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국회=신진환 기자] 지난 1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만난 '친명(친이재명)계' 이언주(53·경기 용인정·3선) 더불어민주당 수석최고위원의 표정은 밝았다. 인터뷰에 앞서 참석했던 최고위원회의에서 조국혁신당과 합당 논의 과정 중 직격했던 정청래 대표와도 손을 잡았다. 약 3주간의 갈등을 뒤로하고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위해 든든한 지원군이 되자며 지도부가 의기투합했다. 화색이 감도는 그의 표정에서 한결 마음이 편해 보였던 건 이런 영향이지 않았을까.
이 최고위원은 더는 당내 갈등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미 지방선거 전 혁신당과 합당을 논의하지 않기로 한 만큼 이와 관련해 굳이 더는 언급할 필요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제는 당이 화합해 지방선거를 치러야 한다는 데 방점을 찍었다. 또한 혁신당과 합당 문제를 두고 당내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서 당원들로부터 비난과 질타보다는 응원과 지지를 받았다고 밝혔다. 당원들의 다양한 의견이 표출되는 건 민주당의 당원주권이 잘 작동되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최고위원은 정부를 뒷받침하는 여당의 본분을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여러 차례 국회의 입법 속도가 늦다며 국정 운영의 어려움을 토로한 점을 이해하고, 또 동의했다. 특히 한미 관세 협상을 두고 "전쟁"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국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국회가 돼야 한다고 했다. "정부가 미국의 관세 재인상을 막으려고 노력하는 와중에 국회는 전쟁이라는 표현에 걸맞게 뒷받침하고 있나"라고 반문했다. 국회가 제대로 정부를 지원하지 못하고 있다는 인식이다.

"한미 관세 문제는 대통령과 국회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에 대한 문제다. 관세 협상이 흔들리면 환율과 외환시장이 흔들리게 되고, 많은 국민이 피해를 보게 된다. 국회가 관세 문제를 못 받쳐 관세 인상이 다시 철회되거나 유예되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해 보라. (관세가 오르면) 가격 경쟁력을 잃고 국내 자동차 산업은 망한다고 봐야 한다. 노동자들과 부품 등 회사는 어떡할 건가. 대미투자특별법은 당연히 처리해야 한다. 다른 나라는 시행령으로도 하는데 야당은 국회의 비준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계속 이렇게 하는 게 과연 맞는 건가."
그는 단호한 어조로 말을 이어 나갔다. "전략 산업뿐만 아니라 제조업 등에도 많은 규제가 쌓여 있다. 이 규제를 해소해서 우리가 어떻게든 살아남게 하려고 대통령께서 여러 말씀을 하는데 입법이 거의 안 되고 있다. 결국 급한 건 시행령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 입법부인 국회는 무기력해지는 거다. 이 대통령은 국가에 이바지하는 대통령으로 남고 싶다는 의지가 강하다. 그래서 (이 대통령이) '입법이 잘되지 않아 스트레스를 받고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입법을 소홀히 하는 국회에 대한 개혁이 필요하다는 게 이 최고위원의 설명이다. 특히 신속한 법안 처리를 위해 입법에 대한 절차를 효율적으로 간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회가 법안을 만들고 통과시키는 과정은 과거의 패러다임이다. 문구 하나를 고치는 기능적 입법도 다 거쳐야 하고, 법 개정에 따라 인용하는 다른 법을 개정해야 될 때 기계적인 개정 등이 있다. 굳이 상임위에서 이런 걸 심의할 필요는 없다. 여야 간 이견이 없는 법안은 바로 본회의에 올라가게 할 수 있어야 한다. 대통령이 미는 법안도 6개월에서 1년까지도 계류된다. 이게 말이 되나"라고 지적했다.

이 최고위원은 '국회 운영 절차 혁신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007년 8년 금융위기 때부터 전 세계가 이미 생존의 시대로 들어간 가운데 미국과 일본, 중국 등이 세계화와 자유주의 물결 속의 변화에 적응하며 새 시대를 열어가는 것과 달리, 1987년 체제에 머무는 한국 정치도 현시대에 맞게 달라져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주변국의 패러다임 변화에 대한 적응에 뒤처지면서 잃어버린 10년을 되찾기 위해 국회의 대대적인 혁신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야당은 기계적으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에 나서는 식으로 입법에 발목을 잡고 있다. 심지어 야당 의원들마저도 본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상태에서 필리버스터를 한다. 이게 뭐 하자라는 건가. 국회가 본격적으로 국민의 불신을 받은 게 2010년대부터다. 우리가 시대적 흐름을 못 따라가 간 시간이 벌써 15년 지났다. 그런데 국회가 국회 운영 절차를 개혁한 적이 없다. 과도한 절차와 관행은 문제가 있다."
민주당과 혁신당이 선거 연대를 모색하는 가운데 이 최고위원은 이와 관련해서도 조심스럽게 견해를 밝혔다. 그는 "우리가 한 명을 뽑는 선거제 속에서 결선투표도 없다 보니 (선거철만 되면) 연대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다. 저는 정치 개혁을 통해 제도를 개혁하는 게 이상적이긴 하지만 점진적으로 해나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래서 국민으로부터 평가받고 정직하게 권한을 갖자. 남의 걸 인질로 삼아 남의 걸 다 갖는 시스템은 잘못됐다. 현재 개혁이 안 됐기에 때때로 필요한 범위 안에서 연대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절박성이나 이해관계가 달라 일률적으로 이야기할 수 없지만 원칙적으로 (연대는) 찬성한다"라고 말했다.

"사람마다 정치를 바라보는 관점이 다르다. 정체성이나 노선이 달라 각자 경쟁하면 되지, 왜 억지로 같이 해야 하느냐. 그건 맞지 않는 거다. (혁신당이) '쇄빙선'을 하겠다면 그런 역할이 필요하다는 걸 인정하고 존중하지만, 우리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 대통령의 중도 실용 노선에서 왜 우리가 같은 바구니 안에서 부딪혀야 하나. 통일될 성격이 아니잖나. 굉장히 냉정하게 각자 토론하고 서로 연대·연합하면서 더 좋은 안을 만들어 간다면 우리가 더 중도적으로 보이고 전략적으로 좋은 것 아닌가…."
이 최고위원은 정치철학을 묻는 말에 '애국주의'라고 답했다. 그는 글로벌 질서가 바뀌는 패러다임시프트 시대, 생존이데올로기 시대에 걸맞은 국익을 위하는 실용적이고 효능감 있는 정치를 실연하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지방선거 승리와 경제 성장, 민생 안정 등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데 힘을 쏟겠다고 했다.
"앞으로도 당 지도부에서 당원주권과 당내 민주주의라는 원칙 아래 책임 있게 판단하고 당의 단합과 발전,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역할을 다하겠다. 설 명절을 앞두고 당원 여러분과 국민 여러분 다모두의 가정에 평안과 건강이 함께하시기를 기원한다. 더 단단해진 민주당, 국민께 신뢰받는 여당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