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정치의 시간 <하>] 선거 앞둔 정치권, '결단'에 촉각
  • 이태훈 기자
  • 입력: 2026.02.15 12:00 / 수정: 2026.02.15 12:00
'합당 논란' 멈췄지만…선거 연대 완성은 숙제
국힘서 쫓겨난 한동훈…재보궐 출마 결단 주목
6·3 지방선거를 불과 100여 일 앞둔 2026년 설 명절, 정치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각각 합당과 한동훈 제명으로 내홍에 빠지면서, 설 연휴 전후로 이와 관련한 모종의 정치적 결단이 벌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더팩트 DB
6·3 지방선거를 불과 100여 일 앞둔 2026년 설 명절, 정치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각각 '합당'과 '한동훈 제명'으로 내홍에 빠지면서, 설 연휴 전후로 이와 관련한 모종의 정치적 결단이 벌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더팩트 DB

민족 최대 명절인 설을 전후해 내려지는 정치권의 중대 결단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한국 정치사에 한 획을 그은 'DJP 연합' 균열부터, 진보 진영의 역사적 총선 대승에 기여한 '범야권 대연대'까지 모두 설을 정치적 숙성기 삼아 이뤄졌다. <더팩트>는 설 전후로 새겨진 한국 정치사의 굵직한 기록을 돌아보고, 6·3 지방선거를 100여 일 앞둔 정치권의 정무적 움직임을 상·하 2편에 걸쳐 관측해 본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국회=이태훈 기자] 설을 전후로 한 정치권의 정무적 움직임은 큰 선거가 임박했을 때 더 활발해지는 경향이 있다. 2000년 김종필 자유민주연합 총재의 공동여당 포기 선언, 2007년 노무현 대통령의 열린우리당 탈당 결정, 2020년 범보수 연합 정당인 미래통합당 창당은 모두 전국 선거를 앞둔 설 명절을 기점으로 이뤄졌다.

6·3 지방선거를 불과 100여 일 앞둔 2026년 설에 정치권의 이목이 쏠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합당 논란이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지만, 조국혁신당과의 지선 연대를 어떤 방식으로 이뤄낼 지는 또다른 문제다. 국민의힘은 한동훈 전 대표와 그 측근들을 향한 징계 공세로 내홍을 앓고 있다. 거대 양당 모두 복잡한 정치적 상황에 직면하면서, 설 연휴 전후로 이와 관련한 모종의 '결단'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게 오랜 경험을 가진 정치권 인사들의 관측이다.

합당을 둘러싼 민주당 내부 갈등은 정청래 대표가 지난 10일 지선 전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일단락됐다. 다만 선거 연대라는 또다른 과제가 만들어지면서 정청래 대표의 고심은 깊어가는 모습이다. 사진은 지난 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정 대표. /남용희 기자
합당을 둘러싼 민주당 내부 갈등은 정청래 대표가 지난 10일 지선 전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일단락됐다. 다만 선거 연대라는 또다른 과제가 만들어지면서 정청래 대표의 고심은 깊어가는 모습이다. 사진은 지난 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정 대표. /남용희 기자

◆'합당 내홍' 멈췄지만…鄭, '선거 연대' 숙제 남아

합당을 둘러싼 민주당 내부 갈등은 정청래 대표가 지난 10일 지선 전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일단락됐다. 다만 선거 연대라는 또다른 과제가 만들어지면서 정 대표의 고심은 깊어가는 모습이다. 혁신당이 연대 과정에서 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 공천권 등 '지분'을 요구할 것이 유력한데, 정 대표는 당내 반발과 혁신당 요구 사이에서 교통정리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가장 큰 쟁점은 조국 혁신당 대표의 출마 지역 선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혁신당은 조 대표의 안정적 당선을 위해 '옥토'를 민주당에 요구할 공산이 크다. 조 대표는 지난 12일 "제 자리를 위한 양보를 (민주당에) 요구할 생각은 없다"고 했지만, 같은 날 정춘생 혁신당 최고위원은 "민주당 귀책 사유로 재선거가 치러지는 경기 평택을과 전북 군산에는 민주당 후보를 공천해서는 안 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민주당 내에선 '잠재적 대권 경쟁자인 조 대표의 정치 행보를 마냥 도울 순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 대표 출마지역 외에도 광역단체장과 기초단체장 자리 배분도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혁신당은 타 지역에 비해 자신들 지지세가 눈에 띄는 호남 일부 지역의 양보를 민주당에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선거 연대 성사를 위해선 민주당의 양보가 필요하나, 이럴 경우 양보 지역 출마를 고려하고 있던 당 구성원들의 반발이 터져 나올 수 있다. 이 때문에 당장 민주당도 선거 연대에 대한 입장을 적극적으로 내놓지 않는 것으로 읽힌다.

결국 선거 연대를 이루는 과정에서 정 대표의 '정치적 결단'이 불가피할 것이란 분석은 여기에 기인한다. 한 전직 의원은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정 대표가 지선 승리를 위해 혁신당과의 선거 연대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을 이루는 과정에서 몇 차례의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다"며 "오래 끌 수 없는 문제인 만큼, 연휴 기간 동안 숙고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의 무소속 선거 출마 여부는 정치권 초미의 관심사다. 사진은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기자회견 마치고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는 한 전 대표. /박헌우 기자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의 무소속 선거 출마 여부는 정치권 초미의 관심사다. 사진은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기자회견 마치고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는 한 전 대표. /박헌우 기자

◆'당게 사건'으로 쫓겨난 韓…재보궐 출마 결단 주목

국민의힘에선 장동혁 지도부에 의해 제명된 한동훈 전 대표의 무소속 선거 출마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앞서 한 전 대표는 이른바 '당원게시판 사태'로 제명 당한 이후 가처분 신청 등 법적 조치에 나서지 않고, 토크콘서트 등을 통해 지지자들과의 소통을 이어오고 있다.

정치권에선 한 전 대표가 독자 신당을 창당하기 보다는 6월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국민의힘 안팎에선 한 전 대표가 재보궐선거에 출마할 경우, 수도권이나 TK(대구·경북)지역을 선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 전 대표는 지난 8일 서울 송파구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1만여명의 지지자들이 운집한 가운데 진행한 토크콘서트에서 "제가 제 풀에 꺾여서 그만둘 거라고 기대를 가진 분들은 그 기대를 접으시라"고 했는데, 사실상 출마를 염두에 둔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한 전 대표가 재보궐선거 출마를 결심한다면, 설 연휴 직후에는 움직임을 본격화해야 한다. 황우여 국민의힘 상임고문은 통화에서 '설 이후로 주요 정치인들이 중대 결단을 내릴 가능성이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당연한 것"이라며 "설 전후로 요동치는 민심을 보고, 거기에 부응하려고 여러 가지 움직임을 가져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 다른 정치권 인사는 통화에서 "(한 전 대표가) 원외의 설움을 절실하게 느꼈으니, 국회 진입을 위한 결단을 내릴 것으로 본다"며 재보궐선거 출마를 예상했다.


xo9568@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이메일: jebo@tf.co.kr
· 뉴스 홈페이지: https://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