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국회=김수민 기자] 국민의힘 내부에서 장동혁 대표의 '마이웨이' 행보를 견제할 최후의 보루로 여겨졌던 '중진 역할론'이 미궁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장 대표의 강경 노선에 제동을 걸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중진최고회의)가 별다른 후속 조치 없이 표류하면서 당내 의원들 사이에서는 짙은 무력감이 확산하는 모양새다.
5일 정치권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중진 의원들이 제안하고, 장 대표가 수용 의사를 밝혔던 중진최고회의의 구체적인 개최 일자가 정해지지 않고 있다. 이 회의는 당시 지방선거 돌파구 마련에 뜻을 모으며 제안된 아이디어다. 하지만 일주일 지난 현재까지도 구체적인 일정이나 운영 방안 등 후속 조치는 전무한 상태다.
이를 두고 당 안팎에서는 지도부의 수용 의지가 부족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당의 중심을 잡고 장 대표의 독주를 견제하겠다는 구상이 실질적인 동력을 상실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당 핵심 관계자는 이날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아직 정해진 건 없고 논의 중"이라며 "사법 파괴 저지 등에 집중하고 있다. (중진최고회의를 통해) 추가적으로 논의할 급한 현안이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간 장 대표의 '윤어게인' 기조에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해 온 당내 소장파 모임 '대안과 미래'가 최근 노선 변경 요청을 사실상 중단하면서 당내 시선은 다시 중진들에게 쏠리고 있다. "제동을 걸 수 있는 체급은 이제 중진밖에 없다"며 적극적인 행동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다.

결국 남은 것은 중진들의 역할이지만, 정작 중진 의원 대다수는 원론적인 입장만 되풀이하며 관망세를 유지하고 있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 전체의 노선 갈등에 휘말리기보다 자신들의 지역구 관리와 공천 영향력 유지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자칫 섣부르게 전면에 나섰다가 선거 패배의 책임을 뒤집어쓰고 싶지 않은 '회피형 침묵'도 감지된다.
한 영남권 의원은 이날 <더팩트>에 "중진들도 불만이 상당할 텐데 장 대표 눈치 보랴, 보수 강성 유튜버 눈치 보랴 아무것도 못하고 있다"며 "지방선거 공천이 마무리될 때까지는 중앙 지도부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려는 분위기다. 그게 끝나야 지나 목소리를 내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실제로 중진 의원들은 장 대표와의 추가 면담 등 향후 일정을 계획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면담에 참석했던 한 중진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소귀에 경 읽기 식으로 가면 안 되는데 상대가 귀를 막으면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본인 생각이 너무 확고하기 때문에 큰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보통 같으면 지도부가 중진에게 먼저 의견도 구할 텐데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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