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치된 여론조사 왜곡…인력·예산 한계는 여전 <하>
  • 김시형 기자
  • 입력: 2026.02.18 00:00 / 수정: 2026.02.18 00:00
'명태균 게이트' 규제 회색지대
조사기관 등록 요건 강화됐지만
여심위 감시 인력·예산 한계 여전
웹조사·인센티브 대안 거론
명태균 게이트로 비화한 미공표·미보도 여론조사가 제도의 사각지대를 어떻게 파고들 수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로 꼽힌다. 사진은 명태균 씨. /이새롬 기자
'명태균 게이트'로 비화한 미공표·미보도 여론조사가 제도의 사각지대를 어떻게 파고들 수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로 꼽힌다. 사진은 명태균 씨. /이새롬 기자

여론조사는 정치의 '성적표'로 불린다. 선거를 앞두고 유권자의 선택을 가늠하는 가장 객관적인 지표처럼 소비되지만, 이 성적표가 언제나 정답을 말해주지는 않는다. 숫자는 중립적으로 보이지만, 그 숫자가 만들어지는 과정에는 조사 방식과 응답률·표본 구성· 조사기관의 성향까지 복잡하게 얽혀 있다. 채점 방식부터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편집자주>

[더팩트ㅣ김시형 기자] 들쑥날쑥한 '성적표'를 정답처럼 받아들이는 순간 정치는 또 다른 왜곡의 길로 들어설 수 있다. 조사 방식의 한계를 넘어 여론조사를 관리·감독하는 제도가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는 가운데, '명태균 게이트' 비화 계기로 불거진 여론조사 규제의 사각지대와 신뢰 회복을 위한 제도적 보완책을 짚어본다.

◆규제의 회색지대와 '명태균 게이트'

명태균 게이트는 미공표·미보도 여론조사가 제도의 사각지대를 어떻게 파고들 수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로 꼽힌다. 공표나 보도를 하지 않는다는 전제 아래 이뤄진 여론조사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조사 자료를 신고하지 않아도 되는 현행 제도의 허점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정치권에서 불법에 가깝지만 제재는 어려운 '회색지대'라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이를 보완하기 위한 입법 시도는 이어졌지만 진전은 더딘 상황이다.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24년 12월 미공표·미보도 전제 여론조사라도 조사 설계와 표본 추출, 결과 분석 자료를 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여심위)에 신고하도록 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현재까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이에 앞서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도 같은해 10월 여론조사기관 등록 취소 사유를 확대하고, 조사기관이 신뢰성과 객관성을 입증하는 자료를 여심위에 제출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에는 공표 또는 보도를 목적으로 전화를 이용한 선거여론조사의 경우 휴대전화 가상번호 사용을 의무화하는 조항도 포함됐지만, 역시 1년 넘게 행안위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여심위는 불법 여론조사 차단과 신뢰성 제고를 위해 선거여론조사기관 등록 요건을 강화했지만, 인력과 예산 한계로 불법 여부를 선제적으로 들여다보기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등 여야 의원들./배정한 기자
여심위는 불법 여론조사 차단과 신뢰성 제고를 위해 선거여론조사기관 등록 요건을 강화했지만, 인력과 예산 한계로 불법 여부를 선제적으로 들여다보기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등 여야 의원들./배정한 기자

◆강화된 등록 요건, 인력·예산 한계는 여전

여심위는 불법 여론조사 차단과 신뢰성 제고를 위해 2023년부터 선거여론조사기관 등록 요건을 강화했다. 분석 전문인력 3인을 포함해 상근 직원 5인 이상을 두고, 연간 여론조사 매출액이 1억 원을 넘어야 등록이 가능하도록 했다.

같은 해 선거여론조사기준도 개정됐다. 유선전화만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는 공표·보도를 제한하고, 고령층 유권자 증가와 60·70대 정치 성향 차이를 반영해 조사 결과 분석 시 연령 구분 기준도 세분화했다.

여심위는 연 1회 정기점검과 필요 시 수시점검을 통해 등록 요건 충족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여심위 관계자는 "정기 실태점검은 매년 연초 실시를 원칙으로 하고, 임기 만료 선거가 있는 해에는 선거 이후 추가 점검을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조치로 2024년 한 해 동안에만 30곳의 여론조사기관 등록이 취소됐다. 2018년 79곳이던 등록 기관 수는 현재 59곳으로 줄었다.

다만 인력과 예산 한계로 불법 여부를 선제적으로 들여다보기에는 현실적 제약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심위 관계자는 "선거여론조사가 상시화된 현실을 고려할 때 전문성을 갖춘 인력과 예산 확보가 필수적"이라며 "보다 철저한 심사와 상시 모니터링을 위한 인력 증원 및 예산 확보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웹조사부터 인센티브까지 여론조사 신뢰도 회복을 위한 여러 대안이 거론된다./배정한 기자
웹조사부터 인센티브까지 여론조사 신뢰도 회복을 위한 여러 대안이 거론된다./배정한 기자

◆웹조사부터 인센티브까지…해법도 제각각

여론조사 신뢰도 회복을 둘러싼 해법을 두고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ARS는 배제하고 전화면접 중심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이왕휘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전화 기반 조사 자체가 한계에 다다랐다"며 빅데이터와 온라인 플랫폼 활용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해외에서는 웹 조사가 여론조사의 핵심 방법으로 정착했다. 이 교수는 "미디어 환경이 크게 바뀐 만큼 포털이나 SNS 데이터를 활용한 웹 조사를 본격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웹 조사 역시 또 다른 편향 가능성을 안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한울 원장은 "과거 이메일 기반 조사에서 고학력층·젊은 세대가 과대표집되면서 진보 성향이 강하게 나타난 사례가 있었다"며 "웹 조사도 특정 집단 편향 위험이 있어 전화 조사를 완전히 대체하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응답률 저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센티브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정 원장은 "완벽한 해법은 없지만, 응답자에게 일정한 보상을 제공해 조사 이탈을 줄이는 방식이 현실적인 개선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rocker@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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