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어도 될까?<상>] "정치판 전청조" 지선 앞 '가짜 인맥' 주의보
  • 이하린 기자
  • 입력: 2026.02.19 00:00 / 수정: 2026.02.19 00:00
'청년위원장'이라더니…피해액 '억대'
'인맥·직함 과시' 정치권 허점 파고들어
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정치권에 사칭 피해 주의가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0대 남성 A 씨(왼쪽)가 직함·인맥을 허위로 내세워 사기 행각을 벌인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독자 제공
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정치권에 '사칭' 피해 주의가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0대 남성 A 씨(왼쪽)가 직함·인맥을 허위로 내세워 사기 행각을 벌인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독자 제공

6·3 지방선거 공천 준비가 본격화하는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와 친하다"는 말과 각종 직함을 내세운 '사칭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말 한마디'로 신뢰가 만들어지는 정치판의 허점을 파고들어 공천판을 흔들거나, 억 단위의 피해로 이어지는 사기가 반복되고 있다. <더팩트>는 두 편에 걸쳐 구체적인 피해 사례를 짚고, 이러한 일이 반복되는 구조적인 배경과 재발 방지책을 모색한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국회=이하린 기자] 선거철만 되면 '누구와 친하다'는 말은 무엇보다 강력한 힘을 갖는다. 당권을 쥔 지도부 인맥은 특히 강하다. 사람 간의 관계가 중시되는 정치권에서 유명 정치인과 찍은 행사장 사진이나 당으로부터 받은 상장들은 신뢰의 징표처럼 통용된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그 틈을 노린 사칭·사기 피해에 대한 전방위적인 '주의보'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국민의힘 '마포을 청년위원장'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20대 남성 A 씨가 공연기획 업체에 접근해 무리하게 자신의 공연을 추진하다 업체에 수천만 원대의 피해를 입히는 사건이 발생했다. A 씨는 지난해 말 선거 후원 등을 목적으로 한 성악 공연을 의뢰했으나, 업체 측이 "대중 인지도가 낮아 위험 부담이 크다"며 난색을 보였다고 한다. 그러자 A 씨는 "마포구 상인회에서 후원 차원으로 20만 원대 표 1000장을 전량 구매하기로 확약했다"며 계약을 종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천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그 틈을 노린 사칭·사기 범죄에 대한 사기 주의보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예원 기자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천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그 틈을 노린 사칭·사기 범죄에 대한 사기 주의보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예원 기자

피해 공연 기획사 대표인 B 씨는 통화에서 "A 씨가 한동훈 전 대표나 나경원·배현진 의원 등 정치권 주요 인사들과 찍은 사진을 보여주며 신뢰를 쌓았고, '망원동에 빌라가 두 채 있다' '○○일보 친인척' 등 재력을 과시했다"며 "의원 배지까지 달고 다녀 의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막상 티켓 판매가 시작되자 실제 판매량은 8장 수준에 그쳤다. 그중 4장은 A 씨가 산 것이라고 한다. 업체 측은 공연장 대관 등 선지출 비용이 발생한 상황에서 공연 취소를 결정했다. 이어 A 씨와 작성한 계약서에 따라 일정 기한까지 보증금을 받기로 했지만, 약속된 기한이 지나도록 지급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한다.

B 씨는 "계약서에는 티켓 판매가 일정 기준 미달하면 보증금을 지급하도록 명시했고, 저희가 지출한 비용만 3000만 원대 후반"이라며 "보증금으로 티켓값의 50%인 약 6650만 원을 받기로 했지만 지급되지 않아 형사 고소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피해 공연기획사 대표는 A 씨를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사진은 A씨의 실제 공연 포스터. /공연기획사
피해 공연기획사 대표는 A 씨를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사진은 A씨의 실제 공연 포스터. /공연기획사

A 씨는 월 650만 원 급여와 고급 차량, 전셋집 제공 등을 약속하며 보좌관 2명을 채용했다. 이들 중 한 명은 약속을 믿고 본업을 중단했지만, 임금이 지급되지 않는 등 막대한 경제적 피해가 발생했다고 한다. B 씨와 A 씨가 고용했던 보좌관 2명은 A 씨를 사기 혐의로 서울 마포경찰서에 고소했고, 지난 5일 피해자 조사를 받았다. 이들이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금액을 합치면 약 1억원대다. A씨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닿지 않았다.

당 안팎에선 공개적인 대응에 나서는 데에는 신중을 기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대외적으로 해명에 나설 경우 오히려 불필요한 논란이 커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유사 사례가 반복되지 않기 위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026 국민의힘 서울특별시당 신년인사회가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가운데 배현진 국민의힘 서울시당 위원장과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 신동욱 의원, 나경원 의원, 권영세 의원 등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박헌우 기자
'2026 국민의힘 서울특별시당 신년인사회'가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가운데 배현진 국민의힘 서울시당 위원장과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 신동욱 의원, 나경원 의원, 권영세 의원 등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박헌우 기자

국민의힘 마포을 당협위원회 관계자는 "A 씨는 청년위원장을 한 적이 없고, 대학생 조직을 맡기면서 '대학생 위원장' 명함을 준 적은 있으나 성과가 없어 해임했다"며 "현재 신분은 그냥 당원"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학생 조직을 하는 데 쓰라고 준 직함을 사기 치는 데 써먹은 것"이라며 "말단 당원이 벌인 일을 갖고 당 차원에서 일을 키울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서울시당 관계자 역시 "정당이 수사기관이 아니다 보니 입당 관계에서 모든 배경을 확인할 방법이 없다"며 "사법적 판단을 받게 되면 향후 당원권에도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봤다.

underwater@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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