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하>] 장만순 "남북 교류, 정부가 나서면 역효과…민간이 물꼬 터야"
  • 정소영, 김정수 기자
  • 입력: 2026.02.18 00:00 / 수정: 2026.02.18 00:00
"축구·관광 등 비정치 의제로 남북 교류 시작"
원산·백두산 관광에 이산가족 방문 결합 제안
장만순 사단법인 일천만이산가족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구기동 이북5도청에서 <더팩트>와 만나 (통일부에)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하면 안 된다고 했다. 정부가 나서면 오히려 더 역효과가 난다. 남북한의 교류 문제는 민간 쪽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종로=이새롬 기자
장만순 사단법인 일천만이산가족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구기동 이북5도청에서 <더팩트>와 만나 "(통일부에)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하면 안 된다'고 했다. 정부가 나서면 오히려 더 역효과가 난다. 남북한의 교류 문제는 민간 쪽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종로=이새롬 기자

☞<상>편에 이어

[더팩트ㅣ종로=김정수·정소영 기자]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이북5도청에서 <더팩트>와 만난 장만순 일천만이산가족위원회 위원장은 취임 후 공약으로 △'이산가족의 날' 국가기념일 추진 △이산가족의 '고향 땅 밟기'를 내세웠다. 이산가족의 날은 2023년 3월 28일 '남북 이산가족 생사확인 및 교류촉진에 관한 법률'(이산가족법) 개정으로 법정기념일로 지정되며 제도화됐지만, 고향 방문은 남북 관계 단절 속에 사실상 멈춰 서 있다.

장 위원장은 "통일이 된다는 것은 누군가 하나는 무너져야 한다"며 "평화적인 두 국가론은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가 북한 체제를 무너뜨려서 자유민주주의를 통한 통일이 되든지 북한이 얘기하는 적화 통일이 되든지 해야 통일이 되는 것"이라며 "두 국가라는 것을 주장하는 것 자체가 통일을 지향하는 것이 아니다. 헌법 정신에 위배된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민간 교류의 '선행'이 남북 교류를 자연스럽게 끌어낸다고도 했다. 그는 "민간이 축구든 태권도든 관광이든 추진하면 접촉 신고, 신변 안전 같은 절차는 정부가 관여하지 않을 수 없다"며 "그 과정에서 대화의 통로가 생긴다"고 설명했다. 장 위원장은 과거 문선명 통일교 목사의 방북,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소 떼 방북' 등을 거론하며 "먼저 물꼬를 터놓으면 그다음에 정부가 들어가 정상 간 합의로 이어지는 구조가 가능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구기동 이북오도청에 마련된 사무실에서 <더팩트>와 인터뷰에서 민간 교류의 선행이 남북 교류를 자연스럽게 끌어낸다고도 강조했다. /이새롬 기자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구기동 이북오도청에 마련된 사무실에서 <더팩트>와 인터뷰에서 민간 교류의 '선행'이 남북 교류를 자연스럽게 끌어낸다고도 강조했다. /이새롬 기자

장 위원장이 제시한 방식은 '거부 명분을 줄이는 의제'부터 쌓아 올리는 것이다. 그는 "북한이 거부하기 어려운 비정치적 교류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남북 축구는 제3국에서 할 수 있고, 태권도나 격투기 같은 종목도 가능하다. 또 하나가 관광"이라고 말했다. 관광은 대북 제재에 크게 저촉되지 않는 영역이라는 게 장 위원장의 판단이다.

이어 "(통일부에)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하면 안 된다'고 했다. 정부가 나서면 오히려 더 역효과가 난다. 남북한의 교류 문제는 민간 쪽으로 가야 한다"며 차분하게 말을 이어갔다. 그는 "북한이 경제력도 군사력도 우리와 비슷할 때는 정부가 추진해도 됐지만, 지금은 격차가 워낙 벌어졌다"며 "한쪽에서 완전히 차단하겠다고 하는데 우리가 구애를 백날 하면 뭐하나. 즉 (남북 교류) 방법은 민간이 해야 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 위원장은 지난 11일 통일부가 힘이 있을 때 남북문제를 풀어야 한다.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사진은 이날 장 위원장이 <더팩트>와 인터뷰하는 가운데 정동영 통일부 장관 등과 함께 찍은 사진이 보인 모습. /종로=이새롬 기자
장 위원장은 지난 11일 "통일부가 힘이 있을 때 남북문제를 풀어야 한다.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사진은 이날 장 위원장이 <더팩트>와 인터뷰하는 가운데 정동영 통일부 장관 등과 함께 찍은 사진이 보인 모습. /종로=이새롬 기자

장 위원장은 특히 남북 교류 과제를 '패키지'로 정리해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단된 게 개성공단과 금강산이고 만료가 다가오는 사업이 있다"며 "개성 만월대 남북공동발굴과 남북 겨레말큰사전 편찬 같은 사업은 시효가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속도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원산 갈마 관광과 백두산 관광을 북한 경유로 추진해 보자"는 구상을 제시하며 "원산 갈마지구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애착을 가진 사업인데 성과가 부족하다. 우리가 참여 의사를 계속 밝히면 북측의 거부 명분이 줄어든다"고 주장했다.

장 위원장이 이 패키지에 덧붙인 핵심은 초고령 이산가족 문제였다. 그는 "각 의제에 더해 초고령 이산가족의 고향 방문을 결합해야 한다"며 "예컨대 만월대 사업을 할 때는 황해도 연고 이산가족이 가까운 지역이라도 밟게 하고, 원산 갈마는 강원·함경 연고 이산가족, 백두산은 평안도 연고 이산가족이 갈 수 있는 통로로 설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직접 고향 방문'이 어렵다면 '고향 땅과 가까운 지역 방문'부터라도 성사하는 방식으로 민간 교류의 인도주의적 정당성을 높이자는 취지다.

장 위원장은 이산가족 문제는 정치적 득실로만 판단할 수 없는 인도주의 의제라며 민간이 먼저 움직이고 정부가 제도와 안전을 뒷받침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새롬 기자
장 위원장은 "이산가족 문제는 정치적 득실로만 판단할 수 없는 인도주의 의제"라며 "민간이 먼저 움직이고 정부가 제도와 안전을 뒷받침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새롬 기자

장 위원장은 통일부의 역할이 '전면전'이 아닌 '민간 지원'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그는 "통일부가 힘이 있을 때 남북문제를 풀어야 한다.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는 안 된다"며 "남북협력기금도 총량은 늘지만 집행을 못하니 해마다 예산이 깎인다. 민간에 기회를 주면 하나를 줘도 열을 얻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장 위원장은 최근 '북한 물품 반입'과 같은 사안도 물꼬 트기 차원에서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장 위원장은 "유엔 제재 대상이 아닌 품목은 절차를 서둘러 진행할 필요가 있다"며 "미국도 인도주의 사업을 논의하는 국면인데 우리가 가만히 있으면 움직이지 않는다. 워싱턴에서도 계속 설득하고 각인시켜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 "이산가족 문제는 정치적 득실로만 판단할 수 없는 인도주의 의제"라며 "민간이 먼저 움직이고 정부가 제도와 안전을 뒷받침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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