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이재명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범죄를 저질러도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 '촉법소년' 연령 하향 논의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입법부인 국회에도 관련 법안들이 발의된 상황에서 여야가 당장 촉법소년 나이를 조정하는 법 개정에 착수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24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법무부가 토의 안건으로 발제한 촉법소년 연령 하향 문제와 관련해 "압도적 다수의 국민이 최소한 한 살은 낮춰야 하지 않냐는 의견이 있는 것 같다"라면서 관련 부처에 쟁점 정리와 국민 의견을 수렴하라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공론화 과정을 거쳐 두 달 뒤 결론을 내리겠다고 예고했다. 현재 촉법소년 나이의 상한인 만 14세 기준을 더 낮추는 방안에 대해 논의하자는 것이다.
만 10세에서 14세 사이 미성년자인 촉법소년은 범죄를 저지르더라도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다. 대신 소년원 송치나 보호관찰 처분을 받으며 전과도 남지 않는다. 촉법소년은 성인과 달리 형법 대신 소년법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해당 법에는 '소년의 보호처분은 그 소년의 장래 신상에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않는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처벌보다는 청소년을 올바른 사회 구성원으로 육성하기 위한 성행 개선에 목적이 있다.
그런데도 사회적으로 촉법소년 기준 연령을 손보자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1958년 형법 제정 이후 시대상 변화가 너무 큰 데다 소년의 정신적·신체적 성숙도가 높아졌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소년범의 강력 범죄가 점점 잔혹하고 흉포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고, 무엇보다 경미한 처분을 받고 풀려난 촉법소년이 반성하기보다는 법을 악용해 다시 범죄를 저지르는 대담함을 보인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진수 법무부 차관은 국무회의에서 "형사미성년자 범행의 사건 수가 증가하고 있고 죄질도 악화되고 있다"라며 "2021년 대비 2025년 형사 미성년자 범행 건수는 1만1677건에서 2만1000여 건으로 약 80% 증가했고, 같은 기간 성폭력 범행 건수는 398건에서 793건으로 85% 증가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형사미성년자인 12~13세에 대해 보호처분 중 가장 중한 처분인 소년원 송치 처분이 급증하는 등 죄질도 악화되고 있다"라고 부연했다.
국회는 201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형사처벌 대상 연령을 낮추는 입법화에 나섰지만, 실익 부족 등 반대 여론에 막혀 법 개정을 이루지 못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공론화 과정을 거쳐 촉법소년 연령의 하향 문제를 매듭짓겠다고 공언한 만큼 여당도 지원 사격할 전망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정부와) 구체적 향후 일정이 공유된 건 없다"라며 "대통령 말씀 전부터 사회적 이슈였던 이 문제에 대해 당에서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야당은 난색을 보인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현재 쟁점 법안을 일방적으로 처리하는 여당과 어떤 대화 자체가 안 되고 있고, 이번 주 모든 상임위 일정을 전면 보이콧(의사일정 거부) 하기로 정한 만큼 (국회 차원에서) 당장 촉법소년 연령 조정 문제를 논의하기 어렵다"라고 했다. 이어 "(이 대통령이) 행정통합 이슈, 사법 악법(사법개혁 3법)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데 논점 흐리기로 촉법 문제를 꺼낸 건 아닌지 싶을 정도의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형사미성년자 기준 연령 하향 관련 법안들이 계류 중이다. 서영교 민주당 의원과 한지아 국민의힘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소년법 개정안'은 소관 상임위에 머물고 있다. 촉법소년 연령 상한을 13세 미만으로 낮추는 내용이 핵심이다. 서 의원은 통화에서 "일부 청소년이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범죄에 맞지 않는 처벌이 부과되지 않다는 점을 악용해 범죄를 저지르는 실정"이라며 "죄질이 나쁜 범죄를 저지르는 소년들을 나이로 봐주면 안 된다는 게 제 생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