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 정치부는 여의도 정가, 대통령실, 외교·통일부 등을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주간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정담은 현장에서 발품을 판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방담의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대화체로 정리했습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정리=이헌일 기자] -설 명절을 앞두고도 여의도는 시끄러웠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전격 제안한 조국혁신당과의 지방선거 전 합당이 내부 반발로 무산되며 상당한 정치적 내상을 입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보수의 심장' 대구 서문시장을 찾았지만 환호와 무관심이 뒤섞인 미묘한 기류를 느껴야 했고, 하루 뒤에는 이재명 대통령이 마련한 여야 대표 회동에 급작스럽게 불참을 통보하면서 화제의 중심이 됐다.
-둘로 쪼개진 국회 모습도 여전했다. 본회의장에 민주당 의원들은 한복을 차려입고 나타난 반면 국민의힘 의원들은 로텐더홀에서 피켓 시위를 벌였다. 한편 북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무인기 유감 표명에 이전과는 다른 뉘앙스의 반응을 보인 가운데 이 대통령은 명절을 앞두고 서울과 충북을 오가며 민생 행보를 이어갔다. 설 명절 밥상머리를 달굴 이번 주 정치권 이야기들을 돌아본다.

◆발표만 하고 '쌩'…1인 1표 때와 정반대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제안했던 조국혁신당과의 지방선거 전 합당이 최종 무산됐다고?
-맞아. 정 대표는 이 사안을 처음 공개적으로 언급한 지 19일 만인 지난 10일 중단을 발표했어. 이번 합당 문제는 시작부터 진통이 컸어. 정 대표가 비밀 유지를 위해 지도부와도 논의하지 않고 합당 추진을 기습 발표한 게 일차적 문제가 됐어. 이후엔 여러 민주당 의원이 합당 추진 시점과 그 저의에 대해 정 대표를 의심하기 시작했지. 결국 당대표의 중대 정치적 결단이 당내 극렬한 반발에 막힌 모양새로 마무리된 거야.
-정 대표가 내상이 상당했겠는걸?
-그랬을 거야. 정 대표는 지난 3일엔 숙원이었던 '전 당원 1인 1표제'가 최종 의결되자 기쁨을 숨기지 않았는데, 불과 일주일 만에 처지가 180도 바뀌어 버렸어. 실제로 정 대표는 두 사안에 대해 '행동'으로 극명한 온도차를 보여줬어. 1인 1표제가 중앙위원회를 통과한 직후엔 예정에 없던 언론과의 질의응답에 나서며 1인 1표제 도입으로 예상되는 효과를 직접 홍보했거든. 그런데 지난 10일 합당 논의 중단을 발표한 뒤에는 아무런 추가 발언 없이 자리를 떴어.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합당 논의는 언제 재개되는 거야?
-예단이 어려운 상황이야. 정 대표는 지선이 마무리되는 대로 합당 논의를 재개한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민주당이 지선 직후 새 당대표를 뽑는 전당대회를 치러야 하는 상황이라 합당 논의를 바로 재개할 수 있을지는 확실치 않아. 당장은 합당 내홍이 봉합된 것으로 보이지만, 언제든 다시 수면 위로 부상할 수 있는 상황이거든. 민주당 내부 사정에 밝은 모 인사는 "지금 합당을 반대하는 이들이 지선이 끝난다고 합당 찬성으로 바로 돌아설 것으로 보지 않는다. 전대를 앞두고 합당한다고 하면 지금보다 더 시끄러워질 수도 있다"고 했어.

◆정청래와 마주 앉은 與 재선들…간담회에 흐른 미묘한 기류
-합당이 무산된 당일 정 대표와 민주당 재선 의원 모임 간담회에서도 반대 기류가 분명했다고.
-응. '더민재'는 앞서 4일 간담회에서는 찬반 의견이 갈리며 결론을 명확하게 내리지 못했는데 이날은 참석률부터 이전보다 확실히 높았어. 4일에는 21명이었는데 이날은 31명이 참석했거든. 숫자만 봐도 합당을 둘러싼 재선 의원들의 관심과 긴장도가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이 가더라고.
-정 대표는 오전 8시, 간담회 시작 시간에 맞춰 도착했어. 출입문을 등지고 앉아 있던 의원들은 정 대표가 들어온 걸 미처 알아채지 못했는데, 그때 최민희 의원이 "왜 정 대표가 왔는데 안 일어나느냐"고 말했지. 그러자 정 대표는 "뒤에는 눈이 없어서"라고 받아치며 특유의 재치를 보였어.

-간담회는 비공개로 진행돼 취재 기자들이 배석하지 못했어. 다만 의원총회 참석을 위해 중간에 자리를 뜬 한 재선 의원은 기자들에게 "반대가 많았다"고 귀띔했지. 또다른 의원은 간담회 형식 자체에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어. 한 의원은 "누가 이런 자리에서 솔직하게 이야기하겠냐"고 말하더라고. 생각보다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분위기는 아니었던 모양이야.
-더민재 의원들은 1시간 40분가량 논의 끝에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는 즉각 중단해야 한다"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았어. 또한 정 대표가 제안한 전당원 여론조사·투표보다는, 당 내부에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고. 이후 민주당은 의원총회와 최고위원회를 잇따라 열고, 합당 논의를 중단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지.

