대표는 침묵한다"며 "당을 수렁으로 밀어 넣은 장 대표와 지도부가 제1야당을 이끌 자격이 없는 것은 물론, 당을 이끌어서도 안 된다는 주장이 틀리지 않다는 건 이미 온 국민이 알고 있다"고 힐난했다.
친한계는 이번 판결을 '반격의 카드'로 삼아 보폭을 넓혀 갈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7일 대구 서문시장을 찾아 지지세를 확인했던 한 전 대표는 7일 부산 구포시장 방문했다. 한 친한계 인사는 통화에서 구체적인 향후 활동 계획에는 말을 아끼면서도 "드디어 상식이 통하기 시작했으니 장동혁 체제에 압박으로 작용할 것이다. 국민들도 이를 알아주지 않겠나"라고 했다.
장 대표는 법원의 가처분 인용 결정에 대해 별다른 공식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지도부는 당내 분열 확산을 막고 6월 지방선거 준비에 매진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고수하며, 법원의 결정에 대해 이의신청을 하지 않기로 가닥을 잡았다.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6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추가적인 법적 대응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당내 시선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우선 장 대표 취임 이후 당 지지율이 최저 수준으로 추락한 점이 뼈아프다. 이번 판결이 굳어진 지지율 부진과 맞물려 장 대표의 리더십을 흔드는 결정적 계기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한국갤럽이 지난 3∼5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국민의힘 지지도는 21%에 그치며, 더불어민주당에 더블 스코어 차이로 뒤처졌다. 양당 지지율 격차는 직전 조사보다 4%p 더 벌어졌다.
반면 친한계만의 목소리로는 장 대표를 압박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사법부 판단 하나로 리더십 전체를 흔드는 것은 과도하다는 것이다. 한 원내 관계자는 "액면 그대로 보면 장 대표 리더십과 상관없는 일"이라며 "오히려 이를 계기로 당을 더 시끄럽게 만드는 세력들이 문제"라고 말했다.
기사에 포함된 조사는 무작위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진행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 응답률은 11.9%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