◆박찬대 출판기념회에 몰린 역대급 인파…어김없이 등장한 '돈봉투'
-10일 국회 도서관 앞에 차들이 줄지어 섰더라. 무슨 일이야?
-도서관에서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 출판기념회가 있었거든. 입구부터 말 그대로 인산인해였어. 송영길 소나무당 대표도 왔어. 지지자들은 "송영길은 무죄다!"라고 외치기도 했어. 현장에서 만난 20대 민주당원은 "친명 의원들 출판기념회에 몇 번 가봤는데 이렇게 사람이 많이 온 건 처음 봤다"면서 감탄했어.
-민주당에서도 총출동했겠는데.
-정청래 대표를 비롯해 최민희·김현·박선원·김남희·이훈기·박희승 의원 등이 대거 집결했어. 사실 박 의원과 정 대표는 당 대표 자리를 두고 경쟁했던 사이잖아. 그래서인지 박 의원 지지자들은 정 대표가 행사장에 들어오자 "박찬대! 박찬대!"를 연호하면서 정 대표에게 "정신 차려라"라고 야유를 보내기도 했어.

-열기도 열기지만, 출판기념회는 사실 여러 지적이 많은 행사잖아?
-맞아. 겉은 출판기념회, 북콘서트지만 사실상 정치자금을 모으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지. 우선 책값이 2만5000원이거든. 요즘 베스트셀러 평균 가격이 1만5000원에서 1만8000원 선인 걸 감안하면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이지.
-박 의원의 출판기념회에서는 책을 판매하는 판매대가 여러 군데 있었는데 '카드 리더기'까지 비치해 두고 적극적으로 책을 팔더라고. 판매대에는 불투명한 하얀 박스가 놓여 있었어. 사람들은 책을 구매하고 돈이 담긴 하얀 봉투를 그 박스에 넣었어. 사실상 책 가격보다 큰 금액을 넣어도 모르는 거야.
-현행법상 출판기념회 수익금은 정치자금법의 규제를 받지 않다 보니, 이런 방식이 합법을 가장한 '자금 세탁'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겠더라고. 매번 제도 개선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작 '지갑'을 챙겨야 하는 정치권은 소극적인 모습이라 씁쓸하네.

◆종로에서 충주에서…李, 명절 앞두고 전통시장 민생 행보
-이재명 대통령이 설 명절을 앞두고 민생 행보로 분주했다고.
-맞아. 이 대통령은 9일 저녁 청와대 인근 통인시장을 '깜짝 방문'했어. 강훈식 비서실장과 한 식당에서 소머리국밥으로 식사를 한 뒤 근처 다방으로 이동해 유자차로 티타임을 가졌어. 상인, 식당 주인 등과 이야기를 나누며 체감경기가 어떤지 등을 물었고,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했어. '워커홀릭'으로 유명한 이 대통령은 이날 공개 일정이 없었는데, 결국 깜짝 일정을 만들더라구.
-이틀 뒤에는 영부인 김혜경 여사와 함께 충북 충주로 향했어. 먼저 무학시장을 찾아 제수용품과 먹거리를 구매하고, 백도라지, 마른 멸치, 배추전 등을 즉석에서 맛보기도 했어. 상인들에게 "장사는 잘 되나", "곧 설인데 어떠신가"라고 안부를 묻기도 했고, 시장 천장 등을 둘러보며 정비사업에도 관심을 보였다고 해.

-이어 이 대통령은 요즘 틈만나면 칭찬하는 '그냥드림' 사업 현장을 찾았어. 국민 누구에게나 현장에서 먹거리와 생필품을 제공하면서 복지 사각지대를 메우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사업이야.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주민뿐 아니라 외국인을 포함해 누구든 가리지 말고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당부했어.
-이후 이 대통령은 장애인종합복지관으로 이동했어. 이곳에서는 김 여사와 함께 음악치료 프로그램에 참여해 10여 명의 참석자들과 악기를 연주하며 '산골 소년의 사랑 이야기'를 합창했어. 이 대통령은 핸드드럼, 김 여사는 윈드차임을 맡아 박자를 맞추며 화음을 만들어냈다고 해. 이번 주 국정 주제가 '국민의 삶 대도약, 공감과 위로의 민생 주간'이었고, 명절을 앞둔 시기인 만큼 시민들과 근거리에서 소통하는 시간을 많이 가진 것 같아.
◆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신진환 기자, 이헌일 기자, 김정수 기자, 정소영 기자, 김수민 기자, 정채영 기자, 이태훈 기자, 김시형 기자, 서다빈 기자, 이하린 기자
☞<하>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